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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DB하이텍]매각도 지주사 전환도 안하려면…DB의 선택지는③유예기간 안에 지주사 설립 기준 미달되면 다시 '원점'으로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28 15:00:23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1일 09: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이란 당면 과제를 놓고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공정거래법대로 지주회사가 되는 DB Inc.가 자회사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늘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재무 여력이 된다는 전제에서다.

그러나 시가총액 2000억원 수준의 DB Inc.가 시가 3조원의 DB하이텍 지분 인수를 노리기란 쉽지 않다. DB Inc.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12.4%를 팔아 그룹에서 끊어내면 지주사로 전환할 필요가 없어지지만, DB그룹은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확실하게 긋고 있다.

매각하지 않고, 지주사 체제로도 전환하지 않으려면 DB Inc.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지분 매입·매각 아니라면, 대안은?

지주사 설립 기준인 '재무상태표상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지분(주식) 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 중 하나라도 미달되게 만들면 된다. 그러면 DB하이텍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 원래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 한 번 지주사 설립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유예기간 안에만 이슈를 해소하면 아무 제재도, 문제도 없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 측 설명이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DB Inc.가 자산을 늘려 자회사의 장부가액 합계액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게 가장 실현가능성 높은 방법이라고 본다. DB Inc.가 신사업 투자를 명목으로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조달하거나 차입금을 늘리는 식으로 부채 규모를 키우면 DB Inc.의 총자산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DB Inc.가 채권 등을 찍어내 지금보다 부채를 2000억원 가량 늘린다고 가정하면, 자산총액은 8100억원이 된다. 현재 DB Inc. 사업보고서상 DB하이텍의 장부가액은 4008억원으로 DB Inc. 자산총액 50% 안에 들어온다.

DB Inc.가 조달한 차입금은 대여나 유상증자 등의 형태로 DB하이텍으로 흘러가 투자실탄이 될 수 있다. DB하이텍은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DB Inc.가 DB하이텍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도 더 확보할 수 있다.

과거 미래에셋캐피탈도 자회사 지분가치를 총자산의 절반 미만으로 낮추려고 매년 단기 부채를 조달해 총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했었다. 이런 식으로 부채를 늘리거나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지주회사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DB Inc.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리는 건 감수해야 한다.

DB하이텍의 국내 사업장인 경기도 부천공장(Fab1)과 충청북도 음성공장(Fab2) 전경

◇계열사 활용법도 선택지가 될 수 있나

DB하이텍의 지분을 0.78%가량 들고 있는 DB생명이나 DB손해보험이 DB Inc.의 DB하이텍 지분을 나눠 갖는 것도 가능하다. DB Inc.가 DB손해보험에 지분 일부를 팔아 DB Inc.의 DB하이텍 지분가액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금융사는 비금융사 지분을 15%까지만 출자할 수 있는데, DB하이텍 지분 12.4% 중 5%만 덜어내도 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금융사인 DB손해보험이나 DB생명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DB Inc.와 DB하이텍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시나리오 중 하나로 그려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행위 제한 규정이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사실상 기업 분할이다.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SPC가 DB하이텍 지분을 소유하게 하는 것이다.

2013년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캐피탈 지분을 해외계열사 두산중공업아메리카(DHIA),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DIA)로 넘겨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회피한 전례가 있다. DHIA와 DIA는 각각 두산중공업과 인프라코어가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 정서에 반해 '꼼수·탈법 논란'이 일 수 있다. 역시 현실적으로 선택하기가 않은 카드다. 지배구조 한 전문가는 "지금 DB Inc.의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지주사 전환 이슈 해소 방법은 부채를 늘려 총자산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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