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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이전 상장사 분석]송재민 엠로 대표, '투명경영' 바탕 글로벌 정조준② 2005년 엠로 인수, 경영자로 인생 2막…한국의 'SAP' 도약 목표

정유현 기자공개 2022-11-01 08:19:02

[편집자주]

지난해 유동성 장세 속에서 코넥스에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코스닥으로 이전했다. 총 13개 업체로, 코넥스 설립 후 가장 많은 규모다. 하지만 이전 상장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의 사업전략과 재무구조, 지배구조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8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엠로'의 최대주주이자 수장인 송재민 대표는 회사의 창업자가 아니다. 회계사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였던 송 대표는 기술 기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엠로를 2005년 인수해 전문경영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흔이 다 돼서야 사업에 발을 내디딘 늦깎이 사업가였지만 기술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라클과 SAP 등 글로벌 업체가 장악한 구매공급망관리(SCM)솔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연매출 5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비결이다.

코스닥으로 둥지를 옮긴 후 송 대표는 '투명 경영'에 방점을 찍고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주 명부에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송 대표는 엠로를 한국의 SAP로 키우는 것이 꿈이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 K(케이·KOREA)-SW(소프트웨어) 바람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는 것이 목표다.

◇송재민 대표 2005년 경영난 빠진 엠로 인수, 단일 최대주주 지위 확고

8월 말 기준 엠로의 최대주주는 32.79%의 지분을 보유한 송재민 대표다. 임직원 등 특수 관계인의 지분율을 합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41.5%다.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6.47%·6월 말 기준)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2000년에 설립된 엠로는 현대자동차의 구매진단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삼성, LG, 포스코 등에 SCM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SCM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 분야가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야였고 닷컴 열풍 거품이 빠지며 엠로는 결국 자본 잠식에 빠지는 등 경영난에 봉착했다. 두 차례 최대주주 손바뀜을 거쳐 2005년 송재민 대표가 엠로를 합병하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당시 송 대표는 신주 54만주(18%)를 회득하며 엠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닷컴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 미국 회계 법인에서 근무했던 송 대표는 기술을 내세운 소규모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과정을 보며 기술 기업의 미래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에 돌아와 한국투자파트너스 팀장으로 재직하며 기술 기업을 둘러봤고 처음으로 투자 심사를 담당했던 곳이 바로 엠로였다. 엠로가 매물로 나왔던 시기 작은 벤처 기업의 CFO로 재직 중이었던 송 대표는 엠로의 기술력에 베팅하며 경영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인수 후 기존의 SCM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고 포스코, 한전, 두산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인수 후 3년만인 2008년 딜로이트 회계법인이 선정하는 아태지역 고속성장 500대 기업에 꼽히기도 했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송 대표가 엠로를 인수하던 당시 목표로 했던 그룹사를 모두 다 고객으로 확보했다.

엠로가 국내 SCM분야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만큼 송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18년 코스닥 이전 상장을 뒤로 미루고 블록체인과 AI 등 신기술 도입에 자금을 투자한 것도 글로벌 시장을 향한 열망이 뒷받침됐다.

일찍부터 준비해온 클라우드 서비스는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도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의 NTT도코모와 제휴를 통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동남아 시장과 북미 지역도 주요 업체와 협의중이다. 현지 업체의 플랫폼에 엠로의 SCM 역량을 얹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다.

엠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소프트웨어는 사실상 없는게 현실이다"며 "국내에만 안주하지 않고 엠로를 독일의 SAP같은 회사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K-SW의 저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송 대표의 비전 중 하나다"고 말했다.

◇'투명경영' 실천 위해 IR팀 신설 후 소통 강화, 전 직원 스톡옵션 제공도 눈길

엠로는 코스닥에 이전 상장하면서 최근 한국IR협의회가 선정하는 '한국IR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업전략부문 내 IR팀을 신설해 지난 1년 간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200회 이상의 NDR(Non-Deal Roadshow) 미팅을 진행하며 투명한 IR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엠로가 IR을 강화하는 것은 송 대표의 '투명경영' 철학이 바탕이 됐다. 평소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상장을 하면서 전체 임직원에서 스톡옵션을 제공한 것도 결국 투명경영 철학의 연장선상이었다. 단순히 복리 후생을 넘어 전 직원의 의식과 행동이 주주화되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을 투명하게 할 압력을 받게 된다. 주주 명부에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투명경영 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송 대표는 투명경영뿐 아니라 변화를 강조하는 CEO중 한명이다. 문과 출신이지만 선형대수와 알고리즘 등을 직접 공부해 임직원들에게 강의를 진행할 정도로 공부에 열정적이다. 직원들에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공부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라고 주문한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직원들도 송 대표를 따르고 공부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즐긴다고 전해진다.

엠로 관계자는 "IR뿐 아니라 주주 구성에 있어서도 투명 경영을 강조하기 때문에 가족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임직원들에게 항상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부를 강조하며 직접 AI 등의 신기술을 공부해 웬만한 기술 엔지니어보다 큰 흐름과 맥락을 더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CEO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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