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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리빌딩 점검]상장 의지 꺾인 현대오일뱅크, "신사업이 트리거""심사 승인 1개월만에 철회 옳았다"... 정유업만으론 10조 기업가치 불가능

최윤신 기자공개 2022-12-02 13:04:54

[편집자주]

최대 호황이 지나고 올해 IPO 시장엔 혹한기가 찾아왔다. 수많은 기업들이 프라이싱 과정에서 백기를 들었고, 이보다 많은 기업들은 도전장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러나 철회는 끝이 아니다. 최악의 증시를 피해 ‘다음 기회’를 기약한 기업들은 펀더멘털을 굳건히 하고 새로운 에쿼티 스토리를 만드는 데 한창이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있는 IPO 후보자들의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9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7월 현대오일뱅크의 IPO 철회는 앞선 기업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앞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했다가 철회한 기업들은 프라이싱 과정에서 결정을 내렸는데, 현대오일뱅크는 수요예측은 커녕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을 접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기대했던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다.

약 5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피어그룹의 주가 하락으로 예비심사 유효기간 내 상장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IB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가 다시 상장을 추진할 유인이 많지 않다고 바라본다. 요원해 보이는 IPO 재개 시점은 ‘신사업 성과’에 달린 것으로 평가된다.

◇ 역대급 실적에도 기업가치는 '제자리'

HD현대는 지난 7월 21일 모회사인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추진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지 불과 1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거래소의 예비심사승인 효력이 6개월임을 고려할 때 현대오일뱅크는 시장의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수 있었음에도 철회를 결정했다. 6개월 안에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이런 결정은 현재 시장상황을 봤을 때 결과적으로 옳았다. 유가 상승 기조가 지속되며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곤 있지만 피어그룹의 주가는 상장을 철회했던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밸류에이션 마지노선은 2019년 아람코로부터 투자받을 때 기업가치인 8조원 수준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여전히 달성이 어려운 상태다.

시장에서 현대오일뱅크와 가장 유사한 피어그룹으로 꼽는 S-OIL(에쓰오일)의 지난 29일 종가는 8만7000원으로 지난 7월 20일 종가(9만3700원) 대비 더 떨어진 상태다. 에쓰오일 역시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둬, 올해 연말 기준 추정치(증권사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한 PER은 3.98배에 불과하다.


올해 1~3분기 현대오일뱅크의 순이익(1조4308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한 1조9077억원에 해당 PER 배수를 곱하면 7조5928억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산정된다. 공모 할인율을 적용하면 공모할 수 있는 기업가치는 더 낮아진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총차입금 규모가 커 EV/EBITDA로는 기업가치 산정이 어렵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IPO에 대한 의지도 크지 않아 빠른 시일내에 상장 작업이 재개되길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2021년 말 예비심사를 청구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예정돼 있었지만 해당 딜은 EU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에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지분이 희석되면 지주사로 향하는 배당이 축소되기 때문에 IPO가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올 초 배당을 크게 늘렸고, 올해 호실적으로 내년 배당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사의 재무구조상 IPO가 급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유기업은 기업의 생애주기상 성숙기의 끝자락에 도달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현금을 창출하더라도 IPO 시장에서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며 “결국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다시 성장기를 맞을 거란 기대감이 있어야 밸류에이션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3대 신사업 성과에 달려

결국 현대오일뱅크의 IPO 재개는 신사업에 달렸다고 본다. 성장이 유망한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면 대규모 CAPEX 투자 필요성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IPO의 필요·충분 조건이 모두 충족되기 때문이다. 추진 중인 신사업의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IPO의 적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는 신사업은 HPC(Heavy-feed Petrochemical Complex) 프로젝트다. 올해 상반기 상업가동을 실시해 성과가 가시화 하고 있지만 이미 3조원 이상을 투입해 CAPEX 투자가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IPO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등 3대 미래사업에서의 성과 달성 시점이 IPO 재추진 시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3대 미래사업에서 2030년 영업이익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3년 3분기 완공을 목표로 바이오 대산공장 부지 내 바이오디젤 공장을 짓는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대규모 CAPEX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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