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묘년 1분기 증권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에코프로 광풍'이다. 에코프로(모회사)는 올들어 3개월만에 주가가 342.7% 폭등했고 에코프로비엠(자회사)은 같은 기간 153% 급등했다. 두 기업은 각각 코스닥 시가총액 2위, 1위 자리에 나란히 올라섰다.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라면 에코프로만 떠올려도 함박웃음을 지을 듯하다.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숏 포지션(공매도)을 활용하는 운용역이다. 국내에서는 오직 숏만 쓰는 하우스가 없는 만큼 대부분 롱숏(Long/Short)을 추구하는 매니저들이다.
에코프로그룹 계열의 드라마틱한 폭등세를 놓고 연초부터 지나치다는 시각이 제기돼 왔다. 당연히 운용업계에서도 에코프로에 대규모 숏 포지션을 취한 롱숏 펀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 랠리가 이어지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숏 스퀴즈(short squeeze) 형국에 다다르면 공매도에 나섰던 펀드마다 지금이라도 급등한 주식을 되사고자 혈안이 된다. 폭등했던 주식이 숏 커버링 덕에 다시 가파른 상승의 여력을 확보한다. 여기에 롱숏 펀드가 레버리지까지 공격적으로 썼다면 그야말로 재기 불능의 상태에 들어선다.
이 악몽같은 시나리오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과거 이상 급등을 보였던 신라젠, 에이치엘비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당시 숏 포지션으로 참패를 당한 펀드매니저는 수개월 동안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십수 년 간 업력을 쌓아온 인사도 운용업계를 떠날 만큼 상처를 입는다고 한다.
에코프로발 이슈가 아니어도 롱숏 펀드는 오랜 기간 위축돼 왔다. 지난해 전체 펀드 중에서 순수 롱숏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헤지펀드 시대의 문을 연 롱숏은 업계에서 놓쳐서는 안될 중추 전략이다. 숏 스퀴즈의 역습에 당한 펀드까지 포함해도 롱숏은 언제나 변동성이 가장 낮은 전략으로 꼽힌다. 매수와 공매도를 함께 쓰는 균형감 덕분이다. 헤지펀드의 절대 수익에 담긴 근원적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숏 포지션의 손실에 낙담한 펀드매니저에게도 위안거리가 있다. 실패도 겪어봐야 한다는 평범한 격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에코프로의 급등 초기에 숏 포지션을 서둘러 정리한 인사는 과거 숏 스퀴즈로 낭패를 봤던 경험 때문에 변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한다. 실패의 고초가 쌓인 덕에 낮은 변동성을 고수하면서도 늘상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증시 폭락의 한파가 잦아들자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면서 금융권 수익자를 중심으로 헤지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기관 수익자의 니즈에 담긴 절대 수익은 시장 부침과 무관하게 변동성이 낮은 수익률이다. 이들의 최선호 타깃은 단연 롱숏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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