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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활용법 변화]달라진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 말그대로 '주주환원'③위기 때마다 내민 매입·소각 카드...지난해는 처음 지분 맞교환

조은아 기자공개 2023-03-16 08:20:32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인색한 태도를 취해왔다. 매입한 자사주를 경영권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시장 분위기에 맞춰 자사주 소각을 통해 고강도 주주환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주된 이유지만, 기업에 따라 주가를 끌어올려 이루고 싶어 하는 '빅 픽처'가 있기도 하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변화하는 자사주 활용법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자사주를 적절히 활용해 주주들을 달래고 분위기를 전환해왔다. 2000년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뒤 현대차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할 때도,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흔들릴 때도, 한전부지 고가 매입으로 안팎에서 싸늘한 시선이 쏟아질 때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지고 있다. 그간 주로 회사를 둘러싼 잡음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말그대로 주주환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KT와 지분을 맞교환한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가 경영권 방어가 아닌 사업 확대를 위해 자사주를 넘긴 건 처음이었다.

◇변곡점마다 꺼내든 자사주 매입·소각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한 건 모두 네 차례다. 출범 이듬해인 2001년 초 현대차는 자사주 1100만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총 발행주식의 3.7%, 유통물량의 10%에 이르는 규모로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었다.

당시의 자사주 소각은 현대차그룹 출범과 동시에 주주들에게 주주환원 확대라는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대차는 2000년 3월 주가관리 및 안정화를 위해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IR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자사주를 매입했고, 같은해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정관에 이익소각 규정도 신설했다.

이후 3년 뒤인 2004년 6월에도 661억원가량을 투입해 자사주 132만주를 매입한 뒤 소각했다. 총 발행주식의 0.6%로 규모는 작았지만 역시 상징적 의미는 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현대차 경영진이 주주들의 우려에 좀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듬해에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졌다. 2005년 2월 1200만주,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역대급 규모였다. 현대차는 이날 어닝 쇼크 수준의 전년 실적도 발표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자 미리 방어에 나선 셈이다. 실제 현대차 실적이 대폭 뒷걸음질했음에도 이날 주가는 올랐다.

이후 현대차가 크게 움직인 건 2014년 11월이다. 현대차는 449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 때 역시 고육지책의 성격이 컸다. 당시 현대차는 한전부지 입찰에 무려 10조5500억원을 써내면서 거센 후폭풍을 겪었다. 엔저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했다. 3년 반 동안 굳건히 지켜오던 시총 2위 자리도 넘겨줘야 했다.

현대차가 자사주 소각 카드를 다시 꺼내든 건 2018년이다. 2004년 소각 이후 무려 14년 만이었다. 당시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총 854만주를 소각했다. 액수로 따지면 9600억원 규모였다.

이 때 역시 현대차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당시 엘리엇어드바이저 홍콩(엘리엇)이 '현대 가속화(Accelerate Hyundai) 제안서 및 이사진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자사주 소각은 물론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등을 요구해왔다. 다만 현대차는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며 엘리엇의 제안과는 상관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첫 지분 맞교환...다양해진 활용법

현대차의 자사주 활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은 지난해 있었던 KT와의 지분 맞교환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KT는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KT 지분 7.8%를 확보하고 KT는 현대차 지분 1.0%, 현대모비스 지분 1.5%를 갖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기업과 지분을 맞교환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현대차 지분을 다른 곳이 보유했던 일도 거의 없다. 과거 경영권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지분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 10%를 보유한 일이 있었지만 당시엔 경영권이 위협받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왕자의 난'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던 정몽구 명예회장이 다임러와의 제휴로 상황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어긋나면서 4년 만에 결별 수순을 밟았다. 당시 그룹 내부에선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 매각을 오히려 반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현대차는 물론 그룹 차원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사업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전통 자동차 제조와 크게 접접이 없는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과 기술 제휴 등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5년 만인 올해 초 자사주 소각 소식도 전했다. 그동안과 달리 이번엔 현대차를 둘러싼 부정적 이슈가 없다. 실적은 오히려 좋다.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말그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기아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내놨다.

그룹 차원의 주주환원 확대는 계열사 여러 곳에서 주요 주주에 올라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지분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는 계열사 지분은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가가 오르면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비상장사와 해외 계열사를 더해 모두 10곳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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