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 자동차 전장산업]자율주행·전기차 '레이다' 세운 HL만도④'진짜 자율주행차' 핵심부품 레이다 선두주자…'미래차로 미래를' 꿈꾼 정몽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03 07:30:12
[편집자주]
10년전 전자업계의 미래 동력으로 낙점됐던 자동차 전장사업이 이제 '진짜' 성과를 내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나선 사이 국내 전자업계의 전장사업 부문도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더벨이 전기차 대전환기를 맞아 전성시대를 맞은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장 히스토리와 현황, 미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시스템이 주 운전자가 되는 '진짜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빌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을 예정인 자율주행기술 3단계의 제네시스 G90이다. 제네시스 G90은 무엇을 통해 세상을 볼까.자율주행 자동차에게 꼭 필요한 감각은 시각이고, 더해서 중요한 능력이 판단력이라면 앞을 감지하고 운전상황을 판별하는 '레이다(Radar)'는 핵심부품 중에서도 핵심부품이다. 국내 첫 레벨3 자율주행차는 HL만도의 자회사 HL클레무브의 레이다를 달고 달린다. 미래 모빌리티에 레이다를 바짝 세운 기업이 HL만도와 자회사 HL클레무브인 셈이다.
◇국내 첫 '레벨3' 자율주행차, HL클레무브 눈 달고 달린다
HL만도와 자회사로 2021년 분할출범한 HL클레무브는 레이다 분야의 선두에 서 있다. HL만도가 기술혁신을 이끌었다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임무를 받고 분사한 HL클레무브는 전방 레이다와 카메라, 자율주행 제어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레이다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율주행의 정확도 상승이다. 지금은 익숙한 기능인 '자동 안전거리 조정'이 중거리 레이다 기술에서부터 나왔다. HL클레무브가 개발한 레이다로 앞선 차량을 감지하고 주행 간격을 유지하며 충돌을 완화하거나 아예 피할 수 있게 됐다.
제품군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HL만도와 HL클레무브는 레이다, 라이다(Lidar), 4D 이미징 레이다(Imaging Radar), 고해상도 카메라, 실내 승객 감지센서(In-Cabin Sensor), 고성능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 등 완전자율주행 핵심 제품 상용화를 2025년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국내 선두주자 격으로 인정 받는다. HL만도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교통국(CADMV)에게서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를 받았는데, 전자업계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자동차업계에서 이 면허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전기신호로 바퀴·브레이크 조정…주차부터 디자인까지 혁신한다
'전기차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자동차 부품사들의 주력 제품은 내연기관용이다. 역사가 긴 기업일 수록 내연기관차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하나의 숙제일 수밖에 없다. HL만도는 전기차 필수재 개발에 천착하고 있다. '브레이크' 역할의 제동장치와 조향,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 등 완성차에 꼭 필요한 부품들을 전기차에 맞춰 생산하는 게 목표다.
HL만도가 전기차 부문에서 제시하는 핵심 사업은 바이-와이어(By-wire·전기신호 구동)와 EV 서스펜션, 전력 변환 시스템과 마이크로 모빌리티, 구동 시스템 등이다. 이중 바이 와이어와 서스펜션 부문에 주목할만 하다.
바이 와이어는 바퀴와 브레이크 부문으로 나뉜다. 기존에는 바퀴의 방향 조절과 제동을 모두 기계식으로 조작해야 했는데 전기 신호로 조향, 제동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바퀴 각각에 모두 조향장치와 제동장치가 구비돼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이 기술이 탑재되면 마지 '게 걸음'처럼 평행이동하는 'crab driving'이 가능해진다. 운전의 난관 중 하나로 꼽히는 주차가 획기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운행이 수월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브레이크도 역시 전기신호로 제어가 가능해 진다. 기계 장치로 움직이지 않으니 자동차 내부 디자인 자유도도 훨씬 커진다.
