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애널의 수다]레고랜드PF 사태 '막전막후' 이랬다①자금시장, 기준금리 인상 겹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정치논리에 시장 희생"
이지혜 기자공개 2022-12-20 07:43:52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14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9월 29일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 기한이익이 상실(EOD)됐다. 기초자산에 문제가 생기면 강원도가 미상환 대출원리금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탓이다. 이른바 레고랜드PF 사태다.레고랜드PF 사태의 충격은 컸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는 국가에 준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강원도가 이런 신뢰를 깼다.
레고랜드PF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처음에는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등 단기자금 시장만 위축되는 듯 하더니 급기야 여전채, 일반 회사채 시장까지 경색되는 양상을 보였다. 뒤늦게 사태를 인지한 정부가 50조원+α 규모로 유동성 공급방안을 내놨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넘게 지나서야 시장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도대체 레고랜드PF 사태는 어쩌다 벌어진 걸까. 당시 크레딧업계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더벨이 속사정을 들어봤다.
◇“강원도, 정치만 알고 시장은 몰랐다”
A: 강원도가 너무 시장을 몰랐던 탓에 벌어진 일이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굉장히 고도화한 정치적 기술을 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를 잡기 위해 문제를 터뜨린 거지. 막상 문제가 이렇게 크게 터질 줄은 모르고.
B: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안 좋았는데 레고랜드PF 사태까지 겹친 셈이다.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C: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 별 일 아니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레고랜드PF 사태의 여파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 9월 29일 강원도가 레고랜드PF 관련 지급금 지급의무 미이행 관련 보도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주보에도 올리지 않았다. 이런 일은 쓰면 쓸수록, 자꾸 회자될수록 파장이 커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 크게 키울 일은 아니라고 봐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더라.
C: 9월 30일부터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강원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를 회생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9월 28일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BNK투자증권이 기한이익상실을 통지하고 지급금을 청구했지만 강원도가 그 돈을 내지 않으면서 사태가 본격화했다. 신용평가사에서 그 유동화SPC(아이원제일차) ABCP에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공시를 하면서 언론에 보도된 게 트리거였다.
B: 강원지사의 말 한 마디에 시장이 뒤집어진 셈이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아직도 회생을 신청하지 않았다. 놀라울 따름이다.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회생 신청을 한 것도 아닌데 계획을 밝힌 것만으로도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잖나.
A: 이제는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을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시장이 이렇게 뒤집어졌는데 또다른 이슈를 만들기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의 시행사. 강원도, 재무적투자자, 전략적투자자 등이 출자해 설립됐으며 강원도의 지분은 44%다.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보유한 대출채권을 기초로 유동화SPC인 아이원제일차가 ABCP를 발행하는 구조로 자금을 조달한다.

◇강원도, 억울?…BNK증권과 ‘엇박자’
A: 레고랜드PF 사태가 자금시장 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나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굉장히 억울해했다더라. ABCP 자산관리자인 BNK투자증권한테 소송을 걸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B: 강원도가 법무법인 화우에 자문을 받고 있다는 기사는 봤다. 그런데 강원도가 소송을 걸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사채권자같은 시장 사람들이 오히려 강원도에 소송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C: 강원도가 트집을 잡는 지점은 BNK투자증권이 롤오버(차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거다. 강원도는 어찌됐든 8월에 ABCP 만기를 연장하려고 이자를 미리 납부했는데 BNK투자증권이 EOD라고 판단해서 문제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오롯이 강원도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거지.
B: 서로 의사소통이 꼬인 것 같다. BNK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만기를 언제로 연장할지 강원도가 확답도 주지 않은 채 선취이자만 내면 롤오버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입장이고. 강원도의 행보가 시장 관행에 어긋난다는 거다. 서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질러버렸다.
A: 그렇다고 소송전으로 번질 거 같지는 않다. 정부에서 이 사태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잖나. 조금이라도 불협화음이 생기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다. 50조원+α 유동성 공급방안도 그렇고 각종 세미나를 다니면서 들어봐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임하는 것 같다.
C: 그렇지. 일단 강원도가 레고랜드PF 관련 원리금을 지급하고 나면 시장이 안정될 거다. 늘 그래왔듯 돈을 지급하고나면 투자자도 시장도 ‘별 일 아니었구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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