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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리더십 향방 어디로…외풍서 자유로울까 실적, 주가, 내부 지지 등 구현모 대표 연임 명분 충분…국민연금 등 움직임 시그널 해석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2-12-13 08:11:47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 날 예정이다. 재무적 성과나 기업가치 제고, 비전 제시, 내부 구성원의 지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격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법률 리스크도 정관상 문제없다.

그런데 최근 외풍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금융권을 비롯해 오너 없는 기업 지배구조를 흔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도 KT에 은근한 압박을 주는 '시그널'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단일 후보로 연임 적격 여부를 따지는 만큼 구 대표 본인의 완주 의지에 결과가 달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사회가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구현모 KT 대표 연임 적격 심사 결과 발표 임박, 성과는 충분

13일 ICT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르면 이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구 대표는 2023년 정기 주주총회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도전에 나섰다.

구 대표가 차기 CEO로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다른 후보를 고려하지 않고 그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해 주주총회 결의에 부친다. 만약 무산될 시 새로운 CEO 후보군을 물색해야 한다.

연임 적격 심사는 △재임 중 경영계약 이행평가 결과, 경영목표 달성 정도 △재임 중 고객·임직원·주주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만족도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대표이사로서 리더십을 갖췄는지 △회사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등을 평가한다.

그동안 성과만 놓고 보면 자격은 충분하다는 시각이 많다. 2020년 10월 통신기업(텔코, 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으로 전환하겠다고 비전을 선보인 이후 여기 걸맞게 회사 체질을 개선해왔다.

성과는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2019년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서비스 매출은 11조17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 3분기에는 12조1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텔코 B2C(2.5%), 텔코 B2B(5.5%), 디지코 B2C(20.1%), 디지코 B2B(21.9%)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 매출이 증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디지코 및 B2B 비즈니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로 늘었다.

친시장 행보를 통해 과거 KT와는 달라진 모습도 충분히 보여줬다. 2019년 주당 현금배당금은 1100원에서 지난해 1910원으로 늘어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했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약 9년 2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달성했다. 구 대표가 디지코 전환을 선언한 2020년 10월 이후 KT 주가는 55%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다른 통신사와 비교해도 유일하게 주가가 올랐다.

구성원들 역시 구 대표 연임에 지지 선언을 하며 힘을 실었다. KT 노동조합은 구 대표가 10여 년 만의 내부 출신 CEO로 단기 성과가 아닌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창출했다고 입장을 냈다.

◇'외풍' 변수 부담감 커져…구 대표 의지에 달렸나

그런데 최근 며칠 새 외풍 변수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KT와 마찬가지로 오너 없는 회사인 금융권에서 먼저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전 회장은 가족 관련 의혹을 받으며 임기를 남기고 조기 퇴진했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아예 관 출신인 이석준 전 국조실장 회장을 신규 선임했다.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10.35%)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당장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소유구조가 여러 주주로 분산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지배권 남용을 견제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앞서 올 초 KT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박 사장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 대표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을 진행하는 중이다. 물론 약식기소 결과 벌금형에 그쳐 정관상 연임에 문제는 없다. 다만 최대 주주의 반대 의견 부담이 적지 않으리란 관측이 많다.

이와 더불어 이번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인 12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KT그룹의 물리보안 계열사 KT텔레캅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국민연금에 이어 공정위까지 전방위적으로 KT 압박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시그널' 모두 구 대표를 압박할 수는 있지만 연임 적격 심사에서 결격 요건이 될 정도는 아니다. 이 때문에 만약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다면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보면 그의 연임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사회 역할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에서 지배구조를 흔드는 움직임에 끌려다니지 않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인 실적을 평가해보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외풍의 명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결국 구 대표의 의지에 따라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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