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보험은 사양산업인가요?"모 외국계 생명보험사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업권의 해지환급금이 38조원을 넘어섰다는 보험개발원의 통계가 발표된 직후였다. 성장성이 둔화된 국내 보험, 특히 생명보험 시장을 보험사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한국 생보 시장의 미래를 보려면 미국, 일본, 유럽을 보라고 했다. 글로벌 선진 시장은 한 자릿 수 이익증가율을 기록 중이나 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선진 시장의 반열에 든 한국 시장은 신흥국 같은 외형성장은 없지만 대신 돈이 되는 마켓이라는 얘기였다.
40조원에 달하는 연간 해지환급금 통계 역시 산업의 업력상 부정적으로 볼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한해동안 생보사들이 지급한 암, 사망 등에 대한 보험금 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주목했다. 그만큼 성숙도가 높고 사회적으로 큰 몫을 차지하는 산업이라는 방증이다.
한참 설명이 이어졌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새 상품, 새 영역을 개발해나가는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곳은 도태된다는 게 답이었다. 시장 성장성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얘기였으나 중요한 얘기였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해 '유지'에만 방점을 둔 생보사들의 끝이 어떠했는지는 국내 보험사 매각 사례들에서 입증돼온 바다.
선진시장의 반열에 든 한국 보험시장은 1인당 소득수준, 지식수준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그런 고객들의 니즈를 높여줄 수 있다면 고객 1명당 매출 향상은 뒤따르게 마련이다.
보험업권에서는 그래서 '신계약'을 중요한 지표로 삼고있다. 매년 신계약이 있는 한 자산은 계속 늘고, 고객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수십년 만기의 기존 보유 계약들에서 현금이 창출되며 사업이 굴러가는 한편 신계약이 추가 성장의 척도로 자리하는 구조다.
국내 보험사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혹자는 성장동력이 다한 업권에 자원이 배분돼선 안된다는 지적까지도 한다. 물론 새로 도입된 보험 제도들이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합집산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단순히 시장 성장성을 탓하며 치부할 일은 아니다.
올해 보험업계는 새로운 회계, 자본건전성 관련 제도들이 도입되며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다. 보험부채의 시가 평가를 비롯해 새 건전성 감독 기준이 시행됐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더 빡빡해졌다.
이런 기반 위에서 보험사들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신형연금 등 재탐색이 필요한 여러 영역에서 새로 도전장을 내미는 보험사들이 어딘지 주목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똑똑해진 고객 수요를 채워줄 젊은 생보사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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