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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임동순 수석부행장, 이사회 멤버 진입…독립성 강화 신호탄②부행장 선임 1년 만에 수석부행장 승진한 인사·재무 전문가

김형석 기자공개 2022-09-27 07:10:47

[편집자주]

NH농협금융은 2012년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 이후 5대 금융지주로 성장했다. 이 밑바탕에는 NH농협은행의 견실한 성장이 있었다. 지배구조 면에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농협은행의 성장이 독립경영의 지렛대 역할의 핵심 키다. 농협은행의 핵심 경영진의 면면을 통해 농협은행의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의 2인자는 임동순 수석부행장(사진)이다. 임 수석부행장은 지난해 1월 부행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올해 초에는 장승현 전 수석부행장의 뒤를 이어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고 있다. 경영기획부문에는 종합기획부와 홍보부, 마케팅지원부가 배치돼 있다. 그는 농협은행의 전통에 따라 수석부행장 몫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겸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됐다. 은행 임원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발탁된 것은 농협은행 창립 후 처음이다.

그가 빠르게 농협은행의 핵심 요직에 배치된 데에는 탁월한 업무수행 능력과 권순학 농협은행장과의 호흡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부행장으로 선임된 후 맡은 인사(HR)와 신탁부문 모두 NH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사업추진 목표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 비 은행장 출신 첫 이사회 멤버…권 행장과 호흡 기대

임 수석부행장은 지난 4월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선임됐다. 2012년 신용·경제 사업분리(신경분리) 이후 농협은행이 탄생한 이후 은행장 외 은행 임원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발탁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사회 변화에 따라 이사회 멤버 편입의 의미도 커졌다. 농협은행은 3명이던 비상임이사 자리를 2명으로 줄이고 내부 인사인 임 수석부행장에 이사회 자리를 맡겼다. 농협중앙회가 추천하는 농협은행 비상임이사 자리는 통상적으로 농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농협 계열사 관계자 몫이었다.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 수가 감소하면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입김은 줄었다. 대신 은행 실무단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여기에 이사회에서 권 행장의 든든한 우군으로서의 역할도 가능하게 됐다. 권 행장과 임 수석부행장은 20년 이상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임 수석부행장은 1990년 입사했다. 권 행장은 그보다 1년 빠른 1989년 입행해 임 수석부행장보다 1년 선배다. 나이 차이도 권 행장이 임 수석부행장보다 한 살 많다.

출신 지역도 수도권으로 같다. 임 수석부행장은 과거 농협중앙회에서 인천지역 지점장과 본부장을 역임했다.

둘은 인사이동 시기도 비슷하다. 임 수석부행장이 2012년 농협은행으로 먼저 적을 옮겼고, 이듬해인 2013년 권 행장이 NH농협은행 평택시지부 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행장이 농협중앙회 이후 농협중앙회에서 기획조정본부 본부장을 역임할 당시에 임 수석부행장은 농협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을 맡았다. 2020년 말 권 행장이 은행장에 선임되자, 그 역시 농협은행으로 복귀했다.

농협 한 관계자는 "임 수석부행장과 권 행장은 입사 1년차 선후배에다 나이도 1살 차이"라며 "상대적으로 비주류 지역인 수도권 지역에서 두 인물이 30년 가까이 지내면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던 만큼, 임 수석부행장의 이사회 참여는 권 행장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디지털 혁신 성과지표 확립

지난해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으로 복귀한 임동순 부행장은 인사(HR)와 업무지원 및 신탁부문을 맡았다. 그는 먼저 인사 혁신에 손을 댔다.

우선 디지털 전문 인재영입과 양성 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디지털 인재 육성 사업은 지난해 도입한 DT마스터 인증제다. 디지털 인재 양성이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과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핵심 과제였다.

DT 마스터가 도입되면서 농협은행 임직원들은 디지털 금융 신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 등에 파견돼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디지털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의 ‘특별 관리’를 받게 된 셈이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뉜 DT 마스터 과정을 모두 이수한 임직원은 디지털 전문인력으로 분류돼 추후 애자일 조직 등에 투입된다.

디지털 관련 임원들의 성과평가(KPI)에 디지털 인재 확보 점수를 반영한 것도 임 수석부행장의 공로가 컸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농협금융의 핵심 인재 육성 키워드는 '디지털'이었다"며 "과거 인사부장을 역임했던 경험이 임 수석부행장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언신탁 공략…신탁 부문 성장 견인

임 수석부행장이 신탁부문을 맡은 지난해 농협은행은 신탁자산 확대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신탁부문 자산은 47조4711억원으로 1년 새 2조5531억원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신탁부문 수익도 8054억원에서 871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은행권에 사모펀드 부실 판매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탁 사업이 크게 위축됐던 것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성장이다.

신탁은 투자자가 현금이나 채권, 증권, 부동산 등의 재산을 신탁업자인 금융회사에 맡기면, 해당 금융회사가 신탁목적에 따라 해당 재산을 관리·운용·처분한 후 발생된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신탁부문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핵심 사업이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펀드 판매가 감소해 신탁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규제혁신 추진 방향에 신탁 재산(투자일임 재산)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신탁의 운용 자율성 강화를 포함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금전과 증권, 채권, 부동산 등에서 부채와 담보권, 보험금도 수탁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신탁자산(총 수탁고) 규모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회사에 맡겨진 신탁재산은 총 1년 새 53조원 증가한 12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360조원이다.

임 수석부행장은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부문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은행 등과 신탁계약을 맺고 자신의 재산 소유권을 이전한 뒤 생전 및 사후의 관리와 배분을 맡기는 계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1년 신탁법 개정 후 도입됐지만,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유언대용신탁을 공략하면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다른 신탁 상품으로 연계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신탁보수를 연 0.2%(후취)로 낮췄다. 이는 경쟁사들(0.3%)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상조회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제휴 상조회사로부터 10%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전에 장례 설계와 사전 안치시설 동행 서비스, 영정사진 제작 등도 무료로 제공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올해부터 시중은행을 비롯해 주요 금융사들이 신탁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 농협은행은 신탁부문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난해 수수료 인하 등 공격적인 신탁자산 확보를 추진하면서, 경쟁 은행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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