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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CJ CGV, 차환 굴레 속에서 불어난 잔액⑧9977억 미상환, 공모 CB 외 스텝업 상환 압박으로 작용

김형락 기자공개 2022-12-01 09:57:55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4일 17: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CGV에게 신종자본증권은 메마른 자본을 불려주는 오아시스일까, 얼마 못 가 자본에서 사라질 신기루일까.

지금까지는 오아시스에 가깝다. 신종자본증권을 또 다른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하며 발행 규모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외견상 재무지표 악화를 막아주는 노릇을 했다. 코로나19 시기 부족한 현금을 신종자본증권으로 끌어다 썼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이 막히거나, 상환 압박을 못 이겨 차입금이나 일반 회사채로 대체한다면 언제든 신기루로 전락할 수 있다.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시장 환경이 180도 달라지면서 그동안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안전핀'이었던 신종자본증권이 도리어 '약한 고리'로 뒤바뀔 수 있다.

CJ CGV는 신종자본증권을 찍으며 발행액을 전부 자본으로 인정받는 실리를 챙겼다. 지난 3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 9977억원(별도 기준 8977억원)을 모두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발행 규모가 가장 적은 제34회 사모 채권형신종자본증권(200억원)만 부채로 분류해도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830%에서 919%로 증가한다.


◇ 채권형 발행물, 만기 2~3년 회사채처럼 운용…변제 순위도 선순위 배정

회계상 분류 기준과 달리 CJ CGV 신종자본증권은 자본 구실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스텝업(금리 인상) 발효 전후로 모두 조기상환이 이뤄졌다. 자금 운용 형태로 보면 만기 2~3년짜리 채권과 다를 바 없었다. 스텝업이 임박한 신종자본증권을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으로 갈아 끼워 상환액만큼 자본이 감소하는 걸 피했다. 다른 발행물에서도 차례로 스텝업이 돌아오기 때문에 상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신종자본증권 투자자에게 배정한 변제 순위도 자본을 댄 주주가 아니라 자금을 빌려준 회사채 투자자에게 맞췄다. CJ CGV가 발행한 채권형 신종자본증권(공모 전환사채(CB) 제외) 조건은 대부분 비슷하다. 청산 시 무보증 사채와 동순위인 선순위 채권이었다.


다른 발행 조건은 유사하다. 만기는 30년이고, 발행 2~3년 뒤 최소 2%포인트(p)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을 넣었다. 이후 매년 0.5%p씩 금리가 가중된다. 발행 2년 뒤부터 CJ CGV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결손금이 쌓여가는 CJ CGV에게 신종자본증권은 몇 안 되는 조달 선택지 중 하나였다. 당장 자본으로 회계처리하기 때문에 부채비율 상승을 통제하며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CJ CGV는 2018년부터 지난 3분기(연결 기준 2235억원 순손실)까지 당기순손실을 지속했다. 후퇴한 재무안정성 지표를 어떻게든 개선해야 했다. 2020년부터 영업활동으로 현금흐름이 들어오지 않아 외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최대주주인 CJ 출자, 차입으로 부족한 유동성을 신종자본증권으로 확보했다.


CJ CGV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뛰어든 건 2018년이다. 그해 11월 만기 30년짜리 제25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1500억원, 발행 금리 4.2%)을 찍었다. 이후 매년 발행액을 늘렸다.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2018~2019년 2300억원 △2020년 3100억원 △지난해 8139억원까지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 2020년부터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커졌다. 코로나19로 극장사업이 어려웠던 때 기존 차입금 상환과 운전자금 소요를 신종자본증권으로 해결했다.

◇ 기준 금리 인상 등 조달 환경 변화, 저리 차환 전략 한계 봉착

CJ CGV에게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할 유인은 있지만, 계약상 의무는 아니었다. 발행 금액을 전액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핵심 근거였다. 금리 스텝업과 조기상환 갈림길에서 지금까지는 모두 조기상환을 택했다. 기존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차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에서는 차환 발행이 순조로웠다. 25회 채권형 신종자본증권부터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했다. 스텝업 조항(CJ CGV 3년 개별민평+1.52%p+3%p)이 발효되는 지난해 11월 조기상환 했다. 상환대금은 그해 6월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한 제32회 후순위 CB(공모) 납입자금(3000억원, 발행 금리 1%)으로 치렀다.

올해는 콜옵션 대금 마련이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신종자본증권 요건을 갖춘 제35회 후순위 CB를 공모로 발행해 4000억원(발행 금리 0.5%)을 조달했다. 지난 10월 스텝업(발행 금리 4.55%에 2%p 가산) 구간에 들어간 제29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800억원) 등 차입금을 상환하고, 운전자금에도 쓸 자금이었다. 초과 청약을 기록했던 32회 CB와 달리 35회 CB는 구주주, 일반 공모 청약률이 7.78%로 저조했다. 미청약 물량(3689억원)은 미래에셋증권 등 인수단이 떠안았다.


기준 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과거처럼 신종자본증권을 저리에 차환하는 전략이 힘을 쓸 수 없게 됐다. 흥국생명이 당초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던 배경에도 스텝업보다 불리한 금리 조건으로 차환 발행이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었다.

CJ CGV 신종자본증권 중 스텝업이 가장 가까운 발행물은 내년 12월 금리 2%p와 2년 만기 국고채 개별 민평 수익률 산술평균 차이가 가산되는 △제33회 공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1600억원, 발행 금리 5.5%)과 △제34회 사모 채권형신종자본증권(200억원, 발행 금리 5.5%)이다.

CB는 다른 채권형 신종자본증권보다 상환 압박이 덜한 편이다. 투자자들에게 주식 전환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스텝업은 2026년부터다. 그전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아야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다. 주식 전환 물량은 상환 부담이 사라져 자본이 차감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32회 CB(2221억원 미상환) 전환가액은 2만6600원, 35회 CB(3996억원 미상환) 전환가액은 2만2000원이다. 모두 전환청구기간에 들어와 있다. 24일 CJ CGV 종가는 전확가액보다 낮은 1만7900원이다.

CJ CGV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고,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 극장가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며 "이자 부담은 선제적 조달로 대응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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