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쏘카 주주들 ‘평가절하’ 수용...일등공신 '롯데렌탈'최대주주, FI에 풋옵션 제공..."시장분위기 변화, 이정표 될듯"
최윤신 기자공개 2022-08-11 13:18:38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9일 1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쏘카가 희망공모가격밴드보다 낮은 공모가격으로 상장을 강행키로 했다. 이런 결정은 투자할 당시의 밸류보다 ‘평가 절하’를 감수하겠다는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증권업계에선 최근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대로 공모가 조정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한 경우가 잇달았던 걸 고려할 때 시장분위기의 변화를 보여준 '이정표'라고 본다.
◇1조1000억원 가치로 투자했는데, 9000억원 밸류 인정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당초 제시한 희망공모밴드(3만4000~4만5000원)보다 낮은 2만8000원에 상장을 강행한다. 상장직후 시가총액은 당초 희망공모가 하단 기준인 1조2060억원보다 낮은 9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쏘카는 앞서 내부적으로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고 이날 오후 이사회를 거쳐 상장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주목할 건 일부 주주들이 투자 당시 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공모가 진행되는 걸 감수하기로 했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비상장 기업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할 당시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투자 계약에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기도 한다.
올 들어 증시가 급격히 침체하자 이런 이해관계로 기업들의 상장 길이 막히는 경우가 생겨났다. 올해 5월 수요예측 이후 상장을 철회한 원스토어는 당초 공모가를 희망 범위보다 낮춰서라도 상장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주요 주주가 기업가치 하향에 반대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원스토어 뿐 아니라 현재 IPO를 추진 중인 일부 기업들도 기존 투자자와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쏘카의 주주들은 IPO를 위해 저평가를 감수했다. 지난 2020년 10월 시리즈E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 송현인베스트먼트와 SG PE는 투자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상장이 이뤄지는 데 동의했다. 두 FI는 약 1조1000억원의 밸류에이션으로 6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전략적투자자(SI)인 롯데렌탈은 이번 상장이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IPO가 진행되던 지난 3월 기존 FI들로부터 구주를 인수했다. 1746억원 가량을 들여 FI 11곳이 가지고 있던 386만6075주(상장 전 지분율 13.29%)를 사들였다.
롯데렌탈이 지분을 사들일 당시 가격은 주당 약 4만5200원으로 이번 상장에서 쏘카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한 희망공모가밴드 최상단보다 높다. 롯데렌탈은 IPO 추진 시점부터 투자 밸류에이션 평가 절하를 감수한 셈이다.
구주매입을 통해 다수의 FI를 엑시트 시킨 만큼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였다는 의미도 있다. SI로서 사업 시너지 등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한 만큼 상장 시점의 밸류에이션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걸로 전해진다.
◇ "투자자는 눈높이 현실화, 발행사는 신뢰 줘야"
IPO 과정에서 쏘카의 최대주주인 ‘SOQRI’가 최대 FI인 헤르메스투 유한회사에게 풋 옵션을 부여한 것도 결과적으론 ‘신의 한 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전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인 유한회사 SOQRI는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인 지난 6월 헤르메스투가 요청할 경우 헤르메스투가 보유한 주식을 대주주 또는 대주주가 지정하는 자가 매입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풋옵션의 행사가격과 유효기한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헤르메스투의 엑시트를 보장한 조치로 평가된다.
헤르메스투는 사모펀드인 IMM PE가 쏘카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IMM PE는 2018년 헤르메스투를 통해 쏘카에 600억원을 투자해 242만3796주(상장 전 지분율 8.33%)를 가지고 있다.
IMM PE의 투자 당시 주당 취득 단가는 2만5000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2만8000원의 이번 공모가격보다 낮지는 않지만, 투자시점이 4년 가량 경과했음을 고려할 때 최대주주가 부여한 풋옵션이 없었더라면 동의가 어려웠을 수 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쏘카의 사례가 IPO를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급격히 냉혹해지고 있어 과거 투자유치 당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정한 공모를 하지 못하면 결국 더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는 만큼 투자자가 눈높이를 낮추고, 최대주주는 향후 투자자의 엑시트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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