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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키옥시아처럼 ARM 인수도 가능할까 반독점 심사 넘을 컨소시엄 구성, 딜 구조 설계 관건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01 07:43:12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0일 1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SK스퀘어 부회장 겸임)이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암(ARM) 공동인수 검토를 시사하면서 실제 성사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ARM은 기업결합 이슈로 이미 한 차례 M&A에 실패한 매물이다. 미국 인텔도 눈독 들이고 있다.

최근 국경을 넘는 반도체 기업 간 거래가 줄줄이 무산되고 있어 실제로 딜이 본격화된다고 해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복잡한 딜 구조를 설계해 반한(反韓) 정서를 누르고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키옥시아 투자 때처럼 공동투자 구조로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단 뜻이 읽힌다.

◇반도체 자국우선주의에 어려워진 M&A, 바늘 구멍 뚫을 복안은

박 부회장은 30일 "다른 기업과 ARM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도 "ARM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전략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ARM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라면 누구나 눈독들일 만하다. ARM은 모바일 설계 분야 강자로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퀄컴 등 세계적인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를 육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문제는 반독점 이슈를 넘을 수 있느냐다. 실제로 ARM은 2020년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에 매각하는 내용의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올해 초 각국 규제당국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국가주의가 짙어지면서 반도체 기업을 사고파는 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박 부회장이 공동 인수를 거론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다. 단독으로 인수할 경우 반독점 문제가 다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펫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ARM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이 꾸려진다면 어떤 식으로도 참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딜 구조가 관건, '한미일 컨소시엄' 키옥시아 상기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키옥시아 투자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일본이 자국 대표기업을 한국에 넘기는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매우 컸으나 경영권을 제한하는 딜 구조로 매각 측을 설득했고 반독점 심사도 통과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키옥시아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였는데 총 투자규모는 약 4조원이었다. 이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일본계 기업과 애플, 서버업체 델, 하드디스크업체 시게이트, 반도체기업 킹스턴 등도 함께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 형태였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만든 펀드에 출자자(LP, 유한책임사원)로 2조7000억원을 태우고, 나머지는 도시바메모리가 발행한 1조300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데 썼다.

베인캐피털이 조성하는 펀드의 LP로 참여한 것이라 기업공개(IPO) 후 투자차익을 노릴 수 있으나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는 투자구조였다. 다만 당시에도 당장 시너지 효과 보단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론, 중화권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막았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단 분석이 나왔다.

이번에 박 부회장이 "ARM은 특정한 누군가가 그 이익을 다 누린다면 인수하도록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나눠 가지는 형태로 ARM을 인수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며 "이 딜의 경우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손 잡고 뛰어드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ARM은 글로벌 여러 기업에 칩을 공급 중인데 특정 업체가 인수하는 걸 다른 기업들이 두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어 "만약 SK하이닉스가 LP 형태로 참여한다면 경영권 행사를 못 하는 대신 조건을 걸어야 하는데 주주간협약을 통해 나중에 경영권을 가져가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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