◇"미래차 기술로 날아오르겠다"던 정몽원의 꿈
HL만도가 전장산업의 최전선에 선 데에는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 한 몫을 했다. HL만도의 전신은 1962년 설립된 현대양행이다. 1969년에 자동차 부품 생산을 시작했고 '만도'라는 이름은 1980년 만도기계가 설립되며 얻게 됐다.
선제적 미래투자는 과거 설욕의 역사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HL만도는 외환위기(IMF) 당시 한라중공업이 부도가 나면서 JP모건과 UBS가 맞손을 잡아 설립한 네덜란드계 지주사 선세이지로 팔렸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에게 선친의 회사이자 한라그룹의 알토란이었던 HL만도가 각별했다는 전언이다. 2005년 매각설이 나오자마자 3년을 분투한 끝에 다시 HL만도를 되찾아왔다.
HL만도에 대한 사랑은 그의 거취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2년 한라건설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정 회장은 건설이 안정궤도에 들어서자마자 2017년 다시 HL만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일각에서 'HL만도 집착'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이 컸다는 전언이다.
정 회장의 '컴백' 시기와 HL만도가 본격적으로 전기차·자율주행에 드라이브를 건 시기는 일백상통한다. 정 회장은 복귀 전략을 전했던 사업설명회에서 '미래차 기술로 도약하겠다'는 요지의 중장기 계획을 전했다.
의지는 연구개발(R&D)비와 전장부품 비중으로 증명된다. 2016년 4.83%였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7년 5.32%까지 확대됐다. 2019년 6.03%, 2020년 5.80%, 2021년 5.42%로 유지 중이다. 역시 연구개발비용을 5% 이상으로 이어간다는 정 회장의 목표에 부합한다.
HL클레무브도 별도 연구개발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 취임 전후로 연구개발 비용은 대폭 늘었다. HL클레무브만 올해 10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세자릿수 이상의 인원을 연구개발 부문에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이듬해부터 전장 부품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데 집중했다. 2017년 중국시장에서의 만도 전장부품 비중은 18%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24%를 목표했고 목표치에 부합하는 성과를 냈다. HL만도는 4년 내로 매출 비중의 약 40%를 미래 모빌리티 부품으로 채운다는 각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코스닥 CB 프리즘]서진시스템, 보통주 전환 물량에 30% 할증 풋옵션 '이례적'
- 에쓰씨엔지니어링 자회사 셀론텍, 태국에 ‘카티졸’ 공급
- 메트라이프생명, 잇단 사외이사 재선임...송영록 대표 체제도 유지될까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현대해상, 단순한 상품구조 '부채 감소' 효과는 컸다
- [저축은행 유동성 진단]NH저축, '안전자산' 투자가 이끈 유동성 개선
- [저축은행 유동성 진단]우리금융저축 '영업 확대'로 끌어올린 유동성
- [저축은행 유동성 진단]하나저축, 대출 영업 축소 대신 '예치금 확대'
- [외국계 보험사는 지금]한국시장 엇갈린 시선 '매력 감소 vs 전략 요충지'
- [닻오른 롯데손보 매각]금융지주와 사모펀드…관점별 이상적 인수자는
- [캐피탈사 글로벌 모니터]JB우리캐피탈, 미얀마 영업 제한 건전성 관리 만전
허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Earning & Consensus]현대모비스, 믹스·셀 조달 변화에 매출액 축소…AS 웃었다
- [퍼포먼스&스톡]'이미 고공행진' LIG넥스원, 매출 확대에도 잠잠한 흐름
- [ESG 등급 분석]'8년 만에' A등급 오른 포스코홀딩스
- [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조함자립' 50년 추진한 HD현대중공업
- [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지상에선 100%, 하늘에선 유일무이' 한화에어로
- [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K방산 이끈 '한국형 프로젝트'
- [항공사 기단 2.0]'공격 확대' 에어프레미아·이스타, 매출·리스 줄다리기
- [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무늬만 국내산'에서 국산화율 80%…수출 '퀀텀점프'
- [항공사 기단 2.0]유일하게 규모 줄인 에어부산, 기재 현대화는 계속
- [ESG 등급 분석]한화에어로, 국내외 평가 A등급 안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