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건강보험]메리츠의 시작…손보사 경쟁이 판 키웠다②출혈경쟁 자제, 전략 변화 움직임 "MS 소폭 하락 개의치 않겠다"
서은내 기자공개 2023-05-23 07:16:49
[편집자주]
건강보험 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생손보업계를 넘나들며 치열한 점유율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회계제도 도입과 함께 건강보험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급증한 것도 건강보험을 비롯한 장기인보험이 큰 역할을 했다. 더벨은 격전지가 된 건강보험 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6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인보험 시장의 경쟁은 메리츠를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한 이 시장은 주로 손보사들의 치열한 격전지였다. 그 경쟁의 불씨를 당긴 것이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의 경쟁 전략은 최근 바뀌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설계사들에 높은 시책을 활용해온 메리츠가 더이상 출혈 경쟁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손보 업권에서 말하는 장기인보험의 영역에는 크게 질병, 상해, 운전자보험 등이 포함된다. 암, 치매, 노인케어 등 다양한 상품들이 속해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 보험을 뜻하며 성장성이 둔화된 보험 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이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추가적인 상품 개발 여지가 열려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손해보험사 순이익의 약 60% 이상이 장기인보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가 단기간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2020년 1위사인 삼성화재를 월매출 기준으로 추월할만큼 폭풍 성장한 스토리는 워낙 유명하다. 점유율 순위의 변화가 어느정도 고착화돼 있던 보험 시장에서 중소 보험사였던 메리츠는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메리츠가 보여온 가격 대비 보장의 파격적인 확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규모는 크지만 이익 비중이 작았던 자동차보험 시장을 내려놓고 일찍이 장기인보험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것이 메리츠화재의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한 만큼 장기인보험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더 컸다. 설계사들에게 지급한 대규모 시책도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메리츠화재의 히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다.

메리츠는 장기인보험 시장을 선도한 회사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출혈경쟁을 부추겼다는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손보 공통 영역인 질병보험 시장의 과도한 경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쟁이 머니게임이 돼 버렸다는 비난이다. 양 업권의 경쟁이 극에 달하게 된 시작점이 된 것이 메리츠였다는 얘기다.
특히 암 보험 시책을 독보적으로 올렸던 일화가 유명하다. 암 보험은 시책비가 약 100%대에 형성돼있었으나 메리츠는 이를 500%까지 올렸다. 시책 500%란 말은 월보험료의 5배를 수당 외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시책에 민감한 설계사들이 메리츠 상품만 팔게 되면서 다른 회사들도 높은 시책을 뒤따랐다.
한 보험사 대표는 "금융당국에서 1200%룰을 내놓은 것도 메리츠발 경쟁 심화에 따른 규제였다"면서 "경쟁이 머니게임으로 치달은 것은 업권에서 두고두고 비난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1200%룰이란 2020년 도입된 규제로 첫해 모집수당이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에서만 지급하게 하는 것이다. 보험사 시책 과열 경쟁 등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그동안 메리츠화재는 비난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메리츠의 역량은 단순한 출혈 경쟁이 아닌 회사가 가진 강력한 가격 책정 능력에 달려있다는 의미에서다. 메리츠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까지 데이터와 확실한 예측, 계산에 근거한 역량이 쌓여온 덕분이며 이것이 상품개발, 영업력 등으로 연결된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최근 메리츠의 전략 설정에서 미묘하게 바뀐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올해 시행되면서 시장이나 제도적 환경이 변했으며 사업비 확대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리츠화재의 강조점은 시장에서의 신뢰성과 상품개발의 신속함, 고객 경험의 차별화로 옮겨간 모습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이같은 새로운 시각이 언급됐다. 지난 15일 열린 메리츠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컨퍼런스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은 과도하게 높게 가정해서 계산하면 특정 보장성 상품의 손익분기점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데 이같이 잘못된 계산 근거에 의해 무해지보험 출혈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상황은 전했다.
또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는 보험상품의 가격이나 시책, 담보 종류에 민감한 GA 시장에서는 출혈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이 소폭 하락할 수 있겠으나 상관하지 않고 가치 중심 기조를 견지하겠다"라며 "빠르고 정확한 계산력으로 상품 수익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고객 경험 차별화, 영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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