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0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X세미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훈 상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의 전임이던 최성관 LG홀딩스 상무(CFO) 역시 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CFO를 중용하는 LG그룹의 사풍을 LX그룹에도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반도체 불황에도 LX세미콘은 선방한 실적을 보였지만 급증한 재고 탓에 현금이 묶여 현금흐름이 저하된 상태다. 여기에 방열기판 등 신사업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더욱 위상이 제고된 김 상무에게 올해는 투자와 재고 효율화란 숙제가 맡겨졌다.

◇영업·잉여현금 마이너스 전환, 재고 회전율 악화

LX세미콘은 2023년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CFO인 김훈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최성관 상무가 LX홀딩스로 이동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웠다. 김 상무는 ㈜LG 재경팀 출신으로 LG상사 경영관리담당, LX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경영관리담당을 거쳐 올 초 LX세미콘 CFO로 왔다.

그는 이번에 재선임된 손보익 LX세미콘 사장과 함께 이사회 투톱으로 합류했다. 이에 따라 LX세미콘은 CEO와 CFO가 나란히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삼성전자와 퀄컴을 거친 정성욱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선임됐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인 LX세미콘의 반도체 설계능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커리어를 가진 인사다. LX세미콘은 작년 하반기 반도체 불황여파에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412억원으로 전년(3925억원)대비 소폭 줄었지만 선방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전환을 면치 못했다. 재고자산 증감 폭이 761억원에서 3254억원으로 급증하는 바람에 현금이 묶인 탓이다.

이로 인해 재고자산회전율도 4.2회로 전년(7.4회)보다 크게 하락했다. 49일 정도였던 재고소진 기간이 86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여기에 설비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로 793억원, 배당으로 878억원이 유출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2489억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현금성자산이 6056억원에서 3188억원으로 급감했다.

LX세미콘의 주력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라 경기대응을 신사업 투자 등을 진행 중이다. 2021년 LG화학으로부터 일본 방열소재 업체의 지분과 자산을 인수한 후 지난해 경기도 시흥 3000여평 규모 부지에 방열기판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김 상무로선 줄어드는 곳간을 방어하고 재고와 투자 효율화의 중책이 맡겨졌다.

◇㈜LG 재경팀 출신, CFO로 활약

김 상무의 전임자인 최성관 상무는 지주사 LX홀딩스로 영전해 CFO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 역시 2013~2017년 ㈜LG 재경팀에서 근무한 뒤 2018~2022년 LX세미콘 CFO를 거쳐 LX홀딩스로 옮겼다.

CFO를 사내이사로 중용하는 이 같은 경향은 LG그룹의 흔적으로 보인다. LG그룹은 CFO의 사내이사 등재가 인사공식처럼 통용되는 곳이다.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모두 CFO가 사내이사로 들어와 있다. 재무라인 출신이 계열사 CEO를 맡는 경우도 있다.

LX그룹 역시 LG그룹에서 분할돼 나온 만큼 이사회 운영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LX그룹은 2021년 5월 계열 분리 당시 ㈜LG 재경팀 출신 인력들을 다수 확보했다. 이들은 현재 CFO나 차기 CFO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