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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운수권 전쟁]제주항공은 왜 발리를 꿈꿀까②FSC 합병 여파에 제주항공 기대감 상승…산업계 '인도네시아 붐' 잡는다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23 07:30:19

[편집자주]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운수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제주항공 등은 발리와 같은 새로운 여행 수요를 개척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대체 항공사 자리를 꿰차는 한편 중장기 노선 수익성을 높이고자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더벨이 LCC업계의 치열한 운수권 다툼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1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이유로 국토교통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국토교통부가 아시아나항공에 타이베이노선을 배분했는데 대한항공이 '후발주자 편애'라며 반발한 것.

당시만 해도 장거리는 대한항공, 단거리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공식이 통했다. 이미 일부 저비용항공사(LCC)가 출격한 시기였지만 대형 항공사(FSC)도 서로 견제하는 상황에서 LCC의 국제선 진입은 어불성설이었다.

FSC의 높은 국제선 장벽을 가장 먼저 허문 곳은 제주항공이다. 청주~일본 노선을 시작으로 현재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러시아와 몽골, 괌, 사이판, 팔라우 등 다양한 노선을 보유한 항공사로 성장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몽골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 운수권 배분의 꿈을 꾸고 있다. 상황도 유리하다.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제주항공의 선점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중이다.

◇현대차가 쏘아올린 인도네시아 '매력 포인트'

이달 14~15일 국토교통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발리에서 항공회담을 열었다. 주요 논의주제는 운수권 확대와 노선 다변화 등이다. 인기가 많은 덴파사르(발리)와 자카르타 노선을 포함해 마나도와 바탐 등 새로운 항로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내 국제공항만 30곳으로 범위가 더 넓어질 여지도 충분하다.

LCC 업계는 왜 인도네시아 운수권에 집중할까. 항공사가 새 하늘길을 원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도네시아는 다른 노선 대비 매력포인트가 더 많은 곳이다. 관광 수요, 두 FSC만 진출한 만큼 경쟁 여력이 많다는 점도 한 몫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산업계의 인도네시아 러브콜이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모비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시스템 공장을 건립한다고 이달 밝혔다. 현대차는 20일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확립을 선언했는데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법인이 전면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3월 준공식을 열고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공장은 자카르타로부터 40km 거리로 가깝다. 자카르타와는 고속도로가 이어져있다. 최초의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으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준공식에 참여할 만큼 주력하는 곳이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인도네시아 항로를 이용할 여행객은 전에없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는 탑승률이 평균 80%를 웃돌 만큼 수익성이 높은 구간이다. 최근 3개월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띄운 인천발 덴파사르행 비행기는 358편으로 8만2000명 이상이 탑승했다.


◇'재수' 감내하며 몽골 따간 이유는

지난해 몽골 신규 취항도 자신감을 키운다. 몽골도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산업 부문에서 가치가 높은 곳이다. 올해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몽골 대외교역액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212억달러다. 몽골 내 한국의 수출국 위치는 4위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달간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운항했다. 전후 분기 중앙아시아 매출 기여도는 0%였지만 운항 중에는 4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전체 국제선 매출액의 6.7%가 몽골이 포함된 중앙아시아에서 나왔다. 사실상 몽골이 100%를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몽골 취항에 '재수'를 감내할 만큼 의지가 강했다. 2014년부터 LCC에 몽골 등의 항로를 배분해달라고 요청했다. 운수권 확보 전쟁이 벌어진 건 2019년부터다. 몽골 항로는 대한항공이 30년 독점체제를 유지했는데 항공회담으로 운항사와 항로 스케줄을 늘리며 LCC에도 기회가 열렸다. 이때는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따내며 제주항공이 고배를 마셨다.

제주항공이 신규 진입에 성공한 때는 2022년이다. 티웨이항공과 함께 LCC로는 처음으로 몽골행 비행기를 띄웠다. 올해 5월 정기 운수권 배분에서 비행 스케줄을 추가로 따내며 한국~몽골 노선에서 성수기 5회·비수기 3회·연중 3회의 운항 권리가 생겼다. FSC를 포함해 가장 많은 횟수다.


◇인도네시아 미리 손 잡았다

때문에 제주항공은 새 항로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 특히 발리와 자카르타 등의 운수권을 새로 따내기 위해 선제적 전략을 펴고 있다. 5월부터 비정기 노선으로 마나도와 바탐 노선에 전세기를 띄우고 있다. 비정기 비행으로 경험이 쌓이면 운수권 배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9월 북술라웨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제1공항공사(AP1)와도 협약을 맺었다. AP1은 제주항공의 신규 노선 개발을, 제주항공은 AP1이 운영 중인 공항 소개 지역 관광 개발 사업 발굴을 돕는다는 목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운항 경험이 있다는 건 노선을 운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표현이기도 하다"며 "현지 주정부와의 협약을 진행하면서 제주항공 내부에서도 시장성 등을 계산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규 기재 도입도 예정돼 있다. 보잉사의 B737-8이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제주항공에 도입되는 기재는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보다 1000km 더 항속거리가 길다"며 "이론적으로 운항 영역은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들 일부까지 가능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제주항공

◇FSC 합병·10개의 '뉴 발리' 정책에 '황금기회'

인도네시아 운수권 배분은 항공업계의 전망보다는 진행이 다소 더딘 상황이다. 우선 지난주 항공회담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는데 추가적인 협의점이 남아 결정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예상보다 다소 늦어졌지만 협상 자체가 결렬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0 New Bali's(열 개의 새로운 발리) 정책을 펴는 만큼 양측의 니즈가 분명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LCC 업계 관계자들이 다음주 국토교통부를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FSC 합병 자체도 기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이다. 경쟁제한 때문에 운수권을 덜어내면 덜어냈지 추가로 확보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계열 LCC들도 마찬가지다. 경쟁제한이 있는 자카르타 노선이 더 풀릴 경우 독립계 LCC가 가져갈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다양한 변수를 따져봤을 때 3대 LCC로 불리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중 발리행 티켓이 유력한 곳은 제주항공이 된다. 진에어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로 FSC 합병 영향을 받는다.

티웨이항공도 최근 집중한 전쟁터가 따로 있다. FSC 합병으로 재배분될 중장거리 노선 확보다. 에어프레미아와 경쟁구도를 형성한 만큼 유럽 노선 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인도네시아 경쟁에서는 비교적 힘을 뺄 것으로 보인다.

FSC 합병이 험로를 거치며 두 대형 항공사 간의 합병에 따른 운수권 재배분보다 아예 협상 등으로 새로운 운수권이 추가되고 그 운수권을 재배분하는 편이 더 빠른 기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3년째 이어진 데다 하반기까지 요원한 만큼 항공사 통합에 따른 운수권 배분은 더 먼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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