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4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CJ대한통운은 강원도 원주에서 '블랙 이글스'팀이 요청한 화물 여럿을 항공기에 태웠다. 무게가 워낙 큰 데다 부품이 정밀하고 외관은 고가의 재질로 둘러싸인 비싼 몸이었다. 적당한 곳을 찾아 해체하고 실었다가 현지에서 또 한번 육로를 이용해야 했다. 목적지는 영국.

아기 다루듯 항공기에 실렸던 화물은 공군이 국제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운송을 요청한 항공기다. 항공기에 항공기를 싣고 난 셈이다. 항공기가 워낙 섬세한 탓에 육로에서도 시속 60km 이하를 고수했다. 항공기 운송은 최고난도 물류 수송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10년 뒤인 2022년에도 블랙 이글스를 운송했다.

◇"대학교도 옮긴다" 60년 쌓은 특송 노하우

의료기기와 코끼리, 극장, 완성차와 '배송'을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다. 의료기기 운수는 생소하고, 코끼리 배송까지는 고려해본 적이 없고, 완성차는 제 스스로 움직이면 될 것만 같아서다. 이런 독특한 화물들을 특수화물이라 부른다.

CJ대한통운의 국내외 특수화물 운송 이력은 오래됐다. 1960년대 탄산가스 재생탑이나 증기 발생기 같은 중량품을 시작으로 1970년대 문화재와 서울대학교 이전, 1980~90년대 창경궁 동물원과 정부부처 이동, 1990년대 해군본부와 군사화물 이전 등이 이어졌다.

대학교와 정부부처, 군부대 이전은 그중에서도 까다로운 특송에 속한다. 1975년 서울대가 동숭동에서 관악산캠퍼스로 이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집기를 옮기는 이사의 영역 외에 도서관 장서나 박물관의 유물, 연구시설과 실험 장비 등이 포함돼 2만여톤이 넘었다.


이사에만 석달이 소요됐다. 특히 화공약품 등이 다수 포함돼 폭발이나 변질 위험이 컸다. 투입된 인원만 7000여명이 넘었다. 이후 인천대학교와 단국대학교 등도 CJ대한통운이 이전을 맡았는데 5톤 트럭과 사다리차, 대형 크레인, 무진동차량을 활용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진 정부부처 이동 경험이 주효했다. 1975년 교통부 청사 이전과 국회의사당 여의도 이전 등이다. 과천 제2종합청사로 다섯 개 부처가 옮겨갈 때도 CJ대한통운이 특송을 맡았다.

◇'의료기기 특송' 미래 먹거리 삼는다

CJ대한통운의 특수화물 운송은 최근 글로벌을 타겟으로 삼았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특수화물은 첨단 가전과 의료기기 등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최대 가전쇼 CES 등이 CJ대한통운의 주 고객이다. 2020년에는 CJ CGV의 자회사 CJ 4DPLEX가 출품한 '4DX Screen'을 옮기며 '영화관을 옮겼다'고 소개했다. 스크린을 포함해 효과 설비가 인천공항과 부산항을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올해부터 드라이브를 거는 사업은 의료기기 특송이다. CJ대한통운은 이달 의료기기 운송 전문인증 'ISO 13485'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의료기기 운송을 준비해 8개월 만에 얻은 성과다. ISO 13485 인증은 바이오센서나 각종 진단키트 등을 취급할 수 있다는 허가와 마찬가지다. 글로벌 인증 기관인 티유브이 노르트사로부터 받았다.

의료기기와 바이오, 헬스케어 배송은 '생명배송' 노하우와도 연관이 깊다. 바이오 배송에는 인체 조직이나 제대혈, 임상용 세균까지 포함돼서다. CJ대한통운은 창경궁 동물원 이전부터 40여년 이상 동물운송 노하우를 쌓아왔다. 2010년대 멸종 위기종인 알다브라 코끼리거북 이송때는 본래 서식지의 기후와 습도까지 파악해 환경을 맞춘 바 있다.

특송은 CL(계약물류)사업과 택배사업, 글로벌사업 부문에 걸쳐 있다. 이중 글로벌사업 부문의 역할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사업보고서에서 글로벌 사업부문이 해상과 항공 포워딩, 국제 특송 등의 포워딩 사업을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운송 인증을 진두지휘한 인물도 장영호 CJ대한통운 포워딩본부장이다.

글로벌사업 부문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특송 부문의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5조5429억원, 영업이익은 969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8%, 50.4% 늘었다. 4분기 해외 수익구조를 개편하며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지만 전년 4분기와 비교하면 흑자전환했다. CJ대한통운은 IR보고서를 통해 전기전자와 방산, 헬스케어 등의 포워딩 수주 확대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