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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삼성전기 50년]'MLCC→기판' 달라진 중심축…캐펙스 투자가 보여주는 것③재무제표 공개된 1998년 이후 25년간 설비투자액 흐름 따라가보니

김혜란 기자공개 2023-04-24 14:41:36

[편집자주]

삼성전기가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일본 산요전기와의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전기는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3사 중 하나이자 글로벌 전자부품회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폰·TV·PC·자동차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진화의 역사가 있었다. 삼성전기가 지나온 50년의 변화상을 데이터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4: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펙스(CAPEX·설비투자액)는 부품 기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슈 중 하나다. 공급 과잉이나 쇼티지(공급부족)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내다보고 설비투자금 집행 규모와 시기를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키'가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캐펙스 추이를 따져보는 것은 그 회사가 사업을 어떻게 꾸려왔는지 해석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 50년간 사업구조를 여러 차례 바꿨는데, 캐펙스 흐름을 따라가 보면 사업 구조의 변화상을 읽을 수 있다.

◇2010년 기점으로 확 늘어난 캐펙스

삼성전기의 사업보고서가 공개되기 시작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집행된 설비투자액(유형자산과 무형자산 포함)은 연간 5000억원 미만이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약 4048억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삼성전기의 사업구조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 전방산업인 정보기술(IT) 산업이 지금처럼 고도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조 단위의 캐펙스가 발생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집행액이 가장 컸던 해인 2000년(6436억원)에는 당시 IT 제품 핵심부품으로 수요가 급증하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량을 기존보다 2배 키우는 데 투자가 집중됐다. 이때의 증설로 삼성전기는 일본 무라타(Murata)에 이어 세계 시장점유율 2위의 MLCC 제조업체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캐펙스가 눈에 띄게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7789억원)이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설비투자액이 1조원을 넘겼다. 이때는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전기가 지금은 LED 사업을 완전히 접었지만, 당시에는 TV용 LED 백라이트유닛(BLU), 스마트폰과 PC 등 신규 기기에 LED가 적용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단행됐다.

2011년에는 투자의 중심축이 다시 MLCC로 옮겨졌다. 당시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있었던 ACI(패키지기판 등 생산), LCR(MLCC), CDS(파워, 튜너), OMS(ISM, 정밀모터) 네 사업부 중에서 LCR 부문의 캐파(CAPA·생산능력)가 3년 사이 35%로 가장 많이 늘었다. 스마트폰과 LED TV 등 고기능 전지기기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MLCC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고 이에 따라 MLCC 캐파 확대에 대한 투자가 크게 일어났던 것으로 분석된다.

◇컴포넌트에서 패키지솔루션으로 옮겨간 투자 중심

2013년 이후부터는 대체로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던 시기다. 신규 투자와 증설도 카메라·통신모듈(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과 MLCC(컴포넌트), 반도체패키지기판(패키지솔루션) 세 분야로 한정됐다. 이때부터는 등락은 있었으나 대체로 1조원 안팎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단 점도 눈에 띈다.

2013년 이후 흐름에서 특징은 투자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대체로 패키지기판 캐파 확충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확대로 반도체패키지기판과 고밀도다층기판의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MLCC 쪽에 투자가 몰리더니 2018년엔 MLCC 증설에만 약 9112억원이 집행됐다. MLCC 증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다음에는 다시 패키지솔루션사업부 쪽으로 중심축이 확 옮겨갔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8935억원을 패키지솔루션사업부에 쏟아부었다. 그동안 패키지기판 제조라인 확충에 쓴 현금 중 '역대급' 규모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캐펙스는 902억원에 불과했다.

반도체 기판 중 하나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요 급증에 대응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작년에 컴포넌트 사업부에도 4393억원의 투자비 지출이 있었으나 카메라모듈과 통신모듈을 생산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시설투자금은 406억원에 그칠 정도로 투자가 제한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기는 총 1조4912억원으로 지난 50년간 삼성전기가 집행한 것 중 최대 규모의 캐펙스를 집행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FCBGA 생산기지인 베트남 생산법인과 부산·세종 사업장에 2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집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올해도 기판 쪽 투자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PC용 FCBGA 시장에 주력했으나 서버와 전장용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삼성전기 사업 전략의 중심이 전장용 FC-BGA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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