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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CB 찍은 에어부산, 아시아나에 손벌리지 않은 까닭 100억원 규모 발행, 다수의 증권사 인수…사측 "자본확충 채널 다변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2-07-22 07:39:16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어부산의 자금조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을 빼놓을 수 없다. 저비용항공사(LCC) 특성상 금융권에 담보로 맡길 자산이 마땅치 않고 신용등급도 없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모회사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외부 자금을 끌어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 유동성 확보에 나설 때마다 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유상증자(주주배정)시 최대주주로서 가능한 배분 몫 이상 참여했고 수차례 영구전환사채(CB)도 인수했다. 하지만 이번엔 에어부산이 발행하는 영구CB 인수 주체로 나서지 않아 눈길을 끈다.

에어부산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100억원 규모의 영구CB 발행을 결정했다. 사채를 찍는 건 작년 6월 이래 1년여 만이다. 유동성 마련과 자본확충 효과를 동시에 얻기 위해 영구채 발행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달한 자금으론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건 인수 주체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십시일반으로 CB 인수에 나섰다.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외 제3자에게 사채를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 이래 모두 네번에 걸쳐 영구CB를 찍었다.

구체적으로 2020년 6월 500억원, 작년 3월과 6월 각각 300억원 규모로 모두 합해 1100억원 어치다. 코로나19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며 부족해진 운영자금 확보 차원이었다. 이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수를 도맡았다. 자회사 지원 차원이었다. 에어부산은 금융당국이 지원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조건이 맞지 않아 신청하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에도 성실히 참여했다. 자회사를 지원하는 동시에 지분율 희석을 막아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재 에어부산이 추진하고 있는 1612억원 규모의 유증에도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혔다. 656억원을 투입해 발행 신주(5200만주)의 40.71%에 해당하는 2117만158주를 인수한다. 우리사주 우선배정 등의 영향으로 지분율은 기존 41.98%에서 41.89%로 소폭 낮아질 전망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자본확충 채널의 다변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역시 "유증은 지배력 유지를 위해 참여를 결정한 것"이라며 "그 외에 별도의 지원을 검토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사정이 나쁜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추가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의 활약으로 올 1분기 1769억원(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2분기 역시 7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증권가에서 보고 있다.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3893억원이었다.

이를 두고 에어부산이 통합LCC로의 전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서히 아시아나항공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 되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해 통합LCC로 만들 예정이다. 이 통합 LCC는 지배구조상 대한항공 자회사로 운영된다.

최종 목표는 한진칼→통합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통합LCC 구조다. 세부 내용까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에어서울 지분을 인수한 뒤 합병하는 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어쨌든 FSC와 LCC가 각각 합쳐지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간 연결고리가 결국엔 끊기게 된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한진칼이 보유 중이던 진에어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첫발을 뗀 상태다. 해당 조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을 피하는 효과를 낸다. 동시에 대한항공이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단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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