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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모범안' 마련 필옵틱스, 내부 속앓이 왜? 약 200억 투자재원 분산, 기존 분할 사례와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

조영갑 기자공개 2023-01-13 08:12:29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물적분할한 자회사에 대한 기업공개(IPO)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필옵틱스가 의미 있는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고도 내부적으로 고민에 빠졌다. 시장에 의미 있는 족적을 새겼지만, 금융위원회나 한국거래소의 높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정작 미래 먹거리에 투입될 재원과 역량이 분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필옵틱스는 물적분할 자회사(필에너지)의 기업공개와 관련, 모회사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총 140억~190억원 규모(2022~2023년 사업연도 기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말 공시한 120억~17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안에 비해 약 20억원 확대된 안이다. 온라인 주주 간담회, 여론조사 등을 진행해 주주 여론을 청취한 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필옵틱스는 필에너지 상장 이후 △자회사(필에너지) 주식 현물배당 약 96억원 △현금배당 약 44억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약 40억원 등 총 18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일단 이번 주주환원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보다 더 통 큰 주주환원책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애초에 회자되던 수준보다 훨씬 더 앞선 환원안이 나왔다"면서 "향후 물적분할 자회사의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는 상장사들은 필옵틱스의 사례를 케이스 스터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옵틱스는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현 시가총액(약 1700억원)의 10%가 넘는 액수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필옵틱스 그룹사의 절박함이 읽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4월 필옵틱스에서 물적분할된 이후 삼성SDI의 지분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2차전지 장비, 설비 부문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특히 올해 삼성SDI는 기존의 헝가리 공장에 더해 북미시장을 타깃으로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 배터리 라인에 노칭(Notching), 스택(Stack)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필에너지 역시 공모시장에 안착, 투자를 확대해야 할 '전환점'에 서있다.

모회사 필옵틱스 역시 기존 디스플레이 레이저 장비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전체 그룹사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2021년 필옵틱스는 자회사 필에너지의 연결매출 등에 힘입어 전년비 1000억원 이상 늘어난 230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디스플레이 전방 투자의 지연 등을 탓으로 적자전환(-105억원)했다.

필에너지가 코스닥 시장 안착에 성공하고, 이후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2차전지 사업부문을 확대해야 하는 출발점에 '주주환원 방정식'이 놓여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 모범사례가 될 만한 주주환원책을 마련하고도 필옵틱스는 내부적으로 우려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려감의 근원은 투자 재원 분산에 따른 발전동력 약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에너지의 분할 의결이 이미 2020년에 마무리 됐기 때문에 반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에서는 자유롭다는 점이다.

필옵틱스는 이번 주주환원책에 따라 내년까지 총 약 200억원에 가까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중 약 100억원에 가까운 환원액은 필에너지 공모물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주식으로 현물배당하고, 현금은 필옵틱스 당기순이익, 필에너지 공모 과정서 구주매출, 필에너지 결산 배당액 등에서 출연한다. 주주환원책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필옵틱스와 필에너지의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으로 고스란히 산입될 액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로 인한 모회사 주주가치의 하락을 보전한다는 명분과 주주보호의 필요성은 온당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의 투자 재원이 될 현금성자산(잉여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국에서 제시하는 물적분할의 사례와 필에너지의 물적분할은 성격이 다소 다른데, 소급 적용됐다는 불만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물적분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LG화학 분할 당시 전지사업부 매출 비중이 약 40%에 이를 정도였지만, 필에너지의 경우 2차전지 사업 비중이 약 10% 수준(2020년)에 불과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 내에 일부 우려감은 존재하지만, 향후 에너지 부문의 사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주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놓고 환원안을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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