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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자원확보 경쟁]삼성SDI, 자원 확보 3가지 경로③리튬은 중국, 니켈은 호주서 확보...IRA 대응 위해 '탈중국' 움직임

정명섭 기자공개 2023-01-27 07:21:27

[편집자주]

글로벌 완성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닛산,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마저 K배터리를 찾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2025년까지 수주 잔고는 중국 CATL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문제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배터리는 소재 비중이 높은 제품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벨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자원 확보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매년 급증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국내외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원재료 확보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는 다양한 공급선 확보가 필수다. 삼성SDI의 전략은 크게 해외 원자재업체 지분투자와 장기 원재료 공급계약, 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대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中 리튬 생산업체 지분투자했다가 일부 매각...업계 “美 IRA 대응” 해석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10월 중국 간펑리튬의 지분 1.8%를 매입했다. 매입 주식 수는 2374만5600주로, 당시 주가 기준 단가는 약 574억원이다. 삼성SDI는 간펑리튬이 홍콩 증시에 상장할 당시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원재료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는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배터리 업체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간펑리튬은 세계 최대 리튬 생산 기업으로 2000년에 설립됐다. 리튬을 채굴하고 화합물로 가공해 국내외 배터리 회사와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2018년부터 전기차업계 선두 기업인 테슬라에 리튬을 공급했고, 작년에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해 리튬을 3년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BMW도 고객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SDI가 간펑리튬을 통해 확보한 리튬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LG화학이 지분 매입 당시 7년간 장기로 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삼성SDI는 지난해 9월, 돌연 간펑리튬 주식 1662만2000주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1800억원 수준이다. 삼성SDI는 매각 자금을 공장 증설 등 다른 공급망 관련 투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간펑리튬과 파트너십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IRA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로 배터리 원재료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2027년부터 80%) 조달하거나 북미 지역 내에서 재활용된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삼성SDI가 리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국 리튬 의존도는 64%로, 50%대인 일본보다 높다.

전 세계적으로 ESG 기준이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펑리튬은 작년 5월 중국의 인권탄압 의혹이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리튬 탐사·개발에 돌입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에 강제 노동을 시켰다며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미국은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제정해 신장 내 노동이 투입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상 금지하기도 했다. 이에 간펑리튬으로부터 리튬을 공급받는 기업들이 인권탄압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ESG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켈 매장량 2위 호주서 장기공급 계약...상품스왑으로 절반 가격에

삼성SDI가 또 다른 배터리 핵심 원소재인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두드린 국가는 호주다. 호주는 2021년 기준 니켈 매장량 세계 2위(점유율 22%), 생산량 5위(6%) 국가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호주로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확보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SDI는 2020년 11월 호주 QPM과 향후 3~5년간 매년 니켈 6000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QPM은 2007년에 설립된 호주 제련업체로, LG에너지솔루션 또한 코발트 수급을 위해 2021년에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확보했다.

눈 여겨 볼 점은 삼성SDI가 니켈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QPM과 체결한 상품스왑 계약이다. 이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니켈을 구매하는 계약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니켈 잔여물량은 내년 1월 31일까지 톤당 1만3000달러에 548톤, 1만3200달러에 222톤, 1만3500달러에 556톤, 내년 2월 28일까지 톤당 1만2700달러에 1106톤이다.

니켈은 지난해 12월 기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평균 2만8854달러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절반 이상 낮은 가격에 니켈을 공급받는 셈이다. 삼성SDI는 상품스왑 체결로 약 312억원의 누적파생상품평가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확대...원소재 확보·친환경 선도 이미지 구축 ‘일석이조’

이외에도 삼성SDI는 배터리 핵심 원소재 확보 전략 중 하나로 리사이클 사업 확대를 택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최소 6년, 최대 10년 정도다. 전기차 시장은 매년 급증하고 있어 2050년이 되면 폐배터리 관련 시장 규모가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이에 착안해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체계를 2019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했다. 천안, 울산 공장의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이나 폐기물(스크랩)을 수거, 재활용 파트너사에 보내 니켈과 코발트 등 원자재를 추출하고, 이를 전구체, 양극재 생산 파트너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는 식이다.

삼성SDI는 작년에 말레이시아, 헝가리 공장에 이같은 재활용 체계를 구축·운영한 데 이어 오는 2025년까지 미국과 중국 등 이외 생산시설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작년 5월에 ‘리사이클 연구 랩’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곳에선 배터리 소재 회수율 향상, 친환경 소재 회수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직접 광산에서 핵심 원재료를 채굴하지 않고도 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친환경 생태계를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다.

삼성SDI는 향후 성일하이텍 등 배터리 재활용 기업과 기술 협력에 나속, 주요 대학과도 산학 협력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가 보유한 성일하이텍 지분은 8.79%(104만8340주)다. 삼성벤처투자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11.50%다. 성일하이텍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삼성물산, 현대글로비스 등으로부터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있는데, 삼성SDI와의 거래 물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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