이 기사는 2022년 03월 25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의결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합니다.”최근 금융지주사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방향성을 취재했을 때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로부터 들은 답변이다. 원론적인 대답이었지만 단호한 말투에 엄중함까지 느껴졌다.
책임있는 의결권 행사를 한다는 국민연금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25일 하나금융지주 정기주총을 하루 앞두고 함영주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최근 함 부회장이 DLF 펀드 판매 관련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무효소송 1심에서 패소한 만큼 업계는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탁위 결정에 대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결정의 내용과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는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원칙이 있지만 공수표와 다름없었다. 다만 수탁위 내부적으로 최종 2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슷한 사례에서 국민연금의 이 같은 관대함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연금은 2년 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근거로 들었다. 손 회장 역시 DLF 펀드 관련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을 막 시작하는 당시의 손 회장과 패소 결정이 난 지금의 함 내정자의 케이스를 굳이 비교한다면 찬반의 방향이 뒤바뀌어야 논리적이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2020년 3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 같은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조 회장이 채용비리 재판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항소한 상태였고 역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는 과거부터 논란이 많았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업 경영활동에 개입하는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보여 왔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 일관성이 없는 주주권 행사로 혼란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동일 인물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찬성과 반대를 번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훼손 이력에 대한 객관적 사정도 없으면서 반대표를 던지는 일도 많았다. 이번 하나금융에 대한 결정에서도 설득력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안착됐던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이 윤석열 정부에서 변곡점을 맞이할지 재계 전반에 관심이 많은 시기다. 국민연금이 무조건 경영진의 결정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원칙과 기준 없이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을 이해받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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