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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환경경영전략]삼성이 말하지 못한 고민 '그린워싱', 'Scope3'②성패는 정부의 인프라 구축 속도…선언했어도 가시밭길 예상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19 14:06:0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5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처럼 부품(반도체)부터 완성품(가전·모바일)까지 다 하는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을 찾기란 힘들다. '멀티플레이어'다 보니 환경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도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고려할 사안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이니셔티브 가입'이 경쟁사나 고객사보다 늦어진 이유는 또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도 많은 제조 공장을 두고 있으나 국내는 인프라가 미비해 RE100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삼성을 향해 쏟아지는 대내외적 압박에 일단 RE100 선언은 했으나 문제는 현실적 여건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기업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지가 않다. 제도적 미비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선행되지 않으면 삼성의 RE100 스텝도 꼬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그린워싱 우려 어떻게 불식하나…핵심은 PPA

삼성전자는 해외 일부 사업장에선 이미 RE100을 달성한 곳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를 보면 2020년부터 미국과 중국 반도체 사업장에선 RE100을 이뤘다. 국내에서 섣불리 RE100을 선언하지 못한 건 반도체 사업장은 국내에 몰려 있는데 다 국내는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이 좋진 않은 탓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미미하고 가격도 비싸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떻게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한다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을 보면 원론적인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다. 핵심은 앞으로 양질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다.

삼성전자가 RE100 달성 수단으로 제시한 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Green Pricing),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Direct Generation) 네 가지다.

그런데 이 중에선 실제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것도 있다. 녹색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제도다. 기업이 기존에 내던 전기 요금에 추가 요금(녹색프리미엄)을 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준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REC 구매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REC 등을 구매하는 기업은 그만큼 사용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역시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 활동을 하면서 시장에서 REC를 구매해 RE100으로 포장한다면 그린워싱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들은 PPA를 늘리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PPA는 한국전력의 중개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PPA'와 직접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 PPA'가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환경전략 발표에서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 중국,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체결하는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ESG 전략 전문가는 통화에서 "삼성이 구체적인 수단을 설명하지 않았으나 녹색요금제는 (온실가스 감출 실적으로는) 인정을 못 받기 때문에 포션을 많이 가져갈 것 같진 않다"며 "PPA 제도를 활용해 외부에서 발전한 것을 사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자가 발전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RE100을 하겠다고 선언은 했으나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니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단 점이다. 삼성전자도 RE100을 선언해놓고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데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지적이 나오면 '그린워싱'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단 점을 우려했다. 이것이 RE100 선언을 오랜 기간 망설이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작년 기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에 한참 못미친다'거나 ''RE100 2020' 연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한국을 포함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삼성저자 보도자료 중 발췌

◇Scope3도 점진적 대책 내놔야

온실가스 배출 정도를 면밀하게 따지면 Scope1에서 Scope3까지 다 봐야한다. Scope1은 웨이퍼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Scope2는 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간접배출원을 의미한다. Scope3는 해당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아니라 협력사가 배출하거나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다 포함하는 수치다.

Scope3는 어마어마한 협력사 생태계를 거느린 삼성전자가 관리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지만, 애플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은 이미 자사의 탄소 배출 관리 체계 안에 Scope3까지 적용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현재는 Scope1, 2를 제대로 하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Scope3 관리가 대세가 되면 거스르기 힘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SK그룹이 이미 Scope3를 측정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Scope3 관련 삼성전자는 "향후 Scope3 중장기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망, 자원순환, 물류 등에서 다양한 감축과제를 지속 발굴할 예정"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직원이 화성 사업장 ‘그린센터(폐수처리시설)’에서 정화시킨 물로 조성한 연못에서 손을 적시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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