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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2세 승계구도 해부]사업권 두고 각종 공방…박현만 제일건설 사장 시험대②송도복합단지 등 문제 수면 위…총수일가 뒷선, CEO 전면에

신준혁 기자공개 2022-04-11 07:28:57

[편집자주]

중견 건설사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권 밖에서 조용히 몸집을 키우다가 어느덧 대형사와 사업을 놓고 경쟁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선 곳이 상당수다. 하지만 무게감이 크지 않았던 탓에 후계구도 등을 두고서는 여전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기업이 많다. 1세대 창립자의 뒤를 이어 2세대 경영으로 넘어가고 있거나 비교적 최근 이를 마무리한 중견건설사들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6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건설의 경영 전면에 서 있는 건 총수일가가 아닌 박현만 대표이사 사장이다. 5년 전부터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창립자인 유경열 회장은 핵심 계열사 직함을 내려놓았고 2세 경영인 유재훈 사장도 2017년 제일건설에서 특수관계사인 제일풍경채로 자리를 옮겼다.

박 사장은 총수일가가 물러난 자리를 채워 경영 공백 없이 실적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문제는 최근 들어 골치를 앓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슈들이 떠올랐다는 점이다. 성남 대장동과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서안양 친환경 융합스마트밸리(박달스마트밸리) 사업 등을 두고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조단위' 특혜성 사업 문제 급부상

그룹의 두 축인 제일건설과 제일풍경채 양사 모두 총수일가가 최대주주다. 핵심 계열사인 제일건설은 총수일가가 85.44% 지분을 갖고 있고 제일풍경채는 유 회장이 84.03% 지분을 들고 있다.

다만 총수일가는 그룹 최대 계열사인 제일건설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다. 유 회장은 비영리 공익법인인 창암재단 이사장 역할만 하고 있다. 유 사장은 2016년을 끝으로 제일풍경채로 자리를 옮긴 후 박 사장을 경영 전면에 세웠다.

박 사장은 내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전남대를 졸업하고 제일건설에서 입사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취임 후 5년 동안 실적과 시공능력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최근 제일건설이 특혜성 사업 등 문제가 부각돼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게 박 사장이 안고 있는 최대 과제다.

정치권에선 제일건설이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일부 이익을 독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지구 내 아파트 부지는 A1~12블록 등 총 12곳이다. 제일건설은 임대주택부지 A9·10블록 등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블록 사업에 참여했다.

자회사인 영우홀딩스를 통해 182곳이 참여한 A5·7·8블록 추첨에서 모든 용지를 낙찰받았다. 이후 제일건설은 영우홀딩스 등과 시행사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대장일PFV’를 설립해 시공을 맡았다. 제일건설이 거둔 분양수익은 4400억원으로 추정된다.

GS건설과 함께 참여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개발과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도 잡음을 낳고 있다. 송도복합단지 사업은 사업자 선정을 마쳤지만 발주처인 인천시가 의도적으로 GS건설 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책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재심사가 진행되거나 장기적인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시공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발주처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은 지난해 3월 GS건설과 제일건설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 사업은 공동주택 2797가구와 오피스텔 572실을 짓는 사업으로 상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사업비는 8800억원이다. .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의 경우 공모심의위원회를 거쳐 채점까지 진행됐지만 심사위원 자격과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여 공모가 중단됐다. 법원이 2월 공모 컨소시엄 중 한 곳이 안양도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면서 공모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위장계열사 동원 벌떼입찰, 제일건설만 덩치 불려

제일건설은 이외에도 위장계열사 이슈에 휩싸인 상태다. 일명 '벌떼 입찰'로 인해 잡음이 크게 일었다. 벌떼 입찰은 국토부 공공택지 공급 방식인 추첨제에 참여해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위장 계열사를 동원하는 악습을 일컫는 말이다. 택지를 따낸 뒤에는 핵심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 수십곳의 위장계열사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제일건설 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지표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다. 제일건설은 계열사가 따낸 시공권이나 택지를 독식하다보니 내부거래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특수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한 매출은 2011년 642억원에서 2016년 3027억원까지 늘었다. 2020년말 기준 특수관계사 매출과 대여금은 2844억원과 2218억원으로 상당 수준이다.

사업을 넘겨준 계열사들은 소위 '좀비기업'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택지를 낙찰받고 시공계약을 맺은 후 영업활동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일건설 계열사인 △세종화건설 △창암종합건설 △제일풍경채 △제이아이주택 등 5곳은 2019년 기준 매출액이 ‘0원’이다. 사업권을 따내는 용도로 세워진 기업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그룹 내에서 제일건설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자산은 1조1837억원으로 계열사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다. 2020년 한 해 매출은 7379억원으로 5년여 전 매출(4843억원)과 비교해보면 1.5배 넘게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81억원으로 같은 시기 두 배 넘게 늘었다. 계열사들을 동원해 따낸 사업을 모두 제일건설에 몰아주면서 이룬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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