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취재 일정이 크게 틀어질 뻔 했다. "KT&G 인재개발원 가겠습니다." "네. KT 인재개발원이요." "아니요 기사님. 벚꽃길에 있는 KT&G에요 담배하는." 택시 기사는 다시 한 번 'KT'가 아니냐고 물었고 아니라고 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KT&G의 옛 이름)로 가겠다고 기사는 멋쩍은 듯 대답했다. 내비게이션에 '벚꽃길 71'을 찍으면서. 지난달 28일 KT&G 주주총회가 열린 인재개발원의 주소다. KT&G는 1년여 동안 행동주의 펀드 공세를 받았고 이날 승패가 결정되는 날이었다.KT 인재개발원이 KT&G(평촌동)와 같은 대전(괴정동)에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두 기업에는 이외에도 공통점이 여럿 있다. 모두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KT는 1981년 공기업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했고 2002년 민영화됐다. KT&G는 1987년 한국전매공사로 공기업이 됐고 2002년 민영화됐다.
ESG 평가기관은 두 기업 모두에 우수한 등급을 매긴다. 한국ESG기준원의 2022년 ESG 등급 공표 자료에 따르면 나란히 통합 'A' 등급이다. 평가 대상 772곳 상장사 중 상위 16%의 성적이다. 작년 말 기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KT&G와 KT 각각 75%, 80%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 1일 발표한 조사에서 63개 그룹 소속 288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중은 52%였다.
올해 들어 수세에 빠진 점도 유사하다. KT는 잇따른 대표이사 후보 사퇴 속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와해됐다.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G는 인삼사업 분리 상장, 순이익의 100%를 넘는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장한 행동주의 펀드 공격을 받았다.
차이점도 있다. KT 이사회에는 주총 이후 이사 10명 중 1명만 남았다. 대표 직무대행, 이사회 대행 체제로 균열이 생겼다. KT&G를 향한 공격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다.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한 덕분이다.
문제는 KT&G가 주총 승리로 위기를 넘겼지만 공세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일지 모른다는데 있다.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KT 사례처럼 대표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KT&G의 최대주주는 KT와 같은 국민연금이다.
KT&G 주총에서 기업 반대 쪽에 섰던 한 소액주주는 사외이사를 6명에서 8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렇게 덧붙였다. "KT 사태에서 보듯 민영화된 공기업에 관한 정부 영향력을 막을 수 있는 건 주주 밖에 없다. 현 경영진이랑 똘똘 뭉쳐 막아내겠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안건에 투표해달라." KT&G 내년 주총, 벚꽃길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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