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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은 지금]'백기사' 코리안리와 ‘아름다운 이별’ 가능할까④굳건했던 ‘원씨 동맹’, 2016년 이후론 일방적 관계로…주가가 이별 성사 변수

최윤신 기자공개 2023-07-21 07:22:39

[편집자주]

신영증권은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원국희 명예회장으로부터 원종석 회장으로 이어져온 보수적 경영기조가 만들어낸 주목할 성과다. 그러나 빠르게 바뀌는 증권업황은 이런 기조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여기에 신영증권이 맞닥뜨린 거버넌스 이슈를 감안하면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신영증권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증권의 지배구조가 시나브로 변화하며 16년간 이어진 코리안리재보험과의 지분 동맹의 향배에 관심이 모인다.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상황이 변화하고 있기에 결국 이별을 준비해야 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상호 지분 보유의 의미도 처음과는 달라진 상태다. 초기엔 상호간의 든든한 우군이 되는 모습이었지만 점차 신영증권이 일방적으로 코리안리 오너 일가를 돕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다. 꾸준한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늘리고 신영증권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키운 원종석 회장 입장에선 코리안리라는 우군의 필요성이 예전만큼 크지 않아졌다.

다만 이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목상의 지분 보유 목적인 ‘투자’ 측면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너의 이해관계로 회사의 재원을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2007년 이전부터 이뤄진 ‘원씨 동맹’

지난 2007년 6월 신영증권과 코리안리는 서로간의 지분을 사들였다. 코리안리가 먼저 신영증권의 주요주주였던 미국계 펀드 노이버거앤버만(Neuberger N Berman)으로부터 약 195억원어치의 신영증권 지분을 사들였다. 보통주 지분율 3.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후 일주일 뒤 신영증권은 코리안리 발행주식수의 1.34%인 199억5000만원어치를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사들인 명목은 ‘단순 투자’였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었다. 2006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가 시도됐던 터라 최대주주일가의 지배력이 약했던 양사가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서로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로 한 것으로 봤다.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과 고(故)원혁희 코리안리 명예회장은 원주 원씨 종친이라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양사가 공개적으로 지분 상호보유한 건 2007년이지만 그 이전부터 서로 지분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원혁희 전 회장은 자녀들과 함께 이전부터 신영증권의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었다. 코리안리가 지분을 매수하며 최대주주특수관계 지분은 7.55%에 달했다. 신영증권 역시 약 1.8%가량의 코리안리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었다. 2004년경부터 코리안리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매입 후 지분율은 3.2%가 됐다.

2007년 만들어진 지분상호보유 관계는 약 10년 동안 큰 변화없이 이어졌다. 변화가 나타난 건 2016년 부터다. 그해 3월 원혁희 명예회장이 별세한 게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납부 등으로 경영권 지분의 희석이 불가피 한 상황이 되자 신영증권이 백기사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영증권은 2016회계연도에 코리안리 지분 130만주를 순매수 하며 회계연도말 지분율을 4.42%까지 늘렸다. 2018년에는 지분을 4.91%까지 확대했고, 개인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원국희 명예회장의 지분까지 더해지며 5%이상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20회계연도에는 지분을 더 늘렸다. 신영증권의 보유지분율은 5.61%까지 확대됐고, 오너일가의 개인적인 매수도 더해졌다. 원국희 명예회장의 아내인 민숙기씨와 딸인 원주영, 원혜숙(Connie hyesook lee)씨 등이 모두 지분을 사들여 특수관계인 총 지분율은 6.19%가 됐다.

신영증권 지분 확보에 바빴던 원종석 회장을 제외하고 백기사 역할에 온 가족이 힘을 합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조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8월엔 신영증권 지분율이 6.19%로 늘었고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은 7.19%가 됐다.

반면 코리안리 측의 신영증권 보유지분은 줄어드는 추세다. 코리안리가 보유한 지분에는 변함이 없지만 코리안리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원혁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승계가 마무리된 2016년 8월 말 기준 코리안리 측의 보유지분 총계는 6.55%로 줄어들었다.

원혁희 명예회장의 장남인 원종익 코리안리 고문과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를 제외하곤 모두 보유한 신영증권 지분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녀인 원종인 씨와 차남인 원영씨는 지난 2019년에 보유한 신영증권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던 차녀 원계영씨도 현재 지분을 모두 매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2021년 말엔 약 0.21%만을 남겨뒀다. 2021년 말 이후 코리안리 측의 신영증권 지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6년전에는 상호 백기사의 관계로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신영증권오너일가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이해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에 양사의 지분 상호보유관계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바라봤다.


◇명목은 ‘장기투자’…수익 없으면 '아름다운 이별' 어려워

신영증권이 직접 보유한 코리안리 지분율은 2022년 8월 6.49%가 정점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는 타법인 출자현황에 따르면 2022년 9월 말 기준 신영증권이 보유한 코리안리 지분율은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는 5.9%로 다시 늘어났다.

신영증권은 2018년까지 코리안리 주식에 대해 매수일변도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2019년 이후론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신영증권이 코리안리 주가 추이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원종규 코리안리 회장 등에 대한 백기사 역할이 투자의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명목상의 투자 이유가 ‘투자 수익’인 만큼 수익창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리안리의 지분보유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가치투자’의 대가인 신영증권의 평판 훼손은 물론 오너일가의 사적인 목적으로 상장기업의 재원을 썼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신영증권이 지속적으로 코리안리 지분을 사고 팔았기 때문에 손익을 단정지어 계산하긴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리안리의 주가는 현 시점이 2007년보다 낮고, 신영증권이 지분율을 높인 2016년 이후 빠르게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며 “배당수익을 배제하고 봤을 땐 성공적인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코리안리의 지난 18일 종가는 6760원으로 지난해 말이뤄진 주당 0.2주의 무상증자를 감안하더라도 2016년 말(1만1400원)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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