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08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풍랑을 맞은 배는 잠시 상황을 살핀 뒤 다시 돛을 올렸다. 바람은 금새 잦아들고 이내 바다는 잔잔해졌다.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 배는 머뭇거림 없이 전속력으로 항해한다. 큰 태풍의 전조로 여겨졌던 파고는 잠시 고개 들었던 너울이었다.차기 신한은행장을 뽑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마무리됐다. 이사회는 한용구 신한은행장의 중도 사임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후임자 물색 등 후속 처리에 속도를 높였다. 정상혁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
한 행장의 사임 결정과 정 내정자 선임까지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변수가 안팎의 우려로 번지고, 다시 리스크로 전이되는 과정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사전 차단됐다. 정확한 판단과 의사결정과 일사분란한 행정이 뒷받침된 결과다.
자경위 개최에 맞춰 후보군도 풍성했다.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경영진 및 자회사 CEO까지 내부와 외부 후보군은 최소 6명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한 행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군으로 압축됐던 인물들에 대한 검증이 한 차례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번 자경위는 현 상황을 고려해 최적 후보자를 선택하는 결정만 내렸을 뿐이다.
탄탄한 후보군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한은행의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내부에 유능한 인재가 많았다는 뜻이다. 평소 그들을 관리하고 경영자로 키워내는 내부 시스템도 탁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심을 잡고 경영진들을 지원하는 이사회의 역량도 수준 높다.
최근 은행권은 지배구조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은행에 대해선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 반목 또는 야합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는 금융당국의 질타도 이어졌다. 차기 CEO 선임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관치 논란으로 얼룩지는 사태도 목격됐다.
신한은행은 이런 논란이 빚어질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CEO 유고 사태를 진화했다. 철저하게 변수를 통제하고 안팎에서 빚어질 수도 있었던 갈등의 빌미도 만들지 않았다. 그만큼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사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기관리 시스템도 정상작동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을 넘어 리딩뱅크 타이틀을 따냈다. 단순히 이익의 크기로 재단할 수 없지만 더 늦게 태동한 신한은행이 더 오랜 역사를 가진 국민은행을 넘어섰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사실이다.
내부의 안정된 경영 시스템과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이번 자경위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이런 생각에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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