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유동화 긴급점검]메리츠증권, 셀다운 '사활'…우발채무 줄이기 '안간힘'부동산금융 그룹 연계영업 지속 전망, 리스크관리 '안간힘'
이지혜 기자공개 2022-09-21 13:38:11
[편집자주]
증권사 IB에게 부동산PF는 금싸라기로 여겨졌다. 전통적 DCM·ECM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던 상황에서 부동산PF는 비즈니스의 돌파구가 됐다. 여기에 NCR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암묵적 지원까지 더해지자 증권사들은 유례 없는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불황없는 호황은 없는 법.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동산 경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어느덧 부동산PF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증권사도 타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벨은 부동산PF의 주요 수단인 유동화증권을 중심으로 증권사의 리스크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9일 09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PF 사업에서 셀다운(Sell-donwn)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매 분기마다 1조원 넘게 유동화증권 신용보강을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발채무는 오히려 감소했다.딜을 적극 수임하되 셀다운 속도를 높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동화증권 신용보강은 증권사가 부동산PF 사업을 진행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불확실성이 높아 우발채무로도 분류된다.
그러나 리스크가 작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절대 규모가 워낙 커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유동성 등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메리츠증권만 단독으로 부동산PF 사업을 줄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증권-화재-캐피탈과 연계해 부동산금융 영업 시너지를 내고 있다.
◇‘조 단위’ 신용보강에도 우발채무 비율 개선…셀다운 강화 효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올 3분기 들어 진행한 유동화증권 신용보강 금액은 1조91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예년 대비 적은 수준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의 ‘조 단위’ 신용보강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유동화증권 신용보강 금액은 올 1분기 1조462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1조78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줄었지만 절대적 수치는 큰 편이다.

그런데도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의 우발채무 비율은 올 상반기 90.6%로 지난해 말보다 6.8%포인트(p) 떨어졌다. 올 1분기 말 96%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3개월 만에 6%가 줄어든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셀다운 전략을 강화한 결과로 분석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출과 신용공여 제공 등으로 투자위험을 수반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IB사업모델에서 방향을 바꿨다”며 “자기자본을 필요로하는 영업을 다소 줄이고 셀다운 등 중개수수료 위주의 영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금융당국이 2019년 부동산PF 규제를 강화한 이후 자산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대신 셀다운에 속도를 내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런 기조가 올 들어 한층 강해졌다는 의미다.
덕분에 자본적정성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214.2%에 이르렀다. 다른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20년부터다. 메리츠증권은 2020년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세우고 부동산PF 관련 대출자산과 우발부채를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우발채무가 2019년 8조5328억원에서 1년 만에 4조880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만에 우발채무를 4조5000억원가량 줄인 것이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도 89.9%로 전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증권사들이 금융주선으로 수수료를 받은 뒤 서둘러 발을 빼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분야의 영업력이 강한 만큼 투자자와 네트워크도 좋아 셀다운하기가 좀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대비 부담 '여전'…메리츠그룹 부동산금융 '의지'
메리츠증권이 우발채무를 대폭 줄였어도 낙관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절대적 규모가 워낙 커서다.
한국신용평가는 “메리츠증권이 과도했던 위험익스포저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본 대비 규모가 큰 편”이라며 “LTV를 관리하면서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자본 대비 익스포저가 상당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유동성 및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메리츠증권이 단독으로 부동산PF 사업을 줄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부동산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업부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증권-보험-캐피탈 등 계열사가 연계해 부동산금융부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오랜 기간 부동산금융에서 쌓아온 영업지위를 감안할 때 메리츠금융그룹이 부동산금융부문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강력한 성과보상 체계로 우수인력을 영입했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딜을 우선 흡수, 리스크 관리에도 구조적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그룹은 메리츠증권이 부동산금융 영업을 진행하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소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지만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은 오히려 늘리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리스크가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에서 중·후순위 비율은 평균을 밑돈다”며 “초대형사와 비교해도 브릿지론 등의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사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기에 딜 심사 역량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비교적 안전한 선순위 딜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금껏 부동산PF 사업에서 디폴트가 난 적이 없을 정도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신규투자는 물론 보유자산에 대해서도 최대한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위험요인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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