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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미래를 묻다]오픈엣지가 그리는 삼성·SK·현대와의 상생 그림②이성현 대표 "국내 기업끼리 힘 합쳐야…상장 이후 추가 M&A도 적극 검토 "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30 13:23:27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SK그룹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협력사로 조명받기도 했다.

SAFE는 삼성 파운드리가 팹리스(설계전문)에 설계자산(I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은 파트너들을 말한다. 오픈엣지와 삼성 파운드리는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오픈엣지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는 뭘까. SK그룹의 경우 5세대(5G)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분야 기술력이 필요한 SK텔레콤은 물론 종합반도체기업(IDM) SK하이닉스, AI반도체 전문 계열사 사피온 등과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현대자동차와도 협업할 수 있다. 당연히 국내 팹리스와도 협력 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인력 풀이 넓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1세대의 실패 반면교사,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3%에 그쳤다. 퀄컴과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의 시장 점유율은 69.1%에 달한다. 정부도 취약한 국내 비메모리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업계를 키우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민간 부문에서도 스타트업계 동료들이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의지가 충만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취약한 비메모리 생태계를 키우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팹리스 1세대'들이 도전했으나 결실은 많지 않았다.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이 많다. 그러나 후배들은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있다. 이 대표는 "1세대의 실패에서 배운 토종 팹리스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며 "지금 팹리스 스타트업들을 보면 해외에 자회사를 두고 있고, 해외 근무경험이 있는 경영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특히 '한국형 반도체 IP기업'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있다. 디자인하우스나 파운드리, 후공정 기업들이 팹리스의 외주 업체라면 IP 기업은 성격이 다르다. 2~3년 뒤 팹리스가 어떤 설계자산이 필요할지 내다보고 선행 기술을 개발한다. 첨단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도체 IP분야는 성장잠재력도 큰 시장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 IP 시장은 올해 말 기준 64억달러(약 9조원) 2025년 100억달러(약 13조원)규모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런데 전 세계 IP 회사는 16개 정도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하면 2025년에는 IP 기업 하나당 8000억원의 파이를 가지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긴 장벽이 높다. 반도체 칩 하나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 팹리스가 검증이 안된 신규업체로 바꿨을 경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 대표는 오픈엣지의 경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이미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7년 설립 이후 다행히 국내 업체들이 오픈엣지의 IP를 많이 써줬고, 덕분에 레퍼런스를 많이 확보해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오픈엣지 사무실 전경

◇상장 이후 미래는? 적극적 M&A, 자회사 설립 추진

이 대표는 "올해 중 코스닥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현재 직원은 110명 정도인데 상장 이후 더 좋은 인력들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자금 일부는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전략적 요충지에 자회사를 세우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오픈엣지는 이미 인수합병(M&A)을 통해 반도체 종주국의 최고급 인력들을 흡수한 경험이 있다. 2019년 미국 팹리스 AMD 출신인사들이 창업한 캐나다 IP 회사 '더식스세미The Six Semiconductor)'를 인수했다.

캐나다 자회사는 DDR(D램 규격) PHY(물리계층) IP(제품명 OPHY)를 만든다. PHY란 시스템온칩(SoC)에서 직접 메모리 반도체와 통신하기 위해 필요한 고속의 통신 IP다. 와이파이(Wi-Fi)보다도 빠른 통신 속도를 구현한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인재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이 있다. 국내 IP, 팹리스 생태계를 키우려면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회사 내에서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기술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일하는 문화까지 세세하게 잘 가르쳐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국내 반도체 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일들을 꾸준히 할 것"이라며 "국내 뿌리를 둔 오픈엣지가 글로벌 IP 회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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