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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PE 애뉴얼 리포트]'SJL의 컴백' 메리디언 인수 종결, 8부 능선 넘었다CFIUS 승인·인수금융 모집 마무리, 토종기업 글로벌 진출 '마중물' 역할

이영호 기자공개 2022-12-20 07:59:01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5일 14: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의 메리디언바이오사이선스(이하 메리디언) 인수작업이 종결을 앞두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 승인과 함께 인수금융 모집을 마무리하면서 펀드레이징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년 1월 말에는 인수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SJL파트너스는 국내 크로스보더 특화 PEF 대표 주자로 꼽힌다. 국내 투자은행(IB) 1세대 임석정 회장이 이끌고 있다. SJL파트너스는 메리디언 딜 전까지 약 3년간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올초 넥시온 투자가 있었지만 초대형 바이아웃과는 거리가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조 단위 바이아웃인 미국 메리디언 인수로 자본시장에 건재함을 알렸다.

메리디언 딜 클로징, 8부 능선 넘어

SJL파트너스와 국내 전략적 투자자(SI)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7월 메리디언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리디안 지분 100%를 확보하는 거래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메리디언 지분 60%를, SJL파트너스는 지분 40%를 보유하게 된다.

메리디언 거래 규모는 약 15억달러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6억달러를 지불하고, SJL파트너스가 4억달러를 프로젝트펀드로 조달한다. 5억달러는 인수금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SJL파트너스는 다수의 글로벌 금융사들로부터 자금 확보를 마쳤다.

메리디언 인수의 주요 분수령 중 하나였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절차가 지난달 말 마무리됐다. 반독점 심사 등 일부 행정절차가 남아있지만, 내년 1월 말 딜 클로징 목표 시점에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SJL파트너스는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위한 유한책임사원(LP)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 LP가 주요 타깃이다.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상태고, 투자시장 역시 침체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SJL파트너스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후 투자금 조달 전략을 해외 LP 중심으로 일찌감치 수정했다.

금리 급등과 투심 악화로 투자시장 여건은 연초보다 악화됐지만, 딜 클로징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내년 1월말 클로징시 LP자금 모집이 목표치를 미달하더라도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부족분을 충당하기로 보증했기 때문이다.

또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보유 중인 달러화로 인수대금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전이 환율 리스크에서 한 발 비켜간 이유다. 기업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3억달러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은 재무적 투자자(FI)와 SI의 의기투합이 돋보이는 케이스로 평가된다. 코스피 상장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국내 체외진단 전문기업이다.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 사업 덕분에 급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 유통기업, 진단 플랫폼 기술기업 인수를 검토해왔다.

SJL파트너스도 2019년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이하 모멘티브) M&A 이후 신중하게 글로벌 매물을 물색해왔다. 국내 SI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중심으로 매물을 살피며 크로스보더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해외 소재 체외진단 전문기업 약 200개사를 검토했고 순차적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최종 인수 후보군에 오른 곳이 메리디언이었다.

SJL파트너스의 다음 스텝은 국내 SI를 찾는 일이었다. 굴지 바이오 기업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던 중 임 회장은 지난해 8월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을 만나 M&A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조 회장은 임 회장과 회동 후 메리디언 인수 결단을 내렸다. 마침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 매물을 찾는 중이었다. 후보군 가운데 양사 의견이 일치한 1순위 기업이 메리디언이었다는 후문이다.

컨소시엄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메리디언과 접촉에 나섰다. 메리디언 경영진에 M&A를 설득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였다. 미국 기업이 한국의 중소기업에 인수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자칫 현지 경영진의 거부감을 사 일을 그르칠 수 있었다.

컨소시엄은 협상장에서 메리디언 측에 인수를 통해 동반 성장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파트너십’을 앞세운 것이다. 컨소시엄이 점령군이란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인수(Acquisition)'라는 표현은 꺼내지 않았다. 메리디언이 한국기업도, 미국기업도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어필했다.

SJL파트너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언과 파트너십 형성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컨소시엄은 지난 5월 메리디언 경영진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이들에게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자회사 바이오노트 인프라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컨소시엄은 메리디언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SPA 체결로 이어졌다.

◇SI의 글로벌 진출 조력자 역할 자처

SJL파트너스는 2017년 11월 설립됐다. SJL파트너스를 창업한 임 회장은 JP모간 한국대표,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 회장 등을 역임했다. 36년 넘게 업계에 몸담았고 글로벌 M&A 경험이 풍부하다. 금융권과 산업계를 아우르는 인적 네트워크도 방대하다.

SJL파트너스에는 이성재 전무와 정우성 전무, 박준표 상무 등 글로벌 IB와 프라이빗에쿼티(PE)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키맨으로 포진해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현지 오퍼레이팅 파트너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크로스보더 M&A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출범 직후 굵직한 딜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셀트리온홀딩스 2000억원 투자, 비제바노와 1000억원대 합작투자, 모멘티브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19년 30억달러 규모의 모멘티브 M&A는 SJL파트너스의 랜드마크딜이기도 하다. 모멘티브 인수전에서는 KCC와 원익QnC가 SI로 동참했다. 또한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술기업 '넥시온' 투자에서는 SKC가 SI로 힘을 보탰다.

SJL파트너스는 아웃바운드 크로스보더로 국내 SI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출범 때부터 하우스의 핵심 투자 콘셉트로 유지하고 있다. M&A를 통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는 임 회장이 JP모간 재직 시절부터 구상했던 투자 모델이기도 하다.

PEF 중심의 M&A는 산업을 낱낱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재무적 관점에서의 접근과 함께 오랜기간 산업에 천착한 SI가 약점을 보완해야 기업 분석과 향후 가치 창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FI로서는 매물 물색부터 밸류에이션 작업까지의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다.

FI에게만 이득인 것은 아니다. SI는 우량 해외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사업 영역을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국내 기업에 부족한 글로벌 기업 현지 경영, 금융 네트워크와 M&A 노하우를 FI와 협업으로 채우는 것이다. FI와 공동 투자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재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메리디언 딜 역시 SJL파트너스의 투자 콘셉트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초 SJL파트너스는 내부적으로 2021년 한 해 동안 주목할 산업군을 지정했다. 체외진단기기, 배터리 소재, 특수화학 소재 분야 기업이었다.

메리디언은 3개 핵심 테마 가운데 체외진단기기 범주에 속한다. 이번 인수전은 지난해 초부터 투자 테마 선정과 해외기업 물색, 국내 SI 섭외, 실제 인수 협상, 펀드레이징까지 2년여 시간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SJL파트너스는 내년 말 이후에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SJL파트너스는 현재까지 프로젝트펀드로 M&A를 수행해왔다. 굵직한 크로스보더를 여럿 성사시켰지만 아직 전통적인 PE 투자 엑시트는 없었다. 내년부터는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엑시트를 검토한다. 향후 투자 성과를 토대로 국내외 LP로부터 투자금 유치를 타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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