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08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은 서울 오피스 가격이 처음으로 하락하는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리서치센터장이 내놓은 씁쓸한 전망이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형성되기 시작했다. 외자 유치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며 시장이 만들어졌다. 외환위기 때는 시장 자체가 없었으니 가격 등락을 파악할 수 없었다.시장 개화 후 첫 대형 변수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선방했다. 미국 오피스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 국내 오피스 가격은 보합세를 보였다. 당시 한국은행이 5%대였던 기준금리를 계속 끌어내렸기 때문에 낮은 대출 이자로 인한 득을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을 이어갔다. 미국 오피스 시장은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공실률이 20%에 육박하면서 투자가 주춤했다는데 우리 시장은 달랐다. 비대면 트렌드로 돈을 번 IT 기업의 입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오피스뿐만 아니라 물류센터란 새로운 투자 카테고리가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도 이 때부터다.
하지만 올해 초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드는 시점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전세계에 너무 많은 돈이 풀린 탓에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에 한국은행도 발을 맞추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장기간 저금리에 익숙해진 국내 부동산 운용역은 전례 없는 사태라 입을 모아 말한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하반기부터 가격 하락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 시장은 낮은 공실률 덕에 운영수익이 보장됐음에도 고금리를 부담하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팔리지 않으니 만기를 연장하는 부동산 펀드도 여럿 나온다. 물류센터의 경우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이어지지 않아 투입원가 수준에 사업권을 매각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썩 좋지 않은 시장 여건을 바라보며 부동산 운용역들에게 내년 시장 전망을 물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개화한 후 20여년 동안 호황만 겪어온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금리 인상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하던 한 부동산 운용역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돈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안 좋아도 투자하는 입장에선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말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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