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에 문 연 모태펀드…세컨더리 도전할까 총 300억 출자…대형사 관심, 흥행여부는 미지수
양정우 기자공개 2023-03-20 08:14:34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0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정시 출자사업의 문을 열었다. 벤처세컨더리 사모펀드 분야에 한정해 지원을 허용하면서 운용업계에서 도전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15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공고한 2023년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자본시장법상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를 출자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헤지펀드 하우스도 국내 최대 출자사업으로 꼽히는 모태펀드의 위탁운용사(GP)로 뽑힐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도전이 가능한 영역이 제한돼 있다. 벤처세컨더리 사모펀드 분야만 유일하게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 △글로벌펀드 △창업초기 △초격차 △스케일업·중견도약 △일반세컨더리 등 벤처캐피탈의 핵심 자금줄엔 경합이 금지돼 있다. 아무래도 일반 사모펀드와 벤처투자조합은 기능과 성격 차이가 뚜렷하기에 비히클 측면에서 적합 분야를 선별한 것으로 관측된다.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세컨더리 펀드의 경우 이미 헤지펀드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선례가 있다. DS자산운용은 지난해 상반기 헤지펀드 운용사 최초로 비상장사 세컨더리펀드를 내놨다. '디에스 Secondary.01 코스닥벤처 일반사모투자신탁'과 '디에스 Secondary.B 일반사모투자신탁'을 각각 300억원 규모로 결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3/03/14/20230314163113576_n.png)
세컨더리 투자는 통상적으로 운용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상장사의 신주가 아닌 구주를 주축으로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무엇보다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 발행사의 경우 신주를 찍을 때는 다채로운 정보로 어필하는 반면 주식 보유자의 소유권 이전인 구주 거래에서는 편의 제공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헤지펀드업계에서도 오랜 기간 비상장투자에 매달린 운용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장덕수 회장으로 유명한 DS운용뿐 아니라 웬만한 벤처캐피탈과 견줄 정도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갖춘 하우스가 적지 않다. 롱온니나 롱숏 등 전통적 전략보다 비상장주식을 비롯해 각양각색 자산을 담는 멀티스트래티지 전략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벤처세컨더리 사모펀드 분야에 지원하는 헤지펀드 하우스는 메이저 운용사로 제한될 전망이다. 한국벤처투자가 내세운 결성목표액이 1500억원인 가운데 출자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이 3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대출자비율은 20%로 집계돼 출자사업 내 모든 분야를 통틀어 최저 수준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헤지펀드를 상대로 출자사업의 문을 개방한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일단 제안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성목표액이 너무 크고 출자예산이 적어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일반 사모펀드의 경우 전문투자자가 대거 참여할 수 있는 비히클이지만 대형사도 결국 지원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컨더리 펀드의 매력은 어느 때보다 점증한 시점이다. 세컨더리 투자의 기회는 기업 성장의 제이커브(J-curve)와 펀드 만기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한 펀드는 필연적으로 만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제이커브가 변곡점을 지나 기업가치가 도약하기 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다. 만기에 쫓긴 펀드는 헐값에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지난해 글로벌 자산시장이 폭락하면서 국내 비상장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콘 반열에 오른 비상장사의 몸값도 속절없이 추락한 타이밍이다. 하지만 펀드의 만기는 어김없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 세컨더리 펀드 입장에서는 이들 주식을 싼값에 담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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