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빅픽쳐]HBM3 치고 나간 SK, 삼성도 움직였다①수익성 개선 고부가제품 주목, 양산 경쟁 뒤쳐질라 '맹추격'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19 11:46:17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이다. D램 개발실과 파운드리 키맨을 교체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소재 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들 중심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걸었다. 삼성 반도체의 차세대 동력 찾기 현황과 시장 흐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까지 수조원의 적자를 낸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되살릴 카드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내세웠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으로 서버에 필수로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제품 HBM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다.현재 구도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HBM3 양산에 돌입, 이 시장에서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는 형세다. 시장에선 HBM3가 아직 D램 매출의 6% 수준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18%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BM 시장주도권 쟁탈전 개시, SK가 한발 앞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주관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이달 초 부사장급 핀셋 인사를 단행했다.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연구하는 D램 개발실장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사업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분기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최하의 실적을 받았다. 그 와중에 AI 시대 개화로 각광받는 HBM 분야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시장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이 10%다. 올해는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제품인 HBM3을 먼저 양산에 성공하면서 치고 나가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늦으면 연말에야 HBM3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D램 개발실장 교체는 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라는 업계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HBM을 둘러싼 두 회사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는 지난 6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최근 삼성의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HBM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비공개 IR을 열고 주요 기관투자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40여명을 대상으로 HBM에 관한 세션을 진행했다. 요지는 HBM 기술력에서 경쟁사(삼성전자 포함)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HBM3 매출 비중 6%→18% 확대 전망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메모리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높은 구현 난이도로 인해 가격이 비싸다. 또 다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보다 5~6배 정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원가가 높고 공정도 복잡한 HBM보다 D램을 더 많이 파는 게 수익성에 유리했기에 HBM은 중점적으로 보지 않았다. D램 매출 대비 10% 수준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했다. 삼성전자에게도 HBM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챗GPT를 위시로 초거대 AI 시대가 개막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고용량의 데이터 연산을 위한 서버에는 HBM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만큼 시장잠재력과 성장세가 예상보다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은 올해 20억4000만달러에서 2028년 63억2150만달러(약 8조5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D램 가격 하락으로 적자에 시달리던 칩 메이커들로선 고부가 HBM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제품으로 부각됐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6월 최초로 HBM3 양산에 성공하면서 먼저 움직였다. 삼성전자로선 경쟁에 뒤처졌다간 시장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상황이라 빠른 추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HBM2와 HBM2E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HBM3 16기가바이트(GB)와 12단 24GB 제품의 샘플도 출하, 양산을 준비 중이다. 하반기에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5세대 HBM3P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3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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