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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에너지 3대장 국산화 '잭팟' 노린다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시동...올해 수주량 목표 8.6조

창원(경남)=허인혜 기자공개 2023-05-17 07:04:43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원자력공장 안은 다소 썰렁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명료했다. 오랜만에 대규모 수주로 아직까지는 공장 안이 듬성듬성 비어있다는 게 두산에너빌리티의 설명이다. 올해 3월부터 신한울 3·4호기 주기기를 생산해 공장 내에 인력과 제품을 꽉 채운다는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를 포함해 풍력발전기와 가스터빈 등 에너지 3대장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실정에 맞는 자체 기술 개발로 수주 '잭팟'을 노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국내 맞춤형 에너지 생산설비는 어떤 모습일까. 창원공장을 돌아봤다.

◇"오랜만에 수주" 철 덩어리 옮기자 '열기 훅'

두산에너빌리티는 15일 경남 창원에 자리한 창원공장에서 프레스투어를 열고 세 곳의 주요 공장을 공개했다. 원자력과 가스터빈, 풍력 공장 등이다. 창원공장의 규모는 여의도의 1.5배 수준이다. 이날 가장 앞서 소개된 곳은 신한울 3·4호기 핵심기기의 생산을 맡을 공장이다.

대규모 수주가 오랜 만이라 공장은 아직까지 완제품이 즐비하지는 않았고 주기기 샘플들을 돌아보는 방식이었다. 원자력 공장 투어를 이끈 이동현 원자력BG 원자력공장장은 "지금은 초기 단계라 많은 제품을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인력을 50여명 이상 충원하고 신한울 3·4호기와 SMR(소형모듈원자로)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창원 원자력 공장에서는 주기기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을 공급한다. 각 공정마다 필요한 부품도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캐스크(VCC)나 제작에만 2년 반이 소요되는 원자로 교체용 헤드가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캐스크 설비 앞에 선 이 공장장은 "핵반응이 적어도 발열을 하기 때문에 물에 넣고 중성자 차단을 시켜 보관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미국에만 다섯 대의 캐스크를 납품했다.

원자력 공장 투어 후에는 제작 착수식이 열려 증기발생기 제조 현장을 엿봤다. 거대한 철 덩어리를 공중에서 옮기자 멀리서도 열기가 훅 끼쳤다.

성인 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것과 같은 힘으로 단조(압력을 가해 가공하는 방법) 작업을 진행한다. 철의 온도를 식혔다 높였다를 반복해 단련한다. 증기발생기는 높이 23m, 무게 775t으로 전체 핵심설비 중 가장 크다. 증기발생기는 52개월 동안 제작돼 2027년 초 납품 예정이다.

원자력 공장의 핵심은 품질 보증이다. 대표 제품인 한국 표준형 APR 원자로는 높이 14.8m, 직경 5.5m 규모인데 핵을 연료로 삼는 만큼 머리카락 만큼의 흠결도 허용하지 않는다. 핵심은 누가 무엇을 언제 했는지를 파악하는 '추적성'이다. 제작과정을 모두 기입하는 시스템과 20여곳 이상의 외부 기관으로 관리한다고 이 공장장은 전했다.

◇2005년부터 풍력 집중…국내 '바람결'에 맞는 발전기 내놓는다

바람개비가 빨리 도는 비결은 큰 날개가 아니다. 미풍에는 작게, 강풍에도 속도에 맞는 크기를 달아야 효율이 높다. 바람개비 크기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람의 결'이라는 의미다. 동쪽에서 부는 바람도 서쪽과 다른데 타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말로 할 필요가 없다.

그 바람개비를 크게 키우면 풍력발전기의 모태가 된다. 가장 작은 풍력발전기도 로터(회전체)의 직경이 134m를 넘기지만 거대한 기계를 돌리는 기술은 퍽 섬세하다.

뒤이어 돌아본 곳은 풍력공장이다. 풍력 공장 소개를 맡은 신동규 파워서비스BG 풍력/서비스설계 담당 상무는 "글로벌 선진 기업 3사의 모델을 사온다고 해도 한국 바람에서는 국내 프로젝트 제품이 잘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도 맞춤형 '메이드 인 코리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부터 풍력발전을 시작해 왔다고 신 상무는 전했다. 덕분에 국내 생산력을 갖춰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설명했다. 주력 제품은 정격 용량 기준 3메가와트(MW)와 5MW, 8MW 모델이다. 8MW 모델은 한대만 돌려도 4300가구의 하루 전력을 소화한다.

전체 계약고는 347.5MW로 영흥과 서남해, 군산, 영광, 제주와 순천 등에서 247.5MW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에 집중돼 있다. 전체 계약고 중 193MW가 해상풍력 실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에서 제작 중인 5.5MW 풍력발전기 나셀.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풍력발전기에는 블레이드와 허브, 나셀 등의 주요 부품이 장착된다. 이날 투어에서는 국내 풍속에 맞춘 부품들이 소개됐다.

예컨대 국내 풍력에 가장 적합한 날개의 수는 가장 익숙한 모델이기도 한 세 개다. 각 부품들이 풍속 등을 감지해 날개를 펴고 접는다. 이런 시스템은 태풍도 견디게끔 견고하게 고안됐다. 송치욱 파워서비스BG 풍력생산 담당 상무는 "2010년 태풍 '차바' 등에도 이상없이 운영됐다"고 회고했다.

◇목표 수주량 절반 채웠다 "터빈 한 대, 자동차 380대 효과"

두산에너빌리티는 10년간 2조9000억원 규모로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펌프 등 보조기기 계약도 같은 기간 2조원 규모로 체결된다. 지난해 말까지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는 주기기를 모두 납품했다. 신한울 3호기에 들어갈 주기기는 3월부터 제작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목표 수주량을 8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조원이 늘었다. 수주 목표치의 40%는 원전 수주를 통해 채울 계획이다. 이미 신한울 3·4호기와 카자흐스탄과 투르키스탄 복합화력발전소(CCPP) 등으로 1분기에만 수주량 절반을 채웠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1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기자단 견학에 앞서 공장단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허인혜 기자

부품별 규모가 상당하고 기술력을 압축하다보니 한 대만 판매해도 수익이 쏠쏠하다. 터빈 공장을 설명한 황현상 파워서비스BG TM생산 담당 상무는 "가스터빈에는 열차 내부 냉각 성형기술이 들어가 날개 하나만 중형 자동차 한대 값이 든다"며 "터빈 한 대를 팔면 자동차 380대를 매각한 효과"라고 부연했다.

또 각 기기별 사용 기간이 적지않아 그동안의 유지보수 수익도 두산에너빌리티의 몫이다. 국내 설치된 가스 터빈을 예로 들면 전량 해외에서 수입했는데 도입과 유지에 각각 수조원이 들었다. 국내산 부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10~20년간 고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수주 목표를 세우기까지 각 부문에 들어간 연구개발(R&D) 비용도 상당하다. 지난해 R&D 비용은 3767억원이다. 매년 매출액 대비 2~4%를 R&D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송 상무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풍력발전 기술개발에만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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