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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프로파일]'IPO DNA 이식가' 유장훈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끊임없는 '효율' 강조, 선순환 체계 만들어 올해 '빅3 도약' 목표

최윤신 기자공개 2022-10-17 13:18:15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4일 14:04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 시장은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국내 증시 메인무대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건수가 3분기까지 5곳에 불과할 정도다.

삼성증권은 침체한 시장 속에서 단단해진 '내공'을 바탕으로 오히려 더 뚜렷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올해 코스피 입성한 5곳 중 4곳에 대표주관 혹은 공동주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증권사 규모에 비해 IPO 시장에서 존재감이 작은 하우스로 여겨졌는데,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IB업계에선 삼성증권 IPO 강화를 이끈 핵심 인물로 단연 유장훈 기업금융1본부장을 꼽는다. 2017년 NH투자증권에서 옮겨와 올해부터 본부장을 맡고 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업무 철학을 토대로 삼성증권에 걸맞은 전략을 수립하며 삼성증권에 IPO DNA를 이식하고 있단 게 업계의 평가다.

◇성장 스토리: NH서 성장해 삼성으로...금연하며 ‘리더’ 될 용기 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유 본부장은 리서치 애널리스트를 꿈꾸며 증권사에 들어갔다. 1999년 그의 첫 직장인 서울증권(유진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입사 후 처음 배치된 부서는 원하던 리서치 부서가 아닌 경영기획부서였다.

경영기획부서에서 증권사의 각 파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됐고, 리서치 업무보다 IPO업무에 매력을 느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그는 산전수전을 겪으며 회사를 일군 발행사의 경영진을 만나고 기업의 상장 과정을 함께하며 보람을 나누는 일이 퍽 멋지게 느껴졌다.

20년이 넘도록 IPO를 담당했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 본부장은 “발행사 뿐 아니라 인사이트를 가진 벤처캐피탈리스트 등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은 인간적 성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IPO맨’이란 직업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IPO 업무를 하기 위해 회사를 옮겼다. 업의 기본을 익히며 주니어 시절을 보냈고, 2002년 NH투자증권(당시 우리증권)에 합류했다. 곧 LG투자증권과 합병하며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했고, 전략적으로 IB를 키우며 수많은 딜을 경험할 수 있었다.

멘토를 꼽아달라는 말에 수많은 이름을 거론했는데,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조광재 JC에셋자산운용 대표다. 2007년 우리투자증권에 합류해 2015년부터 ECM본부 본부장을 맡아 IPO 경쟁력을 강화한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 대표와의 접점이 많아진 건 유 본부장이 시니어에 접어들던 시절이다. 그는 “IPO맨으로서 머리가 커가며 갖게 된 고민들이 많았는데, 이런 고민들에 대해 많은 해답을 보여 준 사람”이라며 “마음가짐과 리더로서의 조직운영, 고객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IPO 본부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효율성’에 대한 추구도 조 대표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조 대표는 항상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현재 유 본부장의 철학도 이와 맞닿아있다.

삼성증권으로 둥지를 옮긴 건 2017년이다. 성장하는 IPO 조직의 리더가 되고 싶은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삼성증권이 ECM, 특히 IPO 분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력을 영입하던 시기였다. NH투자증권 IPO의 핵심인력이었던 그의 이직은 IB업계의 핫한 이슈였다.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금연’ 덕분이다. 가족과의 약속으로 담배를 끊었는데, 일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그간 담배를 피느라 쓰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았고 집중력도 끊어져 일처리가 효율적이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는 “내 일을 빠르게 처리하니 후배들의 일을 조금 더 꼼꼼히 봐줄 수 있게 됐고, 일의 방향성도 제시해 줄 수 있게 됐다”며 “나쁘지 않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 업무 철학 및 스타일: 효율 강조, “잘 할 수 있는 만큼만 딜 수임”

삼성증권으로 옮기며 IPO2팀장이 돼 리더로서의 자질을 쌓았고, 올해 초 IPO를 총괄하는 기업금융1본부장에 올랐다.

IPO조직의 방향성을 리드해야 하는 본부장이 되며 고민은 많아졌다. 그가 합류할 당시 17명에 불과했던 IPO 인력은 현재 5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본부 산하 팀만 4개에 달한다. 50명 이상의 인력을 보유한 IPO 하우스는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

조직을 이끄는 키워드는 ‘효율’이다. 잘 할 수 있는 만큼의 딜만 수임하는 게 다른 하우스와 가장 차별화된 운영방식이다. 그는 “‘다다익선’이란 생각을 버리는 게 IPO본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력이 잘 소화할 수 있는 딜의 캐파를 설정하고, 수임하는 딜의 양이 이를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우량한 기업들을 선별해 계약하고, 고객에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불필요한 입찰에 쓰이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시장의 좋은 평판은 물론 구성원의 보람과 만족감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자신한다. 실제 이런 방침은 삼성증권이 높은 성공률로 IPO를 성공시키는 데 큰 동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IPO 시장이 수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했지만 삼성증권이 주관한 기업의 심사철회나 공모철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효율’에 대한 강조는 끊이지 않는다. 제안서에도 불필요한 수준의 공을 들이지 말라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하고, 주간회의를 월간회의로 바꿨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부 산하 IPO맨들이 실무와 영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주기 위한 노력이다.

