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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는 지금]김헌동 사장이 외치던 자산 매각 반대 '딜레마'⑦경실련 활약 당시 '보유 개발' 주장, 18조 부채 해소안 마땅찮아 속 앓이

신준혁 기자공개 2022-09-22 13:07:29

[편집자주]

SH는 서울 내 대형 개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동안 축적해 온 도시개발 사업 노하우가 지방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부분에서 '부침'이 엿보인다. 10년간 이어졌던 급성장세가 주춤하다. 현 정권에선 주택 공급의 '공공성' 강화 기조가 이어져 수익성 약화가 보다 심화될 우려도 있다. SH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과거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활약할 때 공기업은 '매각이 아닌 보유' 관점에서 개발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산 매각을 통해 과도한 시세차익을 남겨선 안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그가 올해 지휘봉을 잡게 된 SH가 임대주택과 택지지구 조성사업으로 인해 18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쌓인 부채과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보인다.

줄곧 '매각보다 보유' 견해를 주장해왔던 김 사장 입장에서 보면 SH 취임에 따라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김 사장 체제에서 SH가 과연 자산 매각에 적극 나설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지 관심을 끈다.

SH의 2021년 말 부채규모는 18조330억원이다. 자본금 9조3836억원 대비 부채비율은 192%다. 차입금 규모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차입금은 △2019년 4조9258억원 △2020년 5조418억원 △2021년 4조8856억원 △2022년 5조5042억원으로 늘었다.

부채의 증가 속도에 비해 차입금 상환계획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다. 2019년 상환계획을 보면 2021년 이후 3조3207억원까지 차입금을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같은해 말 차입금은 4조8856억원을 기록했다.

부채 및 상환계획서에 따르면 정책자금 중 주택도시기금 차입금은 5조2902억원이다. SH는 내년까지 총 219억원을 상환할 계획인데 이는 전체 0.04%에 불과하다. 민간금융에 해당하는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권은 올해 전부 상환한다. 이밖에 사모채권과 은행여신, 중장기할인어음, CP는 없다.

업계에선 SH의 차입금 상환계획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SH의 '후분양제'와 '선투자·후회수' 구조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재정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H는 주택분양 방식으로 '후분양제'를 채택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이나 분양주택을 짓고 난 후 분양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택지지구에서는 '선투자·후회수' 방식을 통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선투자·후회수'는 대규모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사업비를 투입하고 수년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금융부채를 늘리는 요인이 된다. 도시개발사업 규모에 따라 사업비를 투입하는데 자금회수까지 기간이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다보니 금융부채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부채 규모가 수년째 증가했지만 공기업 특성상 부채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공익성 위주의 임대주택사업에 연간 5조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증가했다. 여기에 13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며 매년 3500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공공분양사업과 택지매각을 통해 발생하는 최소한의 수익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중이다.

공사 안팎에서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규모 사업 개편과 자산 매각 등이 거론된다. SH가 보유한 서울시 내 주택과 건물, 토지를 매각하면 수조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SH공사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23개 지구의 택지를 매각해 5조4684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택지 평균 수용가는 3.3㎡당 334만원, 평균 조성원가는 1100만원이다. 토지 조성원가가 수용가격보다 3배 가량 높은 셈이다.

다만 자산 매각을 두고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업계에선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공공주택을 개발해 서울시 주거품질을 높이고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김 사장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자산 매각보다 보유' 쪽 주장에 힘을 보탰다.

경실련은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서 "SH가 해당 기간 택지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조성원가인 8조8000억원을 제외해도 약 29조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며 "서울시민의 자산을 5배 가량 늘릴 수 있었지만 땅을 매각해서 29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SH는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통해 경실련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실련이 재고자산을 시세대로 평가하고 공공주택 확대에 나서라는 주문에 대해선 공공주택의 유동화(매각)는 법령에 따라 매우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SH 관계자는 "분양주택용지나 상업·업무용지 등 토지는 최고낙찰가나 감정가로 공급하는 만큼 토지 수용가격과 조성원가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 체제 속에서 SH가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해소에 나선다면 결국 과거 경실련의 주장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김 사장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자산 매각 결단을 내리기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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