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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을 움직이는 사람들]'로봇쟁이' 고광일 대표, 필드 너머 10년 후 미래 디자인한다①LG, ETRI 출신 엔지니어 일평생 로봇 집념, SW·헬스케어 로봇 겨냥 두번째 승부구

조영갑 기자공개 2023-03-03 00:01:29

[편집자주]

고영테크놀러지(고영)는 글로벌 SMT 분야의 최강자다. 세계 3200여개 고객사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하면서 점유율 50%를 유지하는 필드의 챔피언이다. 하지만 창업주 고광일 대표와 키맨들의 눈은 필드 그 너머에 있다. 더벨은 '10년 후 미래를 창조한다'는 정신으로 오늘을 임하는 고영의 사람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천생 로봇쟁이, 로봇에 미친 사람, 로봇 외길 인생, 가지 않은 길만 골라서 걷는 프론티어, 완벽주의 엔지니어…'

업계에서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고 대표는 대한민국 산업로봇 1세대의 '아이콘' 같은 존재다. 그의 이력 자체가 로봇과 함께 시작됐고, 로봇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

"최고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전례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말은 이제 우리 산업 현장에서 식상한 관용어구가 됐지만, 실제 고영테크놀로지(이하 고영)는 최고를 지향하면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지표를 달성해 왔다. 하지만 고 대표의 시계는 현재에 설정돼 있지 않다. 그의 가늠쇠는 10년 후를 겨누고 있다.

◇'전례 없던 로봇 만든다' 철학 기반 글로벌 SMT 부문 우뚝

고영은 SPI(납도포검사) 부문의 글로벌 1위 제조사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하고, 2000년 중반 검사장비를 출시한 이래 현재까지 SPI 시장점유율 1위(약 52%)를 달리고 있다. 후에 출시한 AOI(자동광학검사) 장비 역시 3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D가 대세를 이루던 상황에서 3D 장비를 선보이면서 단기간에 '초격차'를 이뤄냈다. 글로벌 고객사 3200개 이상, 공급 대수 2만 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산업 현장 전반에 고영의 제품이 쓰인다.

업계에서는 금자탑을 쌓은 원동력을 로봇에 대한 고 대표의 '집념'과 'R&D(연구개발) 드라이브' 등으로 꼽는다. 1957년 생인 고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석사를 거치면서 로봇과 연을 맺었다. 졸업 후 연구에 대한 갈증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피츠버그대 박사 등을 거쳤다.

귀국 후 1997년까지 LG산전 연구소 산업기계연구실장을 지내면서 각종 산업로봇을 개발했다. 원전 내 지능형용접로봇 등의 그의 작품이다. 붓글씨를 쓸 만큼 컨트롤이 우수해 1995년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IMF 여파로 미래산업으로 터를 옮긴 후에는 칩 마운터를 출시하자마자 세계 4위(점유율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5년 간 R&D를 이끌다가 2002년 4월 고영을 창업했다.

고영의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그의 이력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로봇'인데, 일본이나 독일 등 로봇 선진국들을 답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압도적인 기술의 산업로봇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유학과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로봇 팔, 검사로봇 명가' 글로벌 SW·헬스케어 기업 꿈꾼다

고 대표는 오랫동안 1위를 점유한 '안락한 필드' 너머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하고 있다.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의 톱티어 기업이 되는 그림이다. 이와 더불어 고 대표의 철학 중 하나인 '홍익인간' 이념에 기반한 글로벌 헬스케어 로봇 메이커 역시 미래 청사진의 핵심이다.

고영 관계자는 "고 대표는 항상 현재 시점에서 5년, 10년 뒤를 고민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돈을 버는 조직이고, 기술 혁신이 본령이기 때문에 현재 지위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늘 미래의 고영을 머릿 속에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R&D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영은 명실상부한 R&D 기반 기술기업이다. 지난해 말 735명의 임직원 중 44% 가량(325명)이 R&D 관련 인력이다. 경상연구개발비 지출도 업계 대비 압도적이다. 매출액 대비 2020년 24.5%(384억원), 2021년
21.0%(428억원), 지난해 3분기 말 19.7%(362억원)를 R&D에 쏟아 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영은 처음으로 역성장을 맞았는데, 오히려 R&D 투자를 확대하며 광학장비(AOI)를 출시, 위기를 돌파한 DNA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조업 현장의 트렌드는 AI SW를 기반으로 한 공정 과정의 스마트화인데, 로봇 디바이스 기술에 특화된 고영 역시 지속적으로 SW와 머신비전에 투자하면서 디바이스(팔, 다리)와 광학계(눈), SW(두뇌)까지 아우르는 스마트팩토리 토탈 솔루셔너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리쇼어링(국내복귀) 흐름이 거세지고 있는 미국 제조업 시장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고영의 카이메로(KYMERO)
고영은 대표이사 직속 연구소를 메카트로닉스, SW, 머신비전 등 3곳으로 나눠 각 부문간 경쟁과 유기적인 협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중 메카트로닉스는 로봇연구의 산실이다. 고 대표가 10년 이상 공들이고 있는 뇌수술로봇 '카이메로(KYMERO)' 역시 이곳에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뇌수술로봇은 2011년도 산자부 국책과제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내부 전언에 따르면 당시 고영 경영진 다수가 해당 프로젝트의 진행을 주저했다. 기존 사업의 성격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로봇기술에 최적화된 고영이 나서야 한다는 주변의 설득과 고 대표의 결단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국책과제라 초기 비용부담은 적었지만, 유효성 및 안전성 기술을 고도화해야 하는 수술로봇 특성상 지속적으로 내부투자가 집행되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에 공급 레퍼런스를 확보한 데 이어 미국 FDA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출시되면 뇌수술 로봇시장에 '전례 없던' 케이스가 된다.

◇"좋은 기업 넘어 위대한 기업" ESG 경영 디자인한다

고영은 코스닥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ESG 경영'을 시작한 기업이다. 지멘스, 보쉬 등 글로벌 고객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총 주식의 60% 이상을 외국자본이 보유한 기업으로서 선택이 아닌 숙명이다. 유망 기술기업에 투자하기로 유명한 베일리 길포드(BAILLIE GIFFORD)가 8.05%, 알리안츠(ALLIANZ GLOBAL INVESTORS)가 10.15%, 퍼스트센티에르(FIRST SENTIER)가 7.3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장 민감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부터 해마다 ESG 보고서를 출간하면서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친환경, 가치, 신뢰를 키워드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공급사의 EU RoHS(유해물질 제한지침)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2020년부터 내부 일회용품, 조명 및 업무차량 역시 전량 친환경제품으로 교체했다. 폐기물과 용수 사용,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2019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고영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 해외법인이 있기 때문에 국제 정세와 조직 안전에도 관심이 깊다. 일례로, 고영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엔지니어들과 기술협력을 지속하면서 우크라이나 내에 고영의 해외 연구소를 설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쟁 발발 1년 전부터 벨라루스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전운이 감돌자 고 대표가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직원과 조직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처다. 고 대표의 혜안으로 회자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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