IPO 팀의 구성도 ‘효율’에 방점이 찍혀있다. 기업금융1본부는 IPO 1, 2, 3팀과 코퍼레이트솔루션(CS)팀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컨슈머, 바이오, IT 등의 분야에 상대적인 전문성을 가진 조직으로 구성됐다. 다만 부서간 업종의 벽을 두진 않는다.

유 본부장이 가장 기대하는 조직은 CS팀이다. 본부내 시너지를 넘어 WM부문과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가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증권의 WM부문과 연계 영업을 통해 훌륭한 기업들의 딜을 수임하는 성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IGA웍스의 공동주관으로 합류한 게 연계영업의 대표적 사례다.

유 본부장은 “WM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는 삼성증권이 가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라며 “장기적으론 CS그룹이 별도의 본부가 될 만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트랙레코드1: ‘발상의 전환’ 덱스터 IPO

수많은 기업의 IPO를 주관한 만큼 기억에 남는 딜도 많다. 국내 유수의 빅딜에도 실무진으로 참여해 큰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IPO로는 2015년 NH투자증권에서 진행한 덱스터의 IPO를 꼽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IPO를 크게 성공시킨 사례이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은 해당 딜의 실무책임자로 활약했다.

덱스터는 VFX(Visual Effect, 영화 및 드라마 등의 영상에서 구현하는 특수효과 또는 컴퓨터그래픽)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덱스터는 공모를 추진하는 시점에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며 일반 트랙으로 상장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술성특례트랙를 통해 상장했다.

통상 기술성평가트랙은 바이오기업과 같이 아직 사업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인 적자 기업들이 추진하는 상장트랙으로 인식됐는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술특례 상장을 제안했다. 기술성을 시장에 공고히 알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게 목표였다.

전략은 적중했다. 기술성평가기관으로부터 최고등급인 AA를 획득했고, 당시 침체했던 IPO시장을 딛고 수요예측에서 500대 1의 경쟁률로 크게 흥행했다, 공모가격을 최상단에서 확정지어 상장을 마쳤다.

덱스터의 딜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덱스터 IPO를 성공시킨 트랙레코드가 2017년 삼성증권으로 이직한 후 위지윅스튜디오의 주관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덱스터와 같은 VFX 회사로 우리나라 두 번째 VFX 상장기업이다. 2017년 7월 주관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그가 삼성증권에 와 부서장으로서 수임한 최초의 딜이었다.

◇ 트랙레코드2: 카카오페이, 성장 플랫폼 밸류에이션 기틀 마련

대표적 트랙레코드로 꼽는 또 다른 딜은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페이다. 그가 삼성증권에 온 뒤 수행한 가장 큰 딜이어서다. 삼성증권이 대표주관한 IPO 중 최대규모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대 그룹사의 일원이다 보니 이해상충의 우려로 국내 금융지주계열 하우스와 비교할 때 대기업집단 IPO 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삼성그룹의 사업영역과 중첩되는 회사의 IPO에선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조단위 빅딜의 주관을 맡기가 쉽지 않았는데, 카카오페이를 통해 공모규모만 1조53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딜의 대표주관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한 대표주관사를 맡아 딜을 주도해 의미가 크다.

유 본부장은 “카카오페이 IPO는 성장 초기의 혁신 플랫폼에 대한 밸류에이션 방향성을 정립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의 딜은 성장률로 조정된(Growth-adjusted) EV/Sales방식을 메인 밸류에이션 방법으로 사용해 주목을 모았다. 앞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IPO에서 국내에 처음 사용된 방식인데, 카카오페이 IPO를 기점으로 성장 혁신 플랫폼의 밸류에이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향후 목표: “올해 빅3 진입, 사람 냄새나는 본부 만들겠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목표를 “IPO 주관건수와 인수금액 등에서 업계 빅3의 지위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준은 있다. 주관사 선정에 참여가 사실상 제한됐던 LG에너지솔루션의 딜을 제외한 뒤의 계산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까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IPO 인수금액 순위는 삼성증권이 1위다. IPO 인수단 참여건수는 13건으로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선두다. 얼어붙은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올해의 목표는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삼성증권은 많은 딜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본부원들의 경험치가 깊게 축적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이런 경험치를 시장에서 믿어주고, 이를 통해 본부원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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