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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이유 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의 '40분 PT' 주총서 이례적으로 긴 설명회 …12인치 파운드리 청사진도 제시

부천(경기)=김혜란 기자공개 2023-03-30 12:53:48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3: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총회장에서 이례적으로 긴 프레젠테이션(PT)이 이어졌다. 29일 열린 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 안건 상정 전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사회 의장)은 40여분간 연단에 서서 '물적분할'의 명분을 설명하는 데 40분을 할애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주총에서 긴 시간 PT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찬성으로 물적분할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부담이 있는 만큼, 물적분할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그간의 경영성과와 앞으로의 투자전략을 설명하고 결론적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선 회사 분할을 통해 준비 중인 성장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DB하이텍 파운드리와 팹리스(설계전문) 브랜드사업부 분리 안건은 가결돼 오는 5월 DB팹리스(가칭)이 출범한다.

◇일부 주주 반대 속 물적분할 가결…5월 'DB팹리스' 출범

이날 경기도 부천시 수도로 DB하이텍 부천캠퍼스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행을 맡은 최 부회장은 "DB하이텍의 사업구조 개편 목적은 매우 순수하다"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부가 서로 구속받지 않고 최대한의 속도로 발전하려면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고객사(팹리스)와 경쟁하지 않는' 순수 파운드리 전문기업으로 도약해 이해상충 이슈를 없애고 DB팹리스는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해야 각각 기업가치를 크게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순수 파운드리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아야 각각 사업 속도가 최대한 빠르게 성장할 수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DB팹리스)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적분할 시 모기업과 분리가 되는데 DB팹리스의 경우 당분간 모회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DB팹리스의 자본력이 약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DB팹리스가 DB하이텍의 100% 자회사이자 비상장사로 있으면 모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지원하기가 유리하다는 점 등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사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LG화학의 경우 모회사와 자회사(LG에너지솔루션) 자산이 거의 비슷하다"며 "자산의 약 45%, 유형자산의 33%, 매출의 42%를 갖고 있는 사업부(LG에너지솔루션)이 분리된 것이다. 그러나 DB팹리스의 경우 순수자산가액이 약 800억원(DB하이텍 약 1조6000억원), 유형자산이 33억원(DB하이텍 약 73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안건 상정 전 PT를 진행하는 모습(사진=김혜란 기자)
DB하이텍의 주요 주주는 DB아이엔씨(특수관계인 5인 포함) 17.85%, 국민연금공단 7.94%이며, 작년 12월 말 기준 소액주주의 비율이 77.03%에 달한다. 이날 주총에선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발언이 이어졌으나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가 안건에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회사 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통과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 수 53%, 참석 주주 주식 수 중 87.1%가 찬성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의 긴 시간 PT에도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해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을 달래지는 못했다. 주총에서 한 소액주주는 "물적분할하는 것은 결국 대주주가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물적분할 안건도 적정한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고 기습 상정했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이 물적분할이라는 산은 넘었지만 물적분할을 둘러싼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얻을 것이냐와 관련해선 과제를 남긴 셈이다.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사진=DB하이텍 제공)

◇12인치 파운드리 투자 확대 시사

이날 최 부회장이 준비한 PT 또다른 키워드 중 하나는 '투자'였다. 최 부회장은 "반도체 업계를 둘러싸고 투자 축소와 감산에 관련한 암울한 이슈가 쏟아져 나오지만 DB하이텍은 올해를 또다른 성장스토리를 써 나가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처음으로 12인치(300mm) 파운드리 관련 청사진을 제시했다. DB하이텍이 레거시(구형) 8인치(200mm)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하는 만큼 12인치 쪽으로 진출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그간 투자 계획에 대해 밝힌 적은 없었다.

최 부회장은 "12인치를 하기 위해선 약 2조5000억원이 필요하다"며 "또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해선 약 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12인치 진출 계획이 확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12인치로 진출한다는 방향성은 있다"며 "다만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고) 투자를 위해 비용을 따져보니 약 2조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12인치와 SiC 등 전력반도체 신사업 등에 진출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보유 현금의 투자금 집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신수종' 사업의 진출도 모색 중이다.

DB하이텍 주주총회 현장(사진=DB하이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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