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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소부장 투자 트렌드 주도, '핀셋 투자' 탁현철 스틱벤처스 상무에스엠랩·대경오앤티 등 베팅, 2차전지·ESG 기업 발굴 '귀재'

양용비 기자공개 2022-10-04 08:09:11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9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은 국내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만든 ‘뿌리’라 불린다. 그만큼 소부장 산업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러나 소부장 산업은 벤처캐피탈에게 그리 각광받는 영역은 아니었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고 더욱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는 탓이다.

그만큼 소부장은 심사역에게도 투자하기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기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사역의 통찰력, 산업 트렌드를 미리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투자사 밸류업을 조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다.

이 같은 측면에서 스틱벤처스의 탁현철 상무(사진)는 소부장 투자에 특화된 모든 역량을 갖췄다. 통찰력과 혜안, 네트워크 뿐 아니라 잠재 투자 기업에 편견을 갖지 않는 유연함까지 겸비했다. 그는 2차전지 등 소부장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만큼 '검증'에 더욱 공을 들이는 심사역이다. 면밀한 검증 이후 투자에 나서는 핀셋 투자가다. 그가 소부장 영역 벤처투자 업계에서 키 플레이어 떠오르는 이유다.

◇성장스토리 : 건축학도에서 기술거래사로, 최종 행선지는 ‘VC'

소부장 투자 베테랑인 탁 상무는 대학 시절 건축학도였다.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석사 출신이었지만 디자인 중심의 건축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영역이 건축공학이었다.

건축 재료를 연구하던 그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곳은 부산테크노파크였다. 2003년 부산테크노파크 부산기술거래소에서 주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기술거래 비즈니스를 도맡았다.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무형의 자산인 기술을 거래하는 일이었다. 기술평가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던 시기다.

당시 수많은 기업을 만난 탁 상무는 그들의 고민이 결국 ‘자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산지역 기술 기업을 위해 대출, 투자 유치 등을 위한 키다리아저씨를 자처했다. 당시 수도권 이 외 지역의 기업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던 까닭에 더 많은 발품을 팔아 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산업은행에서 지방 기업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쫓아다니면서 투자 검토를 부탁하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지방의 유망기업을 직접 분류한 이후 역으로 추천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투자가 하나둘씩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부산테크노파크에서 기술거래 뿐 아니라 지역 펀드 운영, 벤처기업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담당하던 그는 2008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도전하는 영역은 벤처캐피탈이었다. 부산테크노파크에서도 스타트업 자금 지원, R&D 자금 지원 등 벤처기업 금융, 조달 업무를 담당했던 까닭에 크게 이질적인 영역이 아니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첫 발을 내딘 곳은 MG인베스트먼트다. 지금의 메이플투자파트너스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데뷔한 이후 그는 줄곧 소부장 투자만 진행했다. 그는 심사역으로 입문한 이후 첫 투자한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2008년 6월 심사역으로 입문하고 1년 6개월 만인 2009년 12월 18일 그는 첫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처는 2차 전지 전해액 생산기업인 파나스이텍이다. 2019년 동화기업이 인수를 확정하면서 동화일렉트로라이트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2010년 MG인베스트먼트에서 나온 탁 상무는 이후 비케이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해 3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3년 그는 지금의 스틱에 자리잡는다. 부산지사장 자리가 필요했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탁 상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부산지사장으로 5년 동안 근무한 탁 상무는 그로스 투자, 바이아웃 등 선이 굵은 투자를 담당했다. 2018년 스틱벤처스가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분사한 이후 소부장 투자 전문 심사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투자철학 : 기술력은 '기본', 경영진 소통 능력 '필수'

소부장 투자로 정평이 난 탁 상무는 투자 검토 시 기업의 기술력에 집중한다. 소부장 투자에서 기술력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술 기업에게 원천 기술은 전략의 실패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더불어 출중한 소통 능력을 보유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친환경 소재기업 아셈스 투자의 경우 이 같은 탁 상무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례로 꼽힌다. 탁 상무는 BK인베스트먼트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거치면서 아셈스에 총 3차례 투자했다. 스틱에서만 2차례 마중물을 부었다.

그는 아셈스 투자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추천하면서 밸류업을 도왔다. 아셈스의 스케일업과 밸류업을 위해 장지상 아셈스 대표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수많은 제안을 했다.

탁 상무는 “장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수용력이 좋다”며 “수많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CFO의 이야기를 경청·존중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갔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소통 능력이 빛을 발한 사례였다.

딜 소싱을 할 때 탁 상무는 ‘오픈마인드’를 강조한다. 접촉 단계부터 잠재 투자 기업의 역량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린 생각으로 기업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도 레퍼런스 체크는 누구보다 보수적으로 진행한다.

그는 “처음부터 오픈된 마음으로 기업을 만나지 않으면 나중에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진다”며 “결국 마음을 열지 않으면 투자 기회가 없고 검증을 하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트렉레코드1 : 2차전지 양극 최대어 '에스엠랩'

2차전지 양극소재 개발 기업 에스엠랩은 탁 상무가 초기부터 발굴해 2차례나 투자했다. 에스엠랩은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가 2018년 설립했다.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망간과 니켈로만 구성된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단결정 양극재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LFP 양극재에 비해 에너지 효율과 가격 경쟁력이 높다. LFP 소재보다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늘려 적은 양을 써도 동일한 거리를 갈 수 있는 용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비싼 코발트를 최소화하고 망간과 니켈을 주로 활용해 LFP·NCM 양극재보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

그는 “사실 20억원을 투자한 시리즈A는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베팅에 가까웠다”며 “50억원을 투자한 시리즈B 단계에서 에스엠랩이 연구와 양산 전단계의 경계에 있었던 만큼 확신을 갖고 자금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탁 상무는 에스엠랩 역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우수한 곳으로 꼽는다. 매월 주주 리포트를 작성해 경영 상황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아직 에스엠랩이 상장에 진입하진 않았지만 투자 이후 나날이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효자로 부상하고 있다. 초기 투자 대비 최근 기업가치는 약 11배 정도 상승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랙레코드2 :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대경오앤티'

동식물성 유지 제조기업인 대경오앤티는 투자 당시 트렌드에선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메인 트렌드로 부상한 사례로 꼽힌다. ESG 경영이 부각되면서 친환경 사업을 진행하는 대경오앤티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경오앤티는 1995년 설립 후 동식물에서 채취한 기름을 제조·판매해 왔다. 이후 폐식용유, 도축 부산물, 식물성 기름으로 가공하는 바이오디젤에 주력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근무할 때 탁 상무가 M&A를 이끌었다. 당시 들였던 자금이 950억원이었다. 인수 이후 ESG 경영 기조가 국내 확산하면서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4440억원, 영업이익은 377억원이다. 탈석탄 기조의 국제적 확산으로 항공유 등에 바이오디젤 첨가를 필수화하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갈수록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경오앤티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본다”며 “대경오앤티는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았던 기업이 메인 트렌드로 떠오른 사례로 보면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2차전지·모빌리티의 ‘넥스트’ 준비

탁 상무는 소부장 투자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그동안 2차전지와 친환경 기업 등에 투자해왔던 그는 다음 트렌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는 “2차전지는 모빌리티 산업의 발달에 따라 성장하고 있다”며 “모빌리티 산업의 뒤를 잇는 산업군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부장이라는 틀 안에서 더 많은 확장을 꿈꾼다. 조심스럽게 조선 산업에 대해서도 투자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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