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06일 07:5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주주'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지만 주주들은 기업 이해 당사자 중 가장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따라서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하면 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이 책을 보기라도 했을까. 한화솔루션은 작년 초 현 주주들에 사실상 희생을 감내하라는 배당정책을 내놓고 2년 연속 미배당을 이어갔다.
한화솔루션은 1년 전 2025년까지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한 해 사업과 투자를 마치고 남은 돈의 20%를 준다는 얘기인데, 이 FCF를 구하는 산출법이 법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공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화솔루션이 설정한 FCF 산출법에 따르면 2025년까지 사실상 배당을 주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한화솔루션 FCF 산출법의 핵심은 M&A다. 통상 신용평가사 등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면 FCF는 M&A의 재원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FCF를 M&A 이후 결과값으로 봤다. 이렇게 해서 작년 FCF가 -2.5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통상의 기준대로라면 약 3000억원의 FCF가 나와야하지만 그들의 기준에 -2.5조원으로 변신했고 이는 미배당의 명분이다. 이 배당 정책이 세워진 2021년 이후 2년 연속 미배당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2025년까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탄생 이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이다. 드라이브 전략의 핵심은 M&A다. 작년 RES프랑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는 등 M&A로 유출되는 현금량이 상당하다. 앞으로도 수많은 딜들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한화솔루션의 FCF는 당분간 마이너스(-)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애초에 배당 정책 자체가 주주들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변동성이 큰 FCF를 배당 정책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다.
기업의 배당정책은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위법'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항상 성장해야한다는 숙명을 지닌 기업이 '집중 성장 시기'라면서 현 주주의 희생을 요구하는 배당정책은 ES'G'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화그룹의 핵심가치가 '신용과 의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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