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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맥도날드 판결과 임원의 책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2-15 09:00:3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1월 25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주식회사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일반 고위 임원의 회사법상 책임에 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In re McDonald’s Corp. S’holder Derivative Litig., No. 2021-0324, 2023 WL 387292 (Del. Ch. Jan. 25, 2023) 고위 임원은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업무 범위 내에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지며 그를 해태한 경우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피고는 맥도날드의 (전) 인사 담당 임원이다. 리스크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소되었는데 법원은 피고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의 의무 해태로 인한 법률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고위 임원은 업무와 관련해 정보를 취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항상 관련 영역을 감시감독하며 필요한 경우 CEO와 이사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는데 만일 해당 임원이 관련 업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red flags) 그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면 의무에 위반한 것이라고 한다.

2019년에 맥도날드에서는 당시 CEO가 회사의 정책을 어기고 한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의해 해임되었다. 해당 CEO는 기존에 수령한 보수 중 1억500만 달러를 회사에 반환하기도 했다(clawback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번 사건 인사 담당 임원도 같이 피소되었다.

원고들은 피고가 직장 내 만연한 성희롱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인사 담당 임원으로 있으면서 해직되기 전까지 다수의 성희롱 관련 제보를 수령했으나 그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종류의 위험을 ‘mission critical risk’라고 부른다. 컴플라이언스 영역에 든다. 이 임원이 그런 태도를 취한 것은 본인도 같은 혐의를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델라웨어 주 판례는 종래 등기이사뿐 아니라 고위 임원도 회사 법상의 충실의무와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상당히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즉, 해당 임원의 업무 범위를 책임과 연결시켰다. 인사 담당 임원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회사 내 동향과 사건, 제보 등에 관한 중대한 책임을 진다.

미국 회사법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비중이 큰 임원의 경우 이사와 마찬가지의 의무를 진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왔고 미국 여러 주의 판례도 그를 인정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실무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델라웨어 주 판례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것 은 획기적이다.

물론 이 판결에서 법원은 해당 임원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임무를 해태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임원의 책임은 전후좌우의 맥락에도 크게 좌우되며 담당 업무의 종류와 범위도 감안된다고 보았다. 물론, 임원은 회사 어디에서든 지속적으로 경고음이 나왔다면 자신의 업무 영역이 아니어도 그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대처할 의무를 진다.

기업 현장에서 고위 임원들이 아직 이사회에 버금가는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큰 이슈는 아니다. 임원들은 소송이 제기될 정도의 큰 실책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문책을 당하거나 해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즉, 법률적 책임만 빼고 모든 책임은 다 진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더 큰 의의는 ESG 시대에 기업들 이 초점을 맞추어야 할 영역이 어디인지를 지적해 준 데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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