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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 신가전 재고리스크 급증…손실충당금 더 쌓았다 ⑧본업 밥솥 힘빼기, 멀티쿠커 등 제품군 다변화로 재고 급증…생산라인 가동률 조정

손현지 기자공개 2022-09-02 09:55:27

[편집자주]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서 재고관리는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타 업종에 비해 신사업을 쉽게 추진하지 않는 편이라 재고관리 역량은 수익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 가전업계가 엔데믹 기조로 접어들면서 재고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펜트업 효과(보복소비)를 기대하고 제조물량을 확대했지만 2분기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각사별로 재고관리 기조와 그에 따른 재무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쿠그룹의 창고에 재고자산들이 쌓여가고 있다. 불어난 항목들은 멀티쿠커, 인덕션레인지 등 최근 새롭게 취급하기 시작한 상품 자산들이 대부분이다.

쿠쿠는 밥솥업계 1인자지만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과감히 전략을 선회했다. 밥솥 생산 비중을 줄이고 렌탈자산과 가습기, 공기청정기, 에어워셔 등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위축 기조 탓에 판매량이 줄어들자 재고충당금을 더 쌓고 생산라인 가동률 조정에 나섰다.


◇'신사업' 판매 부진…상반기 재고 2배 급증

쿠쿠는 쿠첸과 함께 밥솥업계 양대산맥을 이루는 회사다. 기로에 선 밥솥시장에서 쿠첸과 쿠쿠의 전략은 엇갈린다.

쿠첸은 본업인 밥솥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1인 가구, 웰빙족을 겨냥한 틈새수요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쿠첸은 밥솥시장에서 힘을 빼고 있다. 종합가전사로 도약하기 위해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며 신시장 보폭을 넓힌다.

재고리스크 부담을 더 크게 떠안는 쪽은 쿠쿠다. 가전제품 중에서도 밥솥의 경우 4계절 내내 취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이나 계절적 요소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생활가전들은 내구성 제품이라서 경기위축 등 대외적 변수가 있을 시 구매가 보류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올 들어 쿠쿠의 재고량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6월 말 기준 972억원으로 작년 말(689억원)에 비해 41%나 증가했다. 2020년 전까지 재고량을 400억원대로 조절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평년에 비해 2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글로벌 경기불황기를 맞닥뜨리며 가전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자산 세부항목을 봐도 상품 재고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음을 파악할 수 있다. 작년 말 260억원에서 올해 488억원으로 증가했다. 상품은 회사 직접 제조하는 제품과는 달리 외부에서 구매하거나 외주를 맡긴 품목들을 뜻한다. 쿠쿠의 경우 토스트기, 전기보온밥솥(대용량 기계식 밥솥) 등은 외주로 들여와 판매한다.

제품 재고는 변동폭이 미미하다. 작년 219억원에서 작년 말까지 185억원으로 줄었다. 쿠쿠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IH압력밥솥 등 밥솥제품들은 직접 자체공장(양산공장, 시흥공장)에서 생산한다. 제조과정에 있는 반제품과 원재료 재고도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미착품(주문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원재료)은 작년 1억원에서 올해 121억원으로 증가했다.

◇재고회전율 둔화, 평가손실충당금 '최대로'

물론 재고가 늘어난다 해도 고객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량 확대였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매출을 담보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쿠쿠에 생긴 다량의 재고는 긍정적이지 않은 요소로 평가된다. 쿠쿠 경영진과 감사인조차 지난 6월 재고실사를 통해 시장 수요보다 과잉 생산됐다고 판단, 관련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을 7억8000만원 수준으로 계상했다. 작년 말(5억5만원)에 비해 42% 높게 설정한 셈이다.

대부분은 급격히 불어난 상품 재고 손실 예측분이다. 상반기 중 추가로 쌓은 상품 재고 평가충당금이 총 2억8351만원인데 전체 평가충당금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당기간 제품 재고 평가충당금은 오히려 2억7915만원에서 2억7397만원으로 줄었다.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기업들이 재고실사를 통해 시장가치가 하락했거나 진부화됐다고 판단될 경우 적립하는 손실분이다. 취득원가보다 매출액(예상치)이 낮을 것으로 예상할 경우 차액만큼을 손실처리해 매출원가에 가산한다.

쿠쿠의 재고리스크 확대는 둔화된 활동성 지표에서도 증명된다. 재고자산이 얼마나 빨리 판매로 전환되는지를 나타나는 재고자산회전율은 작년 7.1회에서 올해 6월 5.8회로 낮아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의 횟수가 줄어들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이다. 쿠쿠의 재고들은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고 묶여있는 상태다.


쿠쿠는 재고리스크에도 '제품군 다양화'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장가동률을 소폭 조정했으며 자회사 쿠쿠전자를 통해 펫 가전 넬로(Nello), LED마스크 등 미용가전, 인덕션·멀티쿠커 등 주방가전 라인업을 확장했다. 쿠쿠홈시스에서도 공기청정기·정수기·비데·에어컨·청소기 등 생활가전 렌탈 품목을 확대 중이다.

쿠쿠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해 판매점별로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기에 판매점마다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분석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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