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리빌딩 점검]SK쉴더스, 불확실한 IPO 대신 '투자유치'로 선회 가능성물리보안 비중 낮춰 에쿼티 스토리 입증했지만...IPO 재도전 '미지수'
최윤신 기자공개 2022-11-22 13:57:56
[편집자주]
최대 호황이 지나고 올해 IPO 시장엔 혹한기가 찾아왔다. 수많은 기업들이 프라이싱 과정에서 백기를 들었고, 이보다 많은 기업들은 도전장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러나 철회는 끝이 아니다. 최악의 증시를 피해 ‘다음 기회’를 기약한 기업들은 펀더멘털을 굳건히 하고 새로운 에쿼티 스토리를 만드는 데 한창이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있는 IPO 후보자들의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15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쉴더스는 지난 5월 수요예측 이후 IPO 철회를 결정했다. 코로나 시기 풀린 유동성이 급격히 거둬들여지며 투자심리가 급속 냉각된 탓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다른 보안기업과의 차별화된 밸류를 납득시킬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됐다.철회 후 6개월, SK쉴더스는 외형과 내실에서 모두 성과를 내며 착실하게 몸을 다져왔다. 제시했던 성장스토리를 입증해 시장 상황만 개선된다면 다시 IPO에 도전해 볼 법한 체력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큰 변수가 나타났다. IPO가 아닌 ‘투자 유치’로의 선회 가능성이 커졌다.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IPO 데드라인이 촉박한 상황에서 시장 상황 개선이 ‘예측불허’로 향하자 '확실한 옵션'을 검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면 IPO는 원점에서 재검토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Safety&Care 부문 비약적 성장, 에쿼티 스토리 입증
SK그룹은 2020~2021년 이어진 IPO 대호황의 최대 수혜를 받은 대기업 집단이다. 공모주 열풍의 시발점이었던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테크놀러지 등 SK의 이름을 단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4번 타자’로 나선 SK쉴더스는 SK스퀘어 출범 후 첫 자회사 상장 도전이었다는 의미까지 더해져 기대감이 컸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지난 5월 상장을 철회하게 됐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상장추진 당시 2021년 재무제표를 토대로 EV/EBITDA를 이용해 4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할인율을 적용해 밴드 상단 기준 약 3조5000억원에 증시 입성을 타진했는데, 시장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리보안 사업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업계 1위인 에스원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긴 어렵단 게 ‘오버 밸류’ 주장의 근거였다.
2대 주주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맥쿼리자산운용)의 구주매출이 많다는 점도 투심을 억제했던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유한 지분 36.87% 중 45%가량을 구주매출하려고 했다. 공모를 계획했던 주식 수의 46.7% 수준이었다.
상장을 철회한 뒤 SK쉴더스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앞서 증권신고서의 기준이 됐던 지난해 실적 대비 올해 1~3분기 실적은 유의미하게 성장했다. 올해 1~3분기 매출은 1조2905억원, 영업이익은 10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간 실적으로 단순 환산 했을 때 전년 대비 각각 11%씩 늘어난 수치다. 4분기 실적 증가세가 더 크단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온기 기준으론 성장폭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이 됐던 EBITDA도 3975억3300만원으로 지난해 3815억8700만원보다 커졌다.

외형의 성장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물리보안 분야에 치중됐던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59%에 달했던 물리보안 매출비중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56%로 감소했고, 대표적인 신사업인 Safety&Care 분야의 매출비중은 3%에서 6%로 크게 늘었다.
Safety & Care 부문은 보안업체를 넘어 ‘라이프 케어 플랫폼’을 추구한다는 SK쉴더스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성장이 집중됐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이 52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3분기에만 7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연간 기준으로는 1000억원을 넘어설 게 유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SK쉴더스 IPO 당시 밸류에이션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물리보안 위주인 에스원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얼마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느냐였다”며 “불과 수개월만에 신사업 분야에서 큰 폭의 성장을 구현하는 모습은 시장에 에쿼티 스토리를 납득시킬 수 있어 밸류에이션에 크게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시장 상황 개선 시점 미지수... ‘FI 퇴로 마련’ 확실한 길 찾은 듯”
철회 이후 성과만 놓고 볼 때 시장 상황만 개선된다면 언제든지 IPO에 재돌입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투자유치와 관련한 논의가 급진전하며 증시 입성은 다소 멀어졌단 평가가 나온다.
SK쉴더스는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 발렌베리 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로부터 조 단위 투자 유치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2대주주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36.87%의 지분과 신주 혹은 SK스퀘어 보유 지분 일부를 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선 투자유치가 기존 FI의 엑시트를 위한 선택이라고 본다. SK그룹은 2018년 SK쉴더스의 전신인 ADT캡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FI를 유치하며 FI에게 2023년까지 IPO 등을 통해 엑시트를 보장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상장 추진 당시보다 시장 상황이 훨씬 악화했고, 내년 개선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FI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더 확실한 길을 택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고 해서 IPO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FI의 지분 인수뿐 아니라 신주 발행이 병행될 경우 당장 IPO의 유인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IPO에선 신주 발행으로 4500억원 이상을 조달해 운영·채무상환·타법인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EQT파트너스가 해외 보안업체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고, 이번 투자 논의가 ‘공동경영’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투자가 결정되면 장기적 사업계획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IPO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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