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첫 '주주와의 대화'는 사실상 SK온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총 6개의 주주 질의 가운데 단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SK온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SK온 상장과 연계한 주주환원 정책부터 흑자전환 시점, 경쟁력 강화 방안 등 SK온을 향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남은 하나의 질문은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몫이었다. 울산에 구축 중인 리사이클 클러스터의 사업적 성과 시기를 묻는 말에 나 사장은 2025년 완공, 2026년 판매 시작이라는 일련의 타임라인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생산물량의 70%를 사전에 판매한다는 프리마케팅 전략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SK지오센트릭에게 이번 주주와의 대화는 '데뷔' 무대와도 같은 곳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11년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부문이 분할해 설립된 SK종합화학이 전신이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페트병·나일론 등의 원료인 화학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을 제외하면 한번의 적자도 기록한 적이 없는 알짜 회사다.
기초체력이 탄탄했던 SK종합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사업 전환과 맞물려 2021년 9월 사명을 SK지오센트릭으로 바꾸고 '도시유전'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석유로 만든 폐플라스틱에서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리사이클 기반의 화학회사가 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세웠다.
종합화학이라는 이름을 떼고 신사업을 추진한 지 2년째지만 여전히 일반 주주에게 SK지오센트릭은 친숙하지 않은 회사다. 비상장사인 탓도 있지만 도시유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일상에 와닿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의 첫 주주와의 대화에서 SK지오센트릭이 발표 기회를 얻은 것 역시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나 사장은 사업 발표회를 "글로벌 넘버원 리사이클 소재 기업이 되어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환과 주주가치 상승에 기여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일반 소액 주주라는 관객 앞에서의 데뷔 소감으로 다소 밋밋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주연으로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의 과정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는 재생 원료가 일반 화학원료 대비 1.5배 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장 가동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고객사와 선판매 논의를 시작하며 미래 주연으로 올라설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의 다음 무대가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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