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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스타보드와 헌츠맨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5-03 10:05:11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3일 10: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미국에서는 헤지펀드의 적대적 M&A가 처음으로 성공했다. 10개월에 걸친 캠페인 끝에 다든레스토랑(올리브가든) 이사 12인 전원이 교체되었다. 다든 주가는 60% 폭등했다. 헤지펀드 이름은 스타보드(Starboard Value)다. 2002년에 설립되었고 다든 외에도 야후, 메이시, 파파존스 등 유명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로 유명한 펀드다. 바로 그 스타보드가 2021년 말부터 텍사스의 화학회사 헌츠맨(Huntsman Corporation)에 대한 행동주의를 진행해왔는데(지분 8.4%) 지난 3월 말, 이사회 진출에 최종 실패하는 일이 발생했다.

스타보드는 10인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업계, 금융계에서 명망있는 4인의 후보를 내세웠지만 주총에서는 회사측 이사 후보 10인(여성 5인 포함) 전원이 선임되었다. 표차도 10%가 넘는다. 스타보드는 지금까지 약 30개 회사에 80명이 넘는 이사를 진출시킨 실적을 자랑한다. 그러나 헌츠맨 사례에서는 의결권자문사 ISS의 지지까지 받았음에도 단 한 명의 이사도 진출시키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헌츠맨을 자문한 로펌(Kirkland & Ellis)은 헌츠맨의 성공적인 방어를 여러 가지 배경으로 설명하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그중 몇 가지 전략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첫째,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양보다 질을 중시해야 한다. 회사, 펀드 공히 지나치게 장문의 자료를 반복적으로 내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주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회사는 펀드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는 것이 좋다. 헌츠맨은 일부 핵심 항목에 집중해서 대응했다. 특히 이사 후보들의 자격 홍보에 치중했다.

둘째,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임장대결을 앞둔 기관투자자들은 경영진뿐 아니라 사외이사들과의 미팅을 통해 회사의 경영전략과 ESG전략에 대해 듣고 싶어 한다. 특히 사외이사들이 전략과 목표 차원에서 경영진을 감독,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얻고 싶어한다. 헌츠맨의 몇몇 사외이사들은 회사가 대형 기관들의 지지를 받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일부 사외이사들은 기관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고 그를 통해 기관들의 신뢰를 확보한 인사들이었다.

셋째,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ISS와 같은 의결권자문사의 지지는 언제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ISS를 통해 받는 지지는 통상 15~40%라고 한다. 행동주의의 목표가 된 회사는 따라서 자문사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ISS의 지지를 받게 되면 대개 성공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를 물리칠 수 있다. 헌츠맨은 ISS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ISS는 주주가 아니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들이고 통상적인 상황에서와는 달리 행동주의 상황에서는 주주들이 ISS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넷째, 결국은 실적이다. 회사가 믿을만한 전략과 이사회를 갖추고 있으면 주주들은 순항할 회사에 굳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헌츠맨은 스타보드가 나타난 이후에도 종래의 장기발전전략을 변화없이 집행했고 2021년과 2022년 1분기에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이 경우 펀드가 거론하는 과거의 숫자들은 의미를 상실한다.

다섯째, 스타보드와 같이 유명하고 실적이 탁월한 펀드가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 펀드라고 해서 꼭 완벽한 플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면 대결로 갈 것인지 협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서 회사는 펀드의 사업상 제안의 내용과 펀드가 내세우는 후보들을 같이 잘 살펴보아야 한다. 스타보드는 2021년에 초점을 맞추고 2022년을 거론하지 않았다. 헌츠맨은 협상을 거부했고 주주들은 화답했다.

라자드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미국에서는 총 38인이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이사회에 진출했다. 6월까지 추가 85개의 이사석을 놓고 표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행동주의 전망이 쉽지 않지만 9월 부터 미국에서는 주총에서의 위임장대결에 SEC의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고 펀드들이 캠페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행동주의 사례는 증가할 것이고 펀드들의 제안이나 이사 후보도 늘어날 것이다. 그 결과 최소한 몇 사람의 이사가 펀드측에서 선임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헌츠맨 사례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응하는 회사들에게 교과서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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