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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지금]체질개선 본격 드라이브, 구조조정 어디까지 갈까②‘기능중복’ 콘텐츠 제작 효율화, 본사 ‘투자·배급’ 중심 사업구조 개편 전망

김규희 기자공개 2023-02-20 07:34:40

[편집자주]

CJ ENM이 엔터부문의 실적 부진을 계기로 본격적인 군살빼기 모드에 돌입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등 한류 콘텐츠가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K-콘텐츠' 수요가 늘었지만 국내 미디어산업의 상징인 CJ ENM의 기업가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최근 수년간 막대한 실탄을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CJ ENM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1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창근 CJ ENM 엔터 부문 대표가 본격적인 대수술에 들어가자 회사 안팎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임직원들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구창근식 적자탈출 공식'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기존 9개 사업본부를 통폐합해 5개로 단순화한 건 향후 사업구조 개편과 인력 감축을 위한 수순이라는 의미다.

스타PD들을 산하 제작사로 이동시키는 것도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기능이 중복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콘텐츠 제작 업무를 자회사로 넘기고 CJ ENM 본사는 수익성이 높은 콘텐츠 투자·배급 역할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창사 이래 최대규모 조직개편 속 숨은 뜻 ‘인력 축소’

지난해 10월 CJ ENM 엔터 부문 대표에 오른 구 대표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기존 9개 사업본부를 △영화·드라마 △교양·예능 △음악콘텐츠 △미디어플랫폼 △글로벌 등 5개 핵심 사업본부로 개편했다. 중복되는 기능은 통합하고 핵심기능을 중심으로 사업체계를 단순화해 생산성 및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목적이다.

의사결정체계도 단순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팀장-국장-사업부장-사업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체계에서 국장 보직을 없앴다. 소규모 팀도 통폐합해 대팀제로 전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CJ ENM 내부 분위기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문화를 혁신한다는 차원에서 조직개편에 나섰다고 하지만 임직원들은 이를 인력 감축의 서막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 대표의 과거 구조조정을 살펴보면 조직개편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었다. 2017년 CJ푸드빌 대표에 오른 이후 비비고의 동남아 시장 철수와 투썸플레이스의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 2019년 올리브영 대표 시절에는 부진했던 중국, 미국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CJ ENM 내부에선 올해 중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업구조 조정, 자회사에 '제작' 기능 이관 본사는 투자·배급 '집중'

CJ ENM은 최근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급격하게 덩치를 불렸다. 2016년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 2022년 인수한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겨냥한 CJ ENM 스튜디오스 등 산하에 3개 콘텐츠 제작 업체를 보유,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했다.

북미 현지 거점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동안 CJ ENM 재무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투자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2021년 말 88%에서 2022년 말 137%까지 늘어났다. 순차입금 규모도 2조원을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 도달하자 회사 안팎은 구 대표가 본격적인 사업구조 개편 및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산하에 다수의 제작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본사가 많은 제작 인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구 대표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되는 기능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스타 PD의 연쇄 이동도 사업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타 PD를 시작으로 본사 제작 인력을 자회사로 이동시켜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CJ ENM의 간판 PD인 나영석·신원호 PD는 산하 콘텐츠 제작 레이블 에그이즈커밍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스타 PD 출신인 이명한 전 티빙 공동대표도 에그이즈커밍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본사 제작 인력이 자회사로 넘어가게 되면 본사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능이 중복되고 많은 비용이 드는 콘텐츠 제작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는 대신 사업성이 높은 콘텐츠 투자·배급 역할에 집중해 ‘수익 중심 경영’ 사업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 ENM 측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앞선 조직개편은 콘텐츠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기능 중심으로 의사결정단계를 단순화하는 결정"이라며 "의사결정 신속성 제고를 위해 조직 슬림화 추진한 것이지 인력 감축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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