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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DBPM 1위' 엑셈, 마곡 신사옥에 담긴 코드는'보이드 공간' 조종암 대표의 경영철학 고스란히 담아, 3층 관제실은 미래 사업의 바로미터

조영갑 기자공개 2023-02-09 09:16:29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조를 설계하고, 논리(로직)를 짠다는 점에서 건축과 SW(소프트웨어)설계는 닮은 점이 많다. 건축이 구조와 공간을 설계해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SW 설계는 알고리즘을 설계해 로직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숨결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논리의 구조화를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큰 영역이다.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엑셈 신사옥을 찾았다. 엑셈은 약 440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단독 사옥을 짓고, 지난해 12월 21일부터 해당 사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사옥 구조의 포인트는 가운데 공간을 터 광장을 조성하는 방식의 '보이드(void) 공간'이다. 텅 비어 무(無)의 디자인이라 일컫는다. 총 3년의 시공과정에서 약 1년을 창업주 조종암 대표가 직접 설계를 지휘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조 대표는 SW 설계를 하듯 자신의 경영철학을 녹여내기 위해 공간을 설계한 셈이다.

◇'철학자+혁신가' 필리노베이터 길러내는 역설의 공간

조 대표는 장시간 경영철학과 공간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나의 지향점이자 경영철학인 '필리노베이터(Philinnovator)'를 육성하기 위해 최적의 공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필리노베이터는 엑셈인들의 이른바 사명선언으로, 철학자(Philosopher)와 혁신가(Innovator)를 융합한 조어다. 엑셈인 개개인이 철학하는 지식인으로서 초연결시대에 혁신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엑셈의 엔지니어는 정기적으로 담당 고객사의 데이터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백서를 발간해 조직원들과 공유한다.
▲엑셈은 사옥의 가운데를 트고, 브릿지와 광장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경계를 허물었다.
그런 관점에서 가운데가 텅빈 보이드 공간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 광장의 기능을 한다. 칸막이를 뛰어 넘어 누구나 광장에 나와서 토론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엑셈은 공간을 짜면서 토론공간을 우선해 배정하고, 집중도를 요하는 개인 업무 공간과 회의 공간은 벽면으로 붙여 '광장과 밀실'의 역설을 조화시켰다. 조 대표 역시 "수직과 수평은 역설인데, 이 공간을 통해 역설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경영 역시 잘하는 걸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걸 추구하는 역설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6층이 광장의 정신을 가장 잘 담은 공간이다. 임직원들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수시로 이 곳에 모여 사내카페의 커피를 마시며 토론하거나, 짬을 내 다트던지기를 한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4층 보이드에는 제주도 곶자왈을 모티브로 현무암 돌담과 생목, 풀을 심어 정원을 조성했다. 사옥 내 공기정화, 가습, 공기순환 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총 공사비용 전량 자기자본 투입 '성장의 근거'

엑셈은 국내 데이터베이스 성능관리(DBPM) 1위 기업이다. 국내외 약 500개 고객사에 DBPM 솔루션(맥스게이지)와 APM(어플리케이션 퍼포먼스 관리) 솔루션(인터맥스) 등을 제공하면서 이 분야의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미국 AT&T와 LA주정부, 중국 차이나유니콤 등 약 30개국에 100개 이상의 고객 레퍼런스 역시 확보하고 있다.

매출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상장 당시 100억원 대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600억에 근접한 수치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엑셈의 매출액(결산 전)은 560억원,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 눈에 띄는 점은 마곡 신사옥 건립에 약 440억원(토지매입대금 제외)의 현금이 투입됐음에도 외부 차입에 전혀 기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신사옥은 성장한 엑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종암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서버실.

비결은 우수한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이다. 보통 신사옥 건립시 이익잉여금을 할애하거나 장기차입을 활용하는데, 엑셈은 기존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이를 상당 부분 충당했다. 엑셈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26.00%에서 지난해 28.39%(결산 전)로 상승이 예상된다. 솔루션 공급 이후 메인터넌스(유지, 보수) 등에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되는 사업구조 덕택이다. 엑셈은 신사옥을 짓고도 지난해 3분기 말 현금성자산 275억원, 이익잉여금 42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잉여금은 전년대비 50억원 증가한 수치다.

◇Saas 기반 고객사 데이터흐름 실시간 파악하는 '관제탑 공간'

신사옥 자체가 성장의 증거라면 3층 서버실, 데이터 관제실은 엑셈의 미래를 담보하는 공간이다. 엑셈은 그동안 절대강세를 보여오던 DBPM, APM 분야를 토대로 AI(인공지능),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마치 NASA(미우주항공국)의 관제실을 방불케하는 인테리어다. 고객사의 데이터베이스 흐름이 시시각각으로 영상에 구현된다. 바로 옆 서버실 역시 기존 80노드에서 180노드로 2.5배 가량 확장했다. 정전, 화재 등을 대비해 외부에 이머전시룸도 마련했다.
▲엑셈의 데이터 관제실.
조 대표는 "그동안 고객사의 데이터베이스 퀄을 관리하는 핀포인트 서비스가 주였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를 원격 대체하는 솔루션으로 진화시키는 동시에 고객사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액세스를 여는 Saas 방식의 솔루션 제품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객사를 찾아다니며 솔루션을 설치하는 '설치형'에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를 제공, 엑셈 관제센터에 고객사의 데이터 자동으로 흐름이 고이는 '구독형'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3월 혹은 4월 '데이터세이커'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고객사의 데이터베이스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Saas 제품이 시장 침투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매출비 20%대에 머무르고 있는 공공부문의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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