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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수요예측 어디로]1경5000조 '뻥튀기 주문' 손본다...변수는 침체된 증시①금융당국·거래소·금투협 협의체 구성...관련 업계 "프라이싱 기능 강화에 집중해야"

최윤신 기자공개 2023-01-26 07:57:27

[편집자주]

수요예측의 목적은 적정한 가격을 발견하는 ‘프라이싱’에 있다. 국내 공모주 수요예측 제도는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금융당국이 제도와 관행 개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바뀌는 제도가 수요예측 본연의 기능을 되살려낼 수 있을지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공모주 수요예측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손질작업에 나선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1경5000조원의 자금이 몰리며 허수청약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시작된 지 약 1년 만이다.

보는 이에 따라 짧기도, 길기도 한 시간이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시장 상황이 극과 극을 오가며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공모주 시장의 침체로 허수청약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반면, 다른 시장교란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여전히 당국이 추진하는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대책이 변화한 시장 상황을 반영않고 허수청약 근절에만 매몰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시선도 나온다. 다양한 시장상황에서 수요예측의 프라이싱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에 컨센서스가 모인다.

◇ 허수청약보단 담합이 당면 문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IPO 시장의 제도와 관행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이달 중 협의체를 구성하고 상반기 중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방향성은 정해졌다. 앞서 지난해 말 발표한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이 골자다. ▲수요예측 내실화 ▲허수성 청약 방지 ▲공모주 주가급등락 방지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IPO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당국이 수요예측 제도와 관행 개선에 나선 건 지난해 1월 이뤄진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이 계기가 됐다. 당시 1경5000조가 넘는 천문학적 수요가 몰린 데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나왔다. 수요예측의 가격 발견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에는 순자본금 5억원, 순자산 1억원에 불과한 자산운용사가 9조5000억원의 수요를 써낸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의 1만9000배에 달하는 숫자를 써낸 것이다.

당국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곧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는데, 후보들은 정당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 수요예측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직후 제도 개선에 속도가 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본격적인 추진까지는 꼭 1년이 걸렸다.

물론 이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트리거가 발생하는 기간부터 제도 개선까지는 일정 수준의 레이턴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교체 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당국 인사가 마무리되는 데 다소간의 시간이 걸렸던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1년이란 시간동안 시장의 상황이 급변했다는 데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시장 상황은 빠르게 식어갔다. 증시가 얼어붙으며 시장에서 평가받는 IPO 예비기업의 가치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관은 기존의 관행대로 허수청약을 시도했다가 과도한 물량을 끌어안으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예측은 사실상 실수요 위주로 이뤄지고 있단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허수청약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회복되면 언제든 다시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허수청약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는 없다. 다만 현재 직면한 ‘시장침체 시기’의 프라이싱 기능 상실과 관련해선 아무런 아무런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데서 실망감이 나온다.

IPO 시장이 싸늘해진 최근에는 공모 시장에서 기관들이 담합해 낮은 공모가격을 써내는 이른바 공모가격 ‘후려치기’ 등의 행태가 수요예측의 가격결정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의 프라이싱 기능을 되찾는 게 핵심인데, 허수 청약 근절만을 중점에 둔 것 같아 아쉽다”며 “최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일부 기관들의 담합 등이 가격발견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수청약 책임, 주관사에만 묻는 것" 불만도

실무를 담당하는 상장주관사들은 이번 제도개선 방안의 세부 내용에 맹점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도입하려 하는 제도의 일부가 IPO 진행을 위한 실무에 적잖은 차질을 입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허수 청약의 책임을 주관사에 묻겠다는 당국의 방향성에 대해선 ‘행정 편의적 사고’라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당국은 주관사가 주금납입능력 확인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해 허수성 청약을 근절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모든 책임은 주관사가 지는 구조다.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주관사에 대해선 금감원 검사를 통해 업무정지 등 제재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상장주관업무를 하는 증권업계에선 실무 절차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놓는다.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빠르게 가격을 결정하고 청약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납입능력을 확인하는 절차가 더해지면 상장 절차의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이후 청약·납입을 거쳐 상장까지 시간이 벌어지면 투자자와 발행사, 주관사가 모두 리스크가 커진다”며 “IPO 시장의 활성화에 저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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