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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세대 지형도]LG와 '다른 듯 닮은' LX그룹 지분승계②구본준 회장, 우회 없는 지분 증여 '정공법'…가부장적 가풍 완화

고진영 기자공개 2023-05-31 07:35:40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16: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X는 생긴지 갓 3년째를 맞았으나 벌써 후계에 대한 전망이 관심있게 논의된다. 구본준 회장이 고령인 만큼 늦지 않게 다음 세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출범 직후 지주사 LX홀딩스 지분을 구 회장이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이미 승계 전초작업이 시작됐다. 직선적인 증여 형태를 보면 뿌리 LG그룹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보수적 문화는 옅어졌다.

◇지분 '반절' 떼어준 구본준 회장…추산 증여세 약 900억

구 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다. 1987년생인 장남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과 장녀 구연제씨(1990년생)다. LG에서 LX홀딩스가 분할해 나왔을 당시 구 부사장의 지분율은 0.60%, 동생 연제 씨 지분율은 0.2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24일 구 회장이 구 부사장에게 850만주, 연제 씨에게 650만주 등 1500만주를 나눠 주면서 지분구조가 크게 달라졌다. 두 남매의 지분율은 각각 11.75%, 8.78%로 상승한 반면 구 회장은 기존 40.04%에서 절반 수준인 20.37%로 줄었다.


증여 규모가 컸던 만큼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상장주식은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 그리고 60일 이후 종가 120일의 평균으로 증여세를 확정한다. LX홀딩스의 경우 출범 직후인 2021년 5월 주가가 장중 1만4000원대까지 치솟았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이후론 1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2021년 9월부턴 1만원 안쪽을 넘긴 적이 드물었다.

주당 1만원을 적용했을 때 구 회장이 증여한 1500만주의 지분가치는 1500억원. 세법에 따라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최고 세율인 50%를 매긴다. 여기에 최대주주 보유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20%를 할증하기 때문에 세금이 더 오르게 된다. 현재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을 제외하곤 할증과세가 폐지됐지만 구 회장의 증여는 세제 개편 전이었으며, LX그룹은 어차피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지정됐다.

이 세율을 적용해 셈한 증여세는 두 남매 수증분을 합쳐 900억원 수준이다. 동생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받은 구 부사장의 몫만 510억원에 이른다. 개인이 일시불로 내긴 불가능한 돈이다. 남매는 세금을 연부연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는 일시납부가 원칙이지만 세액에 상당하는 납세담보를 제공할 경우 세무서장으로부터 연부연납을 허가받을 수 있다.

담보로 잡은 것은 LX홀딩스 주식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구 부사장은 719만6000주(9.43%), 연제 씨는 442만1000주(5.80%)를 각각 강남세무서와 삼성세무서에 담보로 주고 질권을 설정해둔 상태다. 사촌형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부연납을 이용했다.

◇'꼼수 없다' 정석 증여…딸 연제 씨도 상당분 수증

LX 가족의 지분 거래는 4세대로 넘어간 LG그룹 승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구 회장은 계열사 활용 등 우회로를 타지 않고 지분 반절을 정석적으로 떼어줬다.

앞서 구광모 회장도 승계 과정에서 공익법인을 이용한 상속이나 최소 지분 상속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부친 고(故) 구본무 회장의 주식 11.28% 중 8.76%를 고스란히 상속받는 정공법을 택했다. 나머지 지분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2.01%)와 구연수 씨(0.51%)가 나눠가졌다. 대기업의 '편법 상속'에 대한 여론의 비판적 시선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딸들의 경영 참여가 사실상 배제되고, 지분 역시 현저하게 적은 규모만 상속되는 LG 가문 전통과 비교하면 LX그룹은 꽤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연제 씨는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마젤란기술투자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는 등 투자업 관련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추후 LX그룹이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세워 연제 씨가 합류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구 부사장(850만주)과 연제 씨(650만주)가 증여받은 지주사 지분 규모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가부장적 문화가 다소 완화돼 있다.


남아 있는 구 회장의 지분(20.37%)은 당분간 증여없이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LG그룹 사례를 보면 고 구본무 회장이 생전에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다가 타계한 뒤 상속이 이뤄졌다. 비슷하게 구 부사장 역시 구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때 총수직과 잔여 지분을 같이 넘겨받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증여와 별개로 2세 보유 지분은 계속 상승 추세다. 1년 가까이 LX홀딩스 지분율에 변동이 없던 구 부사장은 2022년 9월부터 꾸준한 매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월과 10월 2개월간 총 16차례에 걸쳐 30만5649주를 장내매수했다.

그 해 말에는 LX엠디아이 대표이사에 올라 부사장 타이틀을 달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으며, 올해 역시 1월에 3536주를 추가로 사들여 현재 지분율이 12.15%로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부터 총 25억4500만원 규모를 매집했다. 연제 씨의 경우 수증 이후론 동일한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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