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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 & Lab]'반도체 웨이퍼 국산화 거점' SK실트론 구미 생산 현장에선…'약 2m 둥근기둥이 0.8mm 얇은 웨이퍼로'…갈고 다듬는 3주간의 여정

구미(경북)=김혜란 기자공개 2023-03-22 13:00:03

[편집자주]

제조업이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든, 출발점은 Fab(공장)과 Lab(연구소)다. 여기에서 얼마나 고도화된 공정 개발이, 기술 연구가 이뤄지느냐가 최종 제품의 질을 좌우한다. 더벨이 기업의 산실인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현장을 찾았다. 또 Fab과 Lab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연구소장, 엔지니어 등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높이 약 2m, 지름 약 300mm의 위가 뾰족한 둥근 기둥(잉곳) 수십 개가 서 있다. 마치 로켓 실험실 같기도 하다. 이곳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공정의 시작점인 잉곳을 만드는 SK실트론의 '그로잉(Growing)룸'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는 잉곳 성장 기술에는 SK실트론의 40년 역사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반도체는 은색 원판인 반도체 웨이퍼 없이는 탄생할 수 없다.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고 증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반도체 칩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에서 중요도가 높다는 얘기다. SK실트론은 일본 신에츠와 섬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이 장악한 글로벌 웨이퍼 시장에서 5대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SK실리콘의 경상북도 구미 구미3공장을 지난 14일 언론사 중 처음으로 더벨이 찾았다. SK실트론은 이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세우고 달려가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구미3공장을 직접 찾았을 정도로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잉곳 그로잉실에서 만들어진 200mm 잉곳. (사진=SK실트론 제공

◇최고난도 공정은 '잉곳 그로잉'…첨단 기술과 노하우의 집약체

웨이퍼는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으로 뽑아낸 다음 갈고 다듬고 세정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한 장의 웨이퍼가 만들어지기까지 3주가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리콘(Si) 웨이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로 수출된다.

웨이퍼의 품질은 첫 단계인 잉곳 그로잉(Growing)에서 결정된다. 공장을 안내한 이영호 팀장(300mm 웨이퍼제조팀)은 "가장 핵심이 잉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잉곳 그로잉 중 방위각과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며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에 따라 잉곳을 다르게 뽑아낸다"고 말했다.

잉곳 제조는 폴리실리콘을 도가니에 넣어 1450℃에서 녹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폴리실리콘이 녹으면 '시드(종자정)'를 넣고 당기면서 결정을 만들고 천천히 식힌다. 여기에만 5일이 넘게 걸린다. '잉곳을 키운다'고 하는 이 공정을 영어 그대로 'Growing', 이 기구를 '그로워(Grower)'라고 부른다. 순도 99.999999999%의 다결정 원재료를 단결정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원 모양의 웨이퍼는 겉보기엔 같아 보여도 다 다르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에 따라 비저항, 산소농도, 품질 기준이 달라지는데 이를 조정하는 것이 기술력이다. 그로워의 설계기술, 결정제어기술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중국 기업이 웨이퍼 기술을 쉽게 못 따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블록에서 낱장으로 절단된 웨이퍼 (사진=SK실트론 제공)

◇블록→낱장으로…장인정신으로 깎고 다듬고 씻고

이제부터는 이렇게 생산된 잉곳을 두께 0.8mm 얇은 웨이퍼 낱장으로 갈고 다듬는 공정이 시작된다. 잉곳은 길이가 길어 한 번에 자르지 못한다. 블레이드(날)를 이용해 블록 단위로 절단한다.

이 단계에서 잉곳 1개가 5개~6개 단위의 '블록'으로 나눠진다. 그다음 '와이어소(Wire Saw)'라고 부르는 장비에 넣으면 와이어가 블록을 한 번에 잘라준다. 한 블록에선 300장 이상이 나오는데 자르는 데만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낱장으로 만든 다음부터는 연삭과 연마, 세정 작업의 반복이다. 우선 웨이퍼의 가장자리(에지) 각진 부분을 갈아 둥글게 만들어줘야 한다(Edge grinding). 이후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평탄하게 만들고(Lapping), 웨이퍼 표면의 미세한 크랙을 화학작용을 이용해 제거하는 에칭(Etching) 과정을 거친다.

또 폴리싱(Polishing)을 통해 웨이퍼의 미세 굴곡을 없애고,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Cleaning)하는 과정을 거쳐야 거울처럼 표면과 가장자리가 반들반들한 폴리시드 웨이퍼(Polished Wafer)가 만들어진다.

처음엔 일반룸에서 이뤄지지만 후공정으로 가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의 엄격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서 에지그라인딩도 일반룸에서도 하지만 클린룸에서 2차로 한 번 더 이뤄진다. 클린룸에서도 계속 연마하고 세정한다.

이 팀장은 "절단 후엔 표면을 연마하고 세정한 뒤 다시 더 작은 입자로 연마하고 세정하고, 에지도 미세하게 갈아주는 과정을 반복해 폴리시드(다듬어진) 웨이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은 쉽지만 하나하나 다 노하우와 미세 기술이 필요한 공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총 40개 단계를 거친다.
*'와이어소어' 장비 모습. 블록을 웨이퍼 낱장으로 절단하는 공정이 이뤄진다. (사진= SK실트론 제공)

◇한 장의 웨이퍼가 만들어지기까지 40단계 '3주'

한 잉곳에서 보통 2000개 이상의 웨이퍼가 생산된다. 왜 계속 갈고 다듬어야 할까. 이 팀장은 "처음 잉곳의 상태는 완벽했는데 자르면서 오염시켰고 표면과 가장자리를 갈아주다 보니 미세한 크랙이 생기게 됐다"며 "거칠어진 표면을 다듬어주고 굴곡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마무리되면 검사가 남아있다. 여기에서 실리콘 단결정층 증착 공정을 한 번 더 거치면 에피텍셜 웨이퍼(Epitaxial Wafer)가 된다.

검사를 무사히 통과하면 패키징(포장)한 뒤 고객사에 비행기로 배송할 준비를 한다. 이날 SK실트론의 클린룸에서도 완성된 웨이퍼를 천장의 레일로 날라주는 OHT(Overhead Hoist Transport)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총 3주간의 여정을 끝낸 웨이퍼들인 셈이다.
*완성된 웨이퍼를 OHT장비가 나르는 모습. (사진=SK실트론 제공)

국내에 SK실트론의 웨이퍼 공장은 200mm웨이퍼를 생산하는 구미1, 2공장과 300mm 웨이퍼 생산기지 3공장이 있다. 구미 3공장(P1, P2 생산기지 보유)은 증설 중이다. P2 작업장에서 P3 건설 현장을 볼 수 있었다. 7만여평의 구미 3공장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건 P3가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5월이다.

지난해 말 기준 300mm 웨이퍼 분야 세계 3위인 SK실트론은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P3가 완성되면 일본 섬코를 누르고 300mm 웨이퍼 시장에서 2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정부가 그리고 있는 '반도체 초강국 건설' 그림 중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확보에서 의미있는 결실